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婚姻憂鬱》
第28集 | 這次,我輸了




김여주
하고싶은 말이 뭐야?.

계단에 난간을 등지고 서 있는 우현. 뒤늦게 합류한 지민과 여주가 비상계단에 들어서자마자, 여주가 물었다.

우리 두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시 한 번 묻자 우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하고싶은 말이 있었지.


권우현
그전에 하나만 확인하자.


권우현
두 사람 진짜 사귑니까?.

여주는 순간적으로 지민을 향해 돌아봤다. 권우현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날 이후로 같이 출근한 건, 오늘이 처음인데.

지민도 다소 놀란 얼굴. 우현이 알아도 상관없기는 한데, 갑작스러운 물음이라 당혹스럽긴 했다.


김여주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

팔짱을 낀 채 어이없다는 투로 말하니, 우현이 고개를 얕게 끄덕이며_ 혼자 중얼거렸다. 진짜 였구나.



김여주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야?. 설마, 그거 물으려고 부른 건 아니지?.


권우현
그럴리가.

별건 아니고… 니가 아는가 싶어서. 뜬금 없는 소리를 하더니, 옷 안에 넣은 손을 뺐다. 그리고 그 손에 들려있는 사진 한 장.


권우현
두 사람 어릴 때 부터 친했나봐요.


김여주
뭐?.

사진에 보란듯이 있는 초등학생 쯤 되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나란히 손을 잡고있는 게 무척, 사이가 좋아보였다.

놀란 지민이 우현의 손에 쥐고있는 사진을 다급하게 뺏어들자, 우현이 재밌다는 듯 피식- 웃으며 비아냥 거렸다.


박지민
지금 뭐하는 짓이야!!.


권우현
여주한테 말 안 했어요?. 두 사람, 초등학교도 같이 다녔다던데.

그거 참- 이상하네. 말 끝을 흘리며 지민을 바라보던 우현이, 제 턱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주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더 얘기해보라는 듯 턱짓을 했고. 우현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권우현
교통사고 났었지. 20년 전에. 그때 부모님 둘 다 돌아가셨고.


권우현
그래서, 너 나한테 그랬잖아. 어릴적 기억이 없다고.

그거 다 저 남자 때문이야. 넌 저 남자한테 속은 거라고. 손가락으로 지민을 삿대질하며 어필했다. 저 남자는 네 부모님을 죽게 만든 인물이라고.


예상에는 없었던 우현의 폭로에 당황한 지민은, 여주의 얼굴부터 살폈다.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 이때 지민은 느꼈다. 결국, 우려하던 것이 발켜졌다고.

아무말 없이 땅을 바라보는 여주에, 지민은 손을 뻗어 붙잡았다. 그리고 한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 안 하려던 건 아니였어…


박지민
하려고 했는데. 용기가 안 나서…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 방금 전 로비에서 꽁냥거리던 두 사람은 어디가고, 지금은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였다.


박지민
…미안해. 정말, 미안해…



권우현
들었지?. 저 사람도 인정했잖아.

우현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다. 지민은 알고있었다. 이 사실이 발켜지는 그 날엔, 더 이상 이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걸.

하지만, 누가 알겠나.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찾아오게 될지.

하염없이 미안하다며 말하는 지민. 만족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는 우현. 그 사이에 여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김여주
그게 다야?, 할 말이?.


권우현
뭐?.

예상과는 다르게 태연한 얼굴의 여주. 지민 또한,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는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여주를 바라봤다.

당황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소리치더라. 지민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이 너희 부모님을 죽게 만들었다니까?. 못 알아들었어?.


김여주
……하,

복잡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쓸어넘긴 여주. 우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 똑바로 잘 들으라며 입을 열었다.



김여주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


김여주
우리 부모님은 디자이너님 때문에 죽은게 아니야. 나 때문에 죽은거지.

여주는 다 알고있었다. 지민에게 정식으로 고백하던 그 날. 정국이 찾아와 회사에 찾아와서 다 고백했으니까.




전정국
미안하다… 그게 다, 널 위한거라 생각했어.

박지민과 여주와의 관계,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걸 그동안 묵인하고 있었던 이유까지.

모든 걸 털어놓은 정국이 흐르는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며 말했다.


전정국
니가 기억해내면, 나를 다시 안 봐줄까봐…

항상 박지민만 봤잖아. 너.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정국에, 여주는 아무말 없이 정면만을 바라봤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나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쫒아가지 않았으면, 정국이에게 더 잘해주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김여주
…이제와서 털어놓는 이유가 뭐야?.

궁금했다. 20년을 이런 중요한 사실을 숨겼으면서, 이제와서 사실을 털어놓는 이유가.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전정국
…그날 보였어. 니 눈에서.

나한테서 멀어질 것 같은 눈이였어. 그래서, 더이상 돌이킬 수 없기 전에. 바로 잡아보려는 거야.

잠시 말을 멈춘 정국이 바닥에서, 여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새빨개진 눈으로 물었다.


전정국
…그래서, 나 많이 늦은거야?.


김여주
…….



김여주
…아니ㅎ.



우현은 말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반응과는 달라서. 여주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쪽이 원했던 반응이 뭐였는지는 모르겠는데_


김여주
이번에는 실패네. 권우현.

진짜 꼴깝이야. 사나운 여주의 시선이 우현의 눈에 닿자마자, 우현은 움찔거렸다.


김여주
디자이ㄴ, 아니, 이젠… 오빠라고 불러야겠네.

지민에게로 시선을 옮긴 여주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마음 고생 하느라.

저 말 따위가 뭐라고, 지금껏 고생한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인가. 지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박지민
…이번엔 니가 나빴어. 알지?…


김여주
응…ㅎ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가에 맺힌 눈물. 다가가 엄지 손가락으로 지민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김여주
이번엔, 내가 졌어.


++ 떡밥회수. 24화에서 정국이가 찾아온 이유는, 진실을 말해주기 위해서.

++ 그리고 25화에서 지민이가 말한 여동생은, 바로 여주였답니다!. 여주가 알고있었단 사실의 복선인거죠.

++ 여주가 ‘다행이네. 못생기지 않아서.’ 라고 말한 이유는, 지민의 눈에 자신이 이뻐보였단 사실에 안도한거에요!.

++ 휴우, 둘이 이어주기 까지 참 힘드렀네요!. 다음화부터는 여주와 지민의 연애 스토리입니다!. 당분간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