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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질리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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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질리먼시
상대의 마음을 읽는 주문















나는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함을 가졌다. 뭐, 그것도 상대와 몸이 닿아야 읽히는 거였지만. 막 태어났을 땐 그 누구도 몰랐다.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나이가 되자 점점 발현되기 시작한 능력을, 우리 엄마는 꽁꽁 감추는데 애썼다. 이거 하나 감추겠다고 나 혼자 사람 몇 살지 않는 외진 곳까지 보낸 걸 보면.

겨우 열여덟이었다.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는데… 나는 갑작스레 보내진 이 곳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 게 불만이었고, 내게 주어진 능력을 더욱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촌구석에도 고등학교가 존재한다는 거였다. 전학 수속을 밟고, 들려오는 소문을 보니, 그 고등학교 전교생이 딱 일곱 뿐이란다. … 젠장.

인생이 이렇다 보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게 이 능력은 특별함이라기보다 저주에 가까운, 아주 소름끼치고 끔찍한 것이라고. 모두의 가식과 거짓을 읽어내는 게 특별함이라면 절대로 특별하고 싶지 않았다.





“내일이었던가…”





외진 곳에서 혼자 지낼 딸이 걱정되긴 하는 건지 학교 근처에 조그마한 집을 알아봐 준 우리 엄마다. 화장실 하나에 방 두개, 분리되어있는 주방과 거실. 혼자 살기엔 조금 큰 집이었지만 나름 아늑해 좋았다. 아직 뭣도 없는 집이라 챙겨온 컵라면을 끓여 먹고서 두꺼운 이불을 깔고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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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안 닿으면… 괜찮겠지?“





원하지 않던 순간에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꽤 슬프고, 억울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 능력은 내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고, 모든 마음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다가오는 애들도, 괜찮다 싶은 애들도 몸에 살짝만 닿으면 그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읽혔으니. 애초에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자체가 내겐 허락되지 않은 셈이었다.

캄캄한 천장을 바라보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나도 평범하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웃을 수 있다면,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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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복을 입고 가방까지 야무지게 맨 뒤, 낯선 곳을 향한 첫 걸음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교문에 발이 닿자 보이는 넓은 흙밭인 운동장을 넘어 꽤 커다란 본관 건물에 깜짝 놀란 것도 잠시,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싱긋 웃어보였다.





“네가 여주니?”

“아, 네…“

”서울에서 살다 와서 좀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점점 익숙해질 거야. 혹시 우리 학교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전교생이 일곱명이라는 것만 알아요.“

“그 정도면 다 아네! 알다시피 우리는 학생수가 적어서 반이 딱 하나야. 선생님도 몇 없고. 내가 담임이니까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쌤한테 오면 돼, 알겠지?“





처음 본 담임쌤의 모습은 친절한 것 같다 외에는 별 생각 없었다. 선생보다는 앞으로 함께 지낼 친구들이 훨씬 궁금했으니. 담임쌤은 간단한 소개 후, 나를 데리고 반으로 향했고, 쿵쾅대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반으로 입성했다.

쫄렸다. 그것도 엄청. 학생수가 적으면 안 좋은 점이 그들끼리 똘똘 뭉쳐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내가 끼어들 자리는 당연히 없을 테고. 그렇게 되면 나는… 저절로 왕따…?!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강제적으로 전학 온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왕따라니. 시선은 바닥으로 내리꽂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며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담임쌤의 말과 함께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안ㄴ…”





말문이 턱 막혔다. 학생수가 적은 건 너무 잘 알고 있었는데… 그게 다 남자라고는 아무도 얘기 안 해줬잖아! 두 눈이 동그래진 나와 비슷하게 그들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전학생이 온 것도, 심지어 여자일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 김여주야. 앞으로 잘 부탁해.”

”여주는… 저기 중앙에 앉으면 될 것 같고, 오늘 수업은 너네들이 여주 학교 구경시켜주는 걸로 퉁치자. 쌤은 교무실에 있을 테니까 뭔 일 있으면 찾아와-.“





그렇게 반에는 남정네 일곱과 전학생인 나만 남게 되었다. 아니, 무슨 쌤이 저래? 당황스러울 정도로 제멋대로인 담임쌤에 교탁 옆에 서서 눈만 끔뻑일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고 비어있는 자리로 가 앉았다.

하필 자리도 중앙이라 일곱이 나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어색함에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다같이 맞추기라도 한 듯 나를 보는 일곱의 시선이었다.





“혹시 나한테 할 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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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 학교에 전학생이 온 게 처음이거든. 좀 신기해서.“

“나도 신기해. 여자 한 명은 있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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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겠냐. 이렇게 된 거 잘 지내보자.“

“그래, 다 좋은데 너네 이름이 뭐야?“





그제서야 아차 싶은 모양이었다. 나는 전학생이라 이름을 말했다지만 그들은 내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으니. 그들은 한 명씩 돌아가며 이름을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향해 웃었다. 그들의 이름은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하나 같이 예쁜 이름들이었다.

