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세븐틴]ANGEL Of Guard.002

 상가는 벽 여기저기에 금이 가있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회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을 철문도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붉게 녹이 슬어있었다. 지수가 문을 두드렸다. 

"나가요. 어, 왔어요? 좀 늦었네요? 정한이 형이 엄청 기다렸는데!" 

"정한이가 많이 기다렸어? 야, 우리 정한이한테 혼나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아니겠지." 

"… 그래. 아니겠지." 

"맞아요. 정한이 형이 화난 것 같진 않았어요! … 아마도." 

"아마도라니, 불길하잖아." 

 유독 승철과 지수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한솔이 스마트폰 액정에 뜬 알림을 확인하고는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일단 들어가요. 방금 정한이 형한테 메시지 왔는데 문 앞에서 그러지 말고 들어오라는데요." 

"와, 얘 무섭다. 진짜…. 그래, 들어가자." 

"저는 먼저 정한이 형한테 내려갈게요. 지하실에서 준비하고 있죠?" 

"어? 어. 음…, 맞다! 오면 전해달라고 한 말 있었는데!" 

"뭔데?" 

"어…, 그러니까…." 

 햄스터를 닮은 소년이 현관 복도에 멈춰 골똘히 생각하고 서있었다. 그때, 씻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머리의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아이가 소년의 옆에 와서 섰다. 

"순영이 형, 그 몇 마디 못 외워서 그러고 있는 거예요?" 

"아니야! 알거든? 알아!" 

"뭔데요." 

"그러니까…." 

"거 봐요. 기억 못 하죠?" 

"씨…." 

 순영은 아이를 흘끗 째려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가 순영의 뒤를 빤히 바라보다 일행의 방향으로 눈을 돌려 말을 이었다. 

"정한이 형이 전하라는 말, 그대로 전할게요. '승철아, 지수야. 너희는 분명히 선발대인데 왜 지금 오니? 둘은 오늘, 나랑 지하 체력 훈련장에서 1대 1 면담 좀 하자.'라고 했어요." 

"…어우, 야. 난 차라리 죽을래." 

"하하,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 안 죽이겠지?" 

 승철과 지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승철이 아이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말했다. 

"아, 그럼 찬아. 내 명복 빌어준다는 생각으로 설후 좀 지하실에 데려다 놔주면 안 돼?" 

"아니, 왜 매번 힘쓰는 일은 나한테만 주야장천 시켜요? 내 고유 능력이 만만해요?" 

"알겠어, 다음부터는 적당히 시킬 테니까 이번만. 응?" 

"저 봐, 안 시킨다는 말은 죽어도 안 하려고. 직접 하세요. 명복은 따로 빌어드릴 테니까." 

"… 쳇." 

"… 하아, 막내랑 싸우는 주제에 그러고도 맏형이에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명호가 지친다는 표정으로 쏘아붙였지만 승철은 못 들은 체하며 시선을 피하고는 석민에게 말했다. 

"석민아, 수면 유지하는 거 안 힘들어?" 

"네? 괜찮아요! 아직 두 시간은 거뜬한데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빨리 끝내고 쉬자." 

 현관 복도를 지나자 넓은 거실이 나왔다. 상가로 밖에 보이지 않던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넓은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상가 건물을 기반으로 리모델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외부에서 이어지는 계단뿐이었다. 한편 승철이 찬과 싸우고 있을 때, 한솔은 지하실로 내려갔다. 

"정한이 형, 먼저 준비하고 있었어요?" 

"어, 왔어? 고생했어. 피곤할 텐데 부탁해서 미안해." 

"아뇨, 괜찮아요. 오늘은 굳이 능력 쓸 필요가 없어서 힘들 일도 없었는걸요." 

"그렇지만…. 아, 그러면 최대한 환영이 덜 움직이는 쪽으로 할까? 신경 써서 하기는 힘드니까 말하는 건 다른 사람한테 맡겨." 

"그래도…." 

"그런 표정 하지 마. 너만 특별 취급하는 거 아니니까. 오늘 나갔다 온 애들 다 가드 쪽 준비가 많이 된 상태라 힘들었을 테니까, 조금 쉬라고 이런 말 하는 거야." 

"네…." 

