𝐖𝐎𝐑𝐓𝐇 𝐈𝐓 𝐂𝐎𝐌𝐏𝐀 크미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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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지 못하게 되었던 시기는 유난히 쓸쓸해 보였던 어느 가을, 여느 때보다 시린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쯤 내가 그의 새로운 임무를 전해 듣게 된 그날부터였다.

원래는 조직 내에서 해커 역할을 도맡아해내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킬러라는 역할로 바뀜 동시에 그 두가지의 임무를 같이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조직 보스의 비서이자 킬러였던 난 그의 역할이 다시 해커로 바꿔지기를 원했고 그런 날 말리며 자신은 정말 괜찮다고 고집을 부렸던 사람은 의외로 그였다. 이 사람이 원래 이럴 사람이 아닌데 오늘따라 대체 왜 그럴까. 한때 조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나는 그가 맡은 새로운 역할이 주로 어떤 임무들을 수행하고 또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그를 말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 나 당신이 동시에 두 역할 맡는 거 싫어. "

"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엄연히 나한테 내려진 임문데. "

" ᆢ힘들면 하지 않겠다고 말해도 돼. 내가 잘 말해놓을게. "

" 알았어요, 힘들면 그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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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듯 억지로 환히 웃으며 그러겠다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난 한쪽 가슴이 아려왔고 며칠 후 그가 킬러라는 새 임무를 통보받고 매번 조직에 불러나갈 때마다 그때부터 생기는 불안한 마음을 나는 애써 놓을 순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조직에 불려나간 그를 기다리며 의자에 가만히 기대어 앉아있던 난 가만히 3년 전, 참 우연 같았던 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려 보았다. 









***










활활 불이 타오르는 기둥 집 앞에서 권총을 손에 쥔 체, 숨이 차 바닥에 엎어져있던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일으켜준 사람은 다름 아닌  그때 시절의 그였다. 그는 현재와는 조금 달리 다른 조직에서 해커를 도맡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중이었다.


" 일어나, 불에 타 죽고싶지 않으면. "

" ᆢ여긴 나만 안내받은 곳일 텐데, 여긴 어떻게 나왔어요? "
" 입은 옷무새를 보니까 확실히 이곳 사람은 아닌 거 같긴한데. "

"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면 그런 질문은 삼가줬으면 좋겠는데. "


그때의 그는 엎어져 있던 날 보곤 무심히 내밀었던 손과는 달리 말투 속에 차가움이 섞여져 있었다. 그런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난 난 자신의 볼 일은 다 끝났다는 듯이 곧바로 사라져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응시했었다. 

그때의 나에게는, 어쩌면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닐까.














그를 의미심장한 곳에서 마주했던 1년 뒤, 마치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 같이 그가 우리 조직으로 옮겨왔다. 그때와 똑같던 해커라는 임무를 수행받은 채로, 우리 조직원에게 모습을 드러낸 그는 그 많던 조직원 중에서 나를 단번에 알아보더니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입고리를 시원하게 올려왔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와 많은 임무를 함께 했고 그가 우리 조직에 들어온 지 한 달째 되던 해, 그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항상 죽음이 난무했던 위험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서로를 의지하며 지켜왔던 우리는 1년 반의 연애 끝에 커져가는 서로의 마음을 못 이겨 서둘러 결혼과 마주했다.

그 투박했던 결혼생활에서 조차 먼저 날 배려하고 아껴줬던 그를 나는 정말 진심으로 의지했고 그도 날 의지했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절대 헤쳐나가지 못할 문제가 들이닥쳤다.


" 이번 임무가ᆢ뭐라고? "

"J. N."

" 거길 해커인 오빠가 왜 가는데. "

" 나 이제 해커 아닌 거 너도 잘 알잖아. "

" 오빠 이번 임무 우리 다시 한번만 생각해보자. "

" 나 진짜 괜찮아. "

" 뭐가 괜찮아. "
"거긴 한때 오빠랑 같은 킬러였던 나도 버거워했던 곳이라고! "

" ᆢ어쨌든 나한테 주어진 임무잖아. "

" 왜 목숨까지 걸고 그곳에 가려는 건데? "

" 이유 없어. 난 그냥ᆢ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것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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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에게 주어진 임무에 담긴 진짜 의미가 있을 텐데 난 그 임무 속에 숨겨진 꿍꿍이를 알고 싶었고 더군다나 목숨이 보장되지 않을 그곳에 가겠다는 그도 말리고 싶었다. 