소개를 마치고, 우리는 다같이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들이 설명해주는 학교의 가장 큰 시스템은 일주일에 하루, 각자 택한 동아리 수업을 듣는 것과, 가을 축제였다. 곧 축제 시즌이라고 했던 것도 같고…?

이상하게 나는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서로 장난치며 밝게 웃는 모습에 나 역시 그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나는 얘네가 부러웠던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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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쯤, 나는 그들과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임과 동시에 거지 같은 능력 때문에 사람들을 두려워하던 내가, 그들 앞에서는 베시시 웃어버리고 말았다. 마냥 그들이 좋아서, 좋은 애들인 것 같아서 쌓아둔 벽을 허물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의심과 두려움이 가득 들어차 있었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였다. 그들에게 두려움을 꺼내 보이고, 잔뜩 날을 세운 건. 내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어 전정국의 말을 듣지 못한 때, 전정국은 아주 잠깐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주, 밥 먹으러 가ㅈ,“





탁-! 내 어깨에 닿았던 전정국의 손을 쳐냈고, 점심 메뉴에 대한 주제로 시끄러웠던 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실수였다. 나는 절대 전정국의 손길이 싫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그의 마음을 읽어버릴까 무서워서 그랬던 거다. 난 너네가 마음에 들었는데, 전정국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을까 봐 두려웠다. 전정국도 예전 그들과 다를 게 없을까 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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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전정국, 너 뭔 짓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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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나 뭔 짓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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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왜 그래. 괜찮아?”





이어폰 줄을 쭉 잡아 당겼다. 내 양쪽 귀에서 이어폰이 빠졌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데 모여있는 그들의 곁에서 뒷걸음질쳤다. 지금, 나는 모든 게 겁났다. 





“김여주, 무슨 일인데. 너 표정 되게 안 좋아.“





내 얼굴이 사색이 된 걸 확인한 김남준은 표정을 굳히고 성큼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도 한 걸음 뿐, 본인이 가까이 다가갈 수록 내 몸이 심하게 떨린다는 걸 알아챈 김남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게 다가오려는 다른 애들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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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보건실 갈래?”

“야, 가지 마.”

“애 상태 안 좋아보이는데 보건실이라도 데려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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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우리가 다가갈 수록 더 떨고 있어.“





이중 가장 눈치가 빠른 김남준은 내게 가까이 오려는 정호석을 한쪽 팔로 제지한 채, 나를 주시했다. 김남준의 말에 모두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고, 나는 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그, 내가 사람들이랑 몸이 닿으면 좀 힘들어서… 미안, 정말 미안해……”





나는 앞문을 통해 그대로 도망치듯 반을 뛰쳐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믿으려고 할까 싶었고, 혹시나 나를 마녀처럼 생각한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그러다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에 달리던 발을 멈췄다. 아…





“이미 다 끝났구나.“





허탈한 웃음이 내 입가에 자리잡았다. 내가 그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버린 이상, 나는 다시 그들과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걔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뻔했기에. 나는 전정국의 손을 대놓고 쳐낸 것도 모자라 그들을 두려워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도망치기나 했고.

그들은 분명 나를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나를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그랬으니. 그들 역시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이렇게 태어난 자신을 미치게 증오했다.





“이딴 능력… 필요 없단 말이야…… 평범하지 못한 내가 너무 싫어…“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꼴에 학교라고 소리내 울지도 못하는 내가 한심할 뿐이었고, 와중에도 그 일곱명이 상처받진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이제라도 반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조퇴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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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나가기 싫어졌다. 분명 며칠 전만 해도 서울보다 낫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또 마음이 바뀌었다. 이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려나… 몸을 이불로 꽁꽁 싸맨 채, 한참을 중얼이다 핸드폰을 들어 담임한테 연락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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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었다. 몸이 아프긴 커녕 쌩쌩해 탈이었지. 어제 집에 온 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누워만 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했다. 바깥 구경이라도 할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후드티를 걸쳐입고 슬리퍼를 끌며 밖으로 나섰다.





“이런 촌구석도 안 되면 난 이제 어디로 가야 돼?”





집 앞 마당을 넘어 울퉁불퉁한 흙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니 어느새 학교 옆 정자에 도착해 있었다. 하필 와도 여길 오냐는 생각에 주먹으로 머리를 퍽퍽 쳤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아직 점심시간도 아니었고, 이 시간에 그들을 마주칠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고 정자에 몸을 기댔다.