 한솔이 정한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무언가에 집중했다. 한솔이 눈을 떴을 때는 정한의 눈 앞에 사람의 형체로 추정되는 그림자만이 소리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음, 인원이 더 많아 보이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너무 그림자처럼 움직여. 아예 움직이지 않게 해도 될 것 같은데?" 

 정한은 한솔의 환영에서 고칠 점을 말해주며 어느 한 점을 바라보면서 웃었다. 놀라운 점은 한솔이 처음 있던 자리에서 한참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환영 때문에 그가 보이지 않는데도 환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 한솔이 서있는 자리를 보고 웃었다는 것이었다. 한솔이 환영을 거두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할게요. 아, 형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 

"응?" 

"… 아니에요. 추가로 고쳤으면 하는 점은 없어요?" 

"음… 딱히…? 아, 그게 낫겠다. 그렇게 하자." 

"… 말을 해요. 그렇게라고 하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렇게 하면 설후가 너무 벽으로 붙게 돼. 방 가운데에 설후가 있어야 감시가 편하니까. 한솔아, 너는 우리 인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환영을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아?" 

"음…. 환영 사이사이에 끼어있으면, 될 것 같은데요?" 

"맞아. 그럼,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환영 속에 들어가야겠죠. 저도 포함해서." 

"환영 시전자는 환영 속에 머무를 수 없다며. 그건 어떻게 할 거야?" 

"제가 서있는 자리에 제 환영을 보이게 하면 되죠. 전에도 자주 했고요. 그리고, 잠시 머무르는 것 정도는 되거든요." 

"그렇게 해줄 수 있어?" 

"당연하죠.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에요?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되지." 

"아, 동생이 있어서 습관적으로…. 기분 상했다면 정말 미안해." 

"괜찮아요. 그런데…." 

"응? 뭔데?" 

"형, 고유 능력 진짜 하나뿐이에요? 환영 속에 있는데 어떻게 제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처음엔 환영을 풀었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놀랐어? 조금 미안해지네. 그렇지만 내 고유 능력은 전에 말했다시피 하나뿐이야. 정말로." 

 한솔은 못 믿겠다는 듯 정한을 바라보았지만 막상 그 시선을 받는 본인은 그게 뭐 별거냐는 양 뻔뻔한 낯이었다. 그 반응을 본 한솔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할 말이 떠올랐는지 정한에게 다가갔다. 

"그보다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왜 안 올까요? 온 지 30분도 넘었는데." 

"그러네. 적어도 3시 30분까지는 오라고 공지했는데, 어떻게 한 명도 안 오지? 기다리고 있어, 데리고 내려올게." 

 정한이 문고리로 손을 뻗는 도중에 문이 벌컥 열렸다. 문에 이마를 찧고 넘어진 정한을 발견한 것은 문을 연 석민이었다. 

"늦어서 죄송합… 헉, 형? 이마 박았어요? 문에? 많이 아파요? 진짜 미안해요…." 

"석민아, 조심 좀 하고 다니자…. 그보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게… 진짜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밥시간이 미뤄질 뿐이지…." 

"진짜요? 더 빨리 올 걸…." 

"괜찮아. 더 일찍 왔어도 똑같았을 거야. 아직 승철이랑 지수가 안 왔거든." 

"아직도요? 저희보다 일찍 출발했는데?" 

 찬이 당황한 듯 가장 뒤에 들어온 승관을 바라봤지만 승관도 모르는 눈치였다. 정한이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 얘네 대체 뭘 하느라 늦는 거야?" 

"그러게요…." 

 말없이 기다린 지 5분이나 지났을까, 열린 문을 넘어 설후를 안아 든 승철과 지수가 들어왔다. 

"야, 너희. 내가 몇 시까지 오라고 했는지 기억 안…." 

 말문이 턱 막힌 듯 정한이 입을 다물었다. 나머지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지하실에 정적이 흘렀다. 명호가 입을 열었다. 

"형, 설후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승철이 형은 알 것 같은데." 

"어… 포박당했지…?" 

"묶은 사람… 은 알겠으니 됐고, 그 끈은 어디서 났을까요?" 

"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요." 

"아마도…." 

"아마도요?" 

"내 방 창고…." 

 둘의 대화를 듣던 승관이 정한의 눈치를 봤고, 지훈은 말없이 마른세수를 했다. 저 모지리를 어쩌면 좋지. 어디선가 한탄스러운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최승철 30분 추가." 

