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2020. 안생. 모든 권리 보유.
※로맨스, 썸 일절 없는 휴먼 장르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꿈이 없어도 괜찮다.
공부를 못해도 괜찮다.
네가 가진 것엔 그 만한 가치가 있으니.


"부러워, 꿈이 있다는 게."
서영에겐 어렸을 때부터 늘 곁에 있었던 꿈이,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다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석진에게서 깨달았다. 하지만 넌 꿈보다 더 현실적인 것을 가졌으니.
"··· 나도 공부 잘하는 사람 부러워."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니까."
***
"아빠, 제정신이야?"

"어떻게 중간고사 시험지를 뇌물을 주고 받아올 수가 있어?"
하연은 1학기 중간고사 시험지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자신의 실력을 못 믿는 건지, 아니면 믿기 싫은 건지. 학교한테 돈을 주고 시험지를 받아오다니, 이건 걸리면 하연의 이미지는 물론 서울병원이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너보고 풀라는 거 아니야."
"전교 1등 김석진 걔 네 반이지?"
"··· 아빠."
전교 1등 석진과 전교 2등 하연. 하연은 자신의 위에 있는 석진에게 아무런 적대감도 없다. 나는 걔가 싫지도 않은데 왜 아빠 혼자서 걔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

"나 2등이면 돼, 1등까지 안 바라."
"어떻게 2등에 만족해, 2등을 했으면 당연히 1등까지 노려야 하는 거 아니야?"
하연은 제 뜻을 완벽하게 무시해버리는 자신의 아버지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지 못해 분한 하연은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
다음날
쉬는 시간, 하연은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교무실을 나서며 담임의 석진을 불러오라는 말에 곧바로 교실로 돌아가 공부를 하고 있는 석진의 앞에 섰다.

"김석진, 너 담임이 불러."
석진이 대답하고는 반을 나섰다. 하연은 혹여나 석진이 다시 교실로 돌아올까 봐 반을 나서는 석진을 주시하더니 앞문에 서 복도로 고개를 내밀고 교무실로 향하는 석진을 계속해서 보았다.
하연은 석진이 교무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교실이 시끄러워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틈을 타 자신의 가방에서 시험지와 답지를 꺼냈다.
***
종례시간
시끄러운 종례시간. 담임이 종례를 하기 위해 반으로 들어오자, 반 학생들의 눈치를 보던 하연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담임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 지갑이 없어졌어요."
하연의 그 한마디에 반에 있던 학생들이 짜증을 내며 자신들의 가방을 책상 위로 올렸다. 그리고 앞에 서 있던 담임이 복도쪽에 있는 줄부터 차례대로 학생들의 가방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석진의 자리 앞에 선 담임이 석진의 가방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꽤 두꺼운 종이뭉치에 기출문제겠거니, 하며 꺼내어 살펴 보더니 분위기가 싸해져 석진에게 물었다.
"··· 김석진, 너 이거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석진이 종이를 받아 보더니, 그건 2020년 1학기 중간고사 전과목 시험지였다. 그리고 과목별 뒤엔 답지까지, 이게 왜 자신의 가방 안에 있는 건지 전혀 알 리가 없는 석진은 놀란 채 시험지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뭐···."
"중간고사 시험지랑 답지를 왜 네가 갖고 있어?"
이 말에 반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얼음이 되었다. 전교 1등의 가방에서 아직 보지도 않은 시험의 시험지와 답지라니. 이것은 분명 석진을 1등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학생들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미X, 김석진 내신 거품이었어?"
"야 설마, 지금까지 시험 본 거 다 저걸로 해서 만점받은 거 아니야?"
"와, 소름. 그러면 진짜 고발 각이다."
"다들 조용히 해."
담임이 소리를 지르며 조용히 하라고 말하자, 주범인 남학생 두 명은 물론 수군거리던 모든 앞뒤 옆까지 가리지 않고 대화하던 학생들이 입을 다물며 몸을 앞으로 돌렸다.
"백하연, 네 지갑 이거야?"

"어, 네, 네. 그거 제 지갑이에요."
담임은 일단 석진을 지나친 뒤 가방을 검사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흰색 지갑을 보고는, 그것을 들고 하연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하연은 얼버무리며 대답했고, 지갑을 하연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담임은 교실 앞으로 가 교탁에서 출석부를 챙긴 뒤 석진의 자리로 가서 시험지와 답지를 챙긴 후 석진에게 말했다.
"김석진 따라와."
담임을 따라 석진이 가방을 갖고 나가자 잠잠해졌던 학생들이 한순간에 시끄러워졌다.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학생, 친구들과 말하며 석진을 까내리는 학생, 심지어는 SNS 학교 페이지에 메세지를 보내는 학생도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빠르게 3학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들은 믿음이 너무 강해서 정확히 무엇을 믿는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 모두 완고함에만 빠져있었다.
- 루이스 어드리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