정자 나무 기둥에 등을 대고 무릎을 끌어 안았다. 맑은 날씨에 선선한 바람, 솔솔 풍겨오는 풀내음과 귀를 간질이는 풍뎅이 소리까지. 복잡했던 머리가 점차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 한 번 읽어라도 볼 걸.”





머리가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니 어제의 일이 드디어 후회됐다. 전정국의 손이 닿았다고 그렇게 나를 날을 세울 게 아니라 좀 두렵더라도, 누구든 떠나보내더라도 한 번 읽어나 볼 걸 그랬다. 걔네라고 똑같을 거라는 내 생각이 흥분한 상태에서는 너무나 확고했던 모양이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들을 쳐낸 걸 죽도록 후회하고 있었을 때, 바로 옆인 학교가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일 게 분명했다. 오늘 수업에 체육이나 야외 활동이 있었나… 입술을 쭉 내밀고 한참을 고민하다 정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 몰래 살짝만 보고 오지, 뭐.

땅에 찍찍 끌리는 슬리퍼에서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었다. 교문 뒤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어 보니 그들은 손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쥐고 운동장을 떠돌고 있었다. 대체 어떤 얘기를 하고 있길래 저런 표정들이 나오는 건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때마침 그들은 교문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나는 기회다 싶어 몸을 교문 뒤에 숨긴 채,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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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주 왜 안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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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때문에 상처 받아서 안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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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 그나저나 걔 어제 엄청 떨던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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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럼 우리 좀이따 여주한테 가볼래?“

”오~ 김태형~~“

“하, 쩔었냐? 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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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긴 무슨. 너 김여주네 아냐? 하다 못해 전화번호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가, X신아.“

“… 그럼 어쩌라고! 김여주 걱정돼 죽겠는데!!“

“너만 걱정되냐, 우리도 걱정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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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김여주에 대해서 아는 게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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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얼마 안 됐으니까 당연한 거지. 앞으로 여주랑 더 가까워지면 되는 거고.“





하마터면 소리내 울 뻔 했다. 나는 내가 없으면 그들은 알아서 잘 지낼 줄 알았다. 내가 전학오기 전으로 돌아가 그들끼리 하하호호 떠들며 지낼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저 걱정들이 설령 다 거짓일지라도 평생 친구들의 걱정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나였기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끅끅 대며 울었다.





“진,짜… 짜증,나아-.“





이미 눈물로 잔뜩 젖은 후드티를 손으로 꼭 쥐었다. 회색이라 눈물 자국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지만 지금 내게 그런 건 상관이 없었다. 팔로 눈가를 벅벅 닦아내 시뻘개진 눈가로 교문을 넘어 그들의 앞에 섰다.

일곱은 내가 이런 차림새로 갑자기 나타날 줄 몰랐던 건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토끼눈을 하고 우르르 달려왔다. 와중에 어제 내가 몸이 닿으면 힘들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지 걱정의 말을 건넬 뿐, 내게 닿지 않으려 애썼다.





“얘들아, 나 너네 한 번씩만 안아봐도 돼…?“





당황하는 게 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긴 어제까지만 해도 손 한 번 닿았다고 겁 먹고 도망갔던 애가 갑자기 안아봐도 되냐니. 나 같아도 어이없고 이상하게 느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고, 만약 내 선택으로 인해 심장에 가시가 박히더라도 온전히 내가 가져갈 고통이었다.

여전히 겁난다. 또 여전히 두렵다. 혹여나 그들이 겉으로만 그런 척하고 있는 거라면, 품에는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라면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나는 차례로 그들을 끌어 안았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두 눈까지 꼭 감은 채로 말이다.

틀렸네. 내가 틀렸어. 일곱명 모두의 진심을 들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였다. 흙바닥인 운동장에는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 방울들이 동그란 자국으로 남았고, 나는 엉엉 소리내며 흐느꼈다.





“내,가… 내,가아…. 미안,해애-. 내가, 너,네르을……“

“네가 뭐가 미안해, 여주야.”

“그래. 네가 우리를 뭐 어쨌다고, 응?“

“내,가 너네 마음,을… 의,심했어. 미,안해….“





그들은 내가 왜 이렇게 우는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겐 없는 능력이자 저주를 내가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쓰러질 듯 울어대는 이유는 나만이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들을 한 차례 안은 순간, 내 귓가에는 다른 듯 비슷한 마음들이 읽혔다. 걱정, 당황, 그리고 조그마한 떨림. 난생 처음으로 읽힌 순수하기만한 마음들에 나는 한없이 심장이 뛰었다. 내게 그들은 버리고만 싶었던 능력을, 저주로만 느껴졌던 이 능력을, 처음으로 사랑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이었다.















위 글은 CALLIOPE 크미로 쓰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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