"아니, 내가 끈을 준 게 아니라 쟤가 창고 뒤져서 꺼낸 거라고! 난 저런 게 내 방 창고에 있는지도 몰랐어! 아, 그, 민규야. 넌 알잖아. 내가 창고 정리 안 해서 앞쪽에만 내 물건 있고 그 뒤에는 전 건물 주인이 두고 간 물건이 대부분인 거!" 

"… 진짜지?" 

"마, 맞아요. 정한이 형. 승철이 형이 저 안쪽을 어떻게 치우냐고 그냥 두면 안 되냐고 그랬었어요! 그래서 물건은 다 문 앞쪽에만 뒀었어요. 진짜요." 

"… 알겠어. 앞으로는 그런 거 눈에 안 띄게 조심해. 30분 추가는 취소할게. 모르고 말해서 미안해. 승철이 대신 지수는 나랑 10분만 더 얘기하자." 

 둘 사이에 희비가 갈렸다. 반면,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원우가 옆에 있던 순영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야, 뭔 일이길래 저렇게 필사적이야?" 

"매듭은 군 포승줄 매듭이라 넘어간다 쳐도, 설후 포박한 끈이 그… 채찍이라서 그런 건데, 솔직히 그렇게 취급은 안 해줘도 성별이 다른데 그런 걸로 묶으면… 좀 그렇잖아?" 

"… 아하." 

 정한이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고는 설후를 바닥에 눕혀 포박을 풀었다. 

"애초에 청테이프가 있는데 굳이 힘들여서 묶어? 이따 푸는 것도 일이잖아. 그럴 시간에 일찍 내려와서 준비하는 거나 도와주던가. 청테이프 끊어져도, 고유 능력은 장식이야? 다시 제압하면 되잖아… 잠시만. 석민아, 제어 몇 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한… 30분 정도?" 

"15분이라… 얼마 안 되네." 

"아니, 30부, " 

"그래. 알겠어, 무리하지 마."

 석민에게 스치듯이 대답해주고는 몸을 돌려 모두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승관아, 옆 창고에 파란색 상자 있거든? 그거 들고 오고, 한솔이는 이리 와. 계획 조정 좀 해야겠다. 준휘는 테이프로 손만 묶어줘. 다리는 가만 두고. 석민이는 저기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고." 

 모두가 정한의 말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석민은 자신이 제어 시간을 불려 말했다는 것을 정한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하면서도 눈치를 보다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설후를 벽에 최대한 붙여 앉힐 거야. 한솔이가 설후 쪽에 최대한 가까이 서있고. 티 나지 않는 선에서 붙어있어야 해." 

 한솔은 정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바라보면서도 그의 말에 따라 환영을 조정했다. 

"음, 이 정도면 괜찮아요?" 

"좋아. 그리고, 베일 대신에 승관이가 가져온 상자 안에 있는 가면 쓰고." 

"알겠어요." 

 준비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쓴 가면을 정비하며 정한이 신호를 보내자 석민은 그에 맞춰 수면 제어를 해제했다.




*




이름(나이)-최승철(28)
코드네임(가면)-논엘 Non-el(위 얼굴만 가리는 검은 가면)
고유 능력-염수력(상태변화 O)

이름(나이)-윤정한(28)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

이름(나이)-홍지수(28)
코드네임(가면)-오파님[오프] Ofanim(왼얼굴을 가리는 옅은 회색 가면)
고유 능력-???(??후방지원??)

이름(나이)-문준휘(27)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

이름(나이)-권순영(27)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

이름(나이)-전원우(27)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

이름(나이)-이지훈(27)
코드네임(가면)-논엘라 Non-Alla(??)
고유능력-???(??)

이름(나이)-서명호(26)
코드네임(가면)-케루빔[켈] Cherubim(후드티 마스크)
고유 능력-외형 변형(모든 생물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이름(나이)-김민규(26)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

이름(나이)-이석민(26)
코드네임(가면)-논엘루 Non-ellu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가면)
고유 능력-수면(상대를 잠재운다.)

이름(나이)-부승관(25)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

이름(나이)-최한솔(25)
코드네임(가면)-버추즈[벨] Virtuese(짙은 보라색 베일)
고유 능력-환영(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이거나 들리게 한다.)

이름(나이)-이찬(24)
코드네임(가면)-???[?] (??)
고유 능력-???(??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