'J.N.'이곳은 그 실력 좋다던 수많은 킬러들을 다 불러내어 그들을 상대한다고 해도 절대 비비지 못할 조직이었다. 근데 그의 임무가 J . N 조직의 비밀 문서를 알아오는 것이었고 그 임무에 대해 따라오는 것은 오직 권총 하나가 전부였을 것이다. 솔직히 전직 해커였던 그에겐 다르게 해석해 보면 오히려 쉬운 임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커에서 킬러로 직급이 바뀐 그에게 이 임무는 단순히 생각해 내면 자칫 큰일날 임무였다. 난 그 임무가 오직 보스의 단순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어리석은 행동의 임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그를 말리려 했던 것이였고 하지만 그는 그 임무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으면서도 굿이 그 속국 속으로 떠났다. 

난 그가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이 임무를 수행하려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함부로 알려고 할순 없었다. 그는 차마 그래야 했던 이유를 나에게 알리기 다소 많이 불편해 했으니까.














며칠 뒤 그는 불지옥 소굴로 들어갔다. 끝내 보스가 내려준 임무를 끝마치려 소굴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런 그를 위해 보스가 전해준 건 많은 동료들과 넉넉한 총들이 아닌 겨우 권총 한 자루 뿐이었다. 난 그것을 보고 화가 차올랐지만 그는 오히려 날 말리느라 애썼다.




너무나 화가 나고 서러워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지금 나에게 그는 남이 풀어준 죽음을 자기 스스로 들어갈려는 멍청하고 미련한 사람으로 밖에 안 보였다. 어떻게든 그곳에 가려는 그를 붙잡아서 이 임무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코트를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코트를 입으려는 내 손을 강하게 붙잡았다. 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우리가 위험해진다고, 무사히 다녀올 테니까 너는 절대 나서지 말라고 말이다.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점점 떨리다가 이내 멀어지고 멀어졌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그는 없었다. 아니, 내 눈앞에서 멀리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가 부탁하고 간 말을 절대 뿌리칠 수 없어 철저히 지켰다. 하지만 오히려 제 발로 날 찾아와 준 건 보스였다. 보스는 그 위험했던 소굴에 아무 장비도 없이 그를 보내곤 오히려 여유롭다는 듯이 나를 향해 싱긋 웃어주었다. 그런 그를 지켜보고 있던 난 당장이라도 진열장에 올려놓은 총을 꺼내 그의 머리를 박살 내 버리고 싶은 정도로 분노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내가 널 찾아온 이유, 알려줄까 은 비서? "

" ᆢ저와 아무 상관 없는 이유로 집을 찾아오셨다면 지금 당장 돌아가세요. 그리고 저는 더 이상 보스의 비서가 아닙니다. "

" 은 비서 남편 일인데도? "


보스의 입에서 그를 언급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마음 속 한편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지며 저절로 컵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었다. 보스는 그런 날 힐끗 쳐다보곤 다시 한번 그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주며 말을 이었다.


" 많이 궁금할 텐데. "

" ᆢ 전 그를 믿습니다. "

" 뭘 믿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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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살아있을 거란 확신을요. "

" ᆢ그거 참 안됐네. "

" 무슨 뜻이죠. "

" 뒷산 쪽으로 가는 오솔길 옆에 있는 곳으로 가봐. 그곳에 널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 "
" 아 그리고, 그에게 고마워해. 그는 곧 널 살렸으니까. "


솔직히 그때 보스가 하는 말이 이해가 안 갔다. 그냥 오직 내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 뒷산 쪽으로 가는 오솔길 옆. ' 이었고 난 코트도 입지 않은 체 정신없이 오솔길 옆에 있는 공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직 온기가 희미하게 남아있는 그가 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잔인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온몸에는 총자국과 칼자국이 동시에 구석구석 그어져 있었고 얼굴과 옷에 그의 피가 한가득이였던 것도, 난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내 곁에 다시 돌아왔음을. 

칼자국이 나있는 온기가 거의 빠져나간 그의 손을 꼭 붙잡고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아직 지켜야 할 것이 남아있었다. 나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을 내 배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가 나에게 남겨준 선물, 그리고 그가 지켜야 했던 생명이 들어있는 이 배에다가. 

아직 나는 그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그 따스했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며칠 후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그가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 아니,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 해석 ]

남준이 해커에서 킬러로 역할이 바뀜과 동시에 조직 ' J . N ' 에선 타깃이 여주로 결정되었고 그 소식을 알았던 보스는 차마 뛰어난 킬러였던 여주를 버리지 못했고 대신 그녀의 남편이었던 남준을 불러낸다. 보스는 남준에게 여주를 대신해 J . N 의 비밀문서를 알아오는 걸 핑계로 자신의 타깃이 되어 희생을 하라는 임무를 듣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남준은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 여주를 위해선 자신을 희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특히 자신의 아이를 품고 있는 여주를 위해서라도. ) 그렇게 여주를 살려내기 위한 남준의 희생은 시작되었고 보스는 이미 죽을 남준을 고려해 권총 한 자루 만을 지원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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