它存在,但又不存在
第30集


오후 1:43

jeonghaniyoo_n
집 앞으로 잠깐 나와봐요

오후 1:44

yeoj2o_r
지금?

오후 1:44

jeonghaniyoo_n
네 ㅎㅎ


강여주
일단 나오긴 했는데..


강여주
어디 있는 거지?

난 아파트 앞에서 두리번거렸다.

-지잉, 지잉


강여주
전화.. 인가?

‘정한’


강여주
정한이네

-달칵,


강여주
여보세요?


윤정한
-누나!


강여주
응, 어디야?


윤정한
-골목 안으로 들어와요!


강여주
아, 알겠어

-뚝

나는 전화를 끊고 골목 쪽으로 들어갔다.


윤정한
누나!

정한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강여주
근데 왜 부른 거야?


윤정한
아.. 줄 게 있어서요!


윤정한
.. 얼굴도 볼 겸..

정한이가 뒷말을 웅얼거리며 말했다.


강여주
줄 게 있다고?


윤정한
네

정한이가 씩 웃었다.


윤정한
이거요!

정한이는 나에게 의문의 봉지를 건넸다.

무언가 묵직한 게 들어있는 것 같았다.

약간 플라스틱 용기 같은..?


강여주
이게 뭐야?

나는 정한이 준 봉지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겉면이 따뜻했다.


윤정한
죽이에요!


강여주
.. 죽?


윤정한
네,


윤정한
쓰러졌다고 해서..


윤정한
전복죽 사왔어요

정한이가 수줍게 웃었다.


강여주
아...

뭔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강여주
.. 고마워, 잘 먹을게.

내가 활짝 웃었다.


윤정한
너무.. 무리하지 마요.


윤정한
동생의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윤정한
누나는 누나니까요.


윤정한
강여은이 아니라, 강여주.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정말 ‘강여주’ 라고 인정해준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아니, 두번째인가?

아버지도 이제 나를 ‘강여주’로 생각할까?


윤정한
누나.. 눈이 빨개요


강여주
아...!

나는 급하게 뒤를 돌아 눈물을 훔쳤다.


윤정한
...?


강여주
.. 난 이제 가볼게


윤정한
아.. 그래요

나는 정한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정한이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따뜻한 죽을 품에 꼭 안고 집으로 향했다.


강여주
휴....

왠지 모르게 앞으로의 예감이 좋았다.

내 인생은 먹구름만 낀 영원한 장마철인 줄 알았는데,

이 장마도 끝나긴 하나보다.

먹구름 뒤로 밝은 빛을 내는 해가 살짝 보이는 것 같았다.


강여주
죽이나 먹자!

나는 정한이가 준 죽을 천천히 먹었다.

따스한 온기가 몸 전체를 가득 메웠다.

- 3일 후 -

선생님
다들 시험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

선생님
다들 집으로 귀가하도록-,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집에 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여은이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나쁘지 않게 시험을 끝냈다.

여은이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니 마음이 한결 편했다.


윤정한
여주야!


강여주
아, 정한아..!


윤정한
시험 잘 봤어?

정한이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강여주
그냥 그럭저럭 봤어..


윤정한
역시 화학이라 어렵지..?


강여주
응..

내가 머쓱하게 웃었다.


윤정한
그...

정한이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망설였다.


강여주
응?


윤정한
시험도 끝났는데..


윤정한
너 뒤로 약속 없으면...


윤정한
나랑 놀러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