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낙원

ep.07 [ 안녕, 나의 낙원 ] by_날다람쥐현씅씅

'뒤에 봐, 뒤에 보고도 너 아무것도 안했어?'

'...!'

by_날다람쥐현씅씅


에피소드 7


“이게 시작인 거야. 이 사람 하나 무너뜨리는 게 다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무너뜨리는 게 우리의 목적이야.”



강하게 살아남아야만 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여주에게 윤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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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거. 꼭 증명해내자. 할 수 있어.” 


“... 맞는 말이네. 돈이 다가 아닌, 권력이 다가 아닌 세상. 누려보고 죽어야지. 억울해서 살겠어?”



그제야 싱긋 웃는 여주이기도 했고.










***









다음 날 기사는 온통 윤종철로 도배되어 있었다. 비리 국회의원, 돈에 미친 자, 돈에 눈이 먼 살인자. 전부 사실이지만 어차피 거짓이 될 이야기. 모함으로 바뀔 이야기. 하지만 이번은 다를 것이다. 처참히 끌어내려 나와 같은 바닥을,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이곳을 벌벌 떨며 기어다니 게 만들리라. 여주는 이윽고 다짐함에, 더하여 혼자가 아니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여주야, 성공이야. 이제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고 나머지도 풀어서 완전히 바닥을 기게 만들자!” 


“협박할 것들은 전부 준비해뒀어. 시작만 하면 돼.” 


“이제 전부 갈아엎자고.”



힘차게 파이팅 한번 외치고 희망에 가득 차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일은 너무도 순조로웠다. 이게 맞는지 의심하기도 전에 술술 풀려나가는 것은 어쩌면 희망 고문에 가까웠다.



“협박문 발송 완료. 이제 벌벌 떨겠지?” 


“10억이면 그래도 타격이 좀 있을 거야.”



상상도 못 해본 액수가 조그마한 타격. 심히 코웃음이 났다. 어이없잖아.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있는 그 새끼가.



“협상 따윈 하지 말자. 돈을 받아도 뿌리고 돈을 안 줘도 뿌려. 나락까지 내려버릴 거야.”



그 때에 내 감정은 말로하기 어려울 만큼 불타올랐다. 비록 지금은 윤종철이어도 하나하나 긁어먹을 놈들 생각하니, 그동안 나와 같은 사람 밝고 살았을 그들을 눌러 버릴 생각 하니 필히 바꿔버려야겠노라 다가왔다. 하지만 그 시작이 윤종철임은 나에게 있어 자존감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는 책임감, 간절함과 이루어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것들. 변명은 필요없다. 더 이상 이런 세상에서 살기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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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답장이 왔어. 돈은 얼마든지 주겠대. 내일 밤 9시 00창고에서 보자는데?”



그리고 윤종철은 미끼를 문 셈. 생각보다 간단하다고는 느꼈다. 일이 쉽게 흘러감은 알았다.



“간다고 해. 그 대신 혹시 모르니까 단체로 가진 말자. 나 혼자 갈 테니까 너희는 내가 돈을 받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정보를 퍼뜨려. 윤종철은 살인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게다가 돈도 없는데 보아하니 경찰도 쫓고 있을 테니 윤종철은 완전히 끝이겠지.” 


“독 안에 든 쥐 꼴이겠네. 설마 또 사람을 건들진 않겠지? 더 난리 나는 꼴을 볼 순 없을 테니 몸은 사릴 거야.” 


“끝까지 해보자!”



그러나 우리가 경솔한 거였다. 왜 뭣도 모르고 덤빈 건지. 불가능을 철이 없었다라고 포장해야 할 신세인지도 모른다.










***









“나 잠깐 밖에 갔다 올게. 먹을 거라도 사오게.” 


“그래? 뭐 사올거야?” 


“올 때 멜로나~” 


“그럼 나는 빙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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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아이스크림 사온대? 나는 설렘.” 


“아니 이것들아 밥 사올 건데 뭔 멜로나야"



대낮부터 밥도 안먹고 아이스크림이 웬말이냐고.



“아, 아이스크림도 사와 그럼” 


“밥을 먹었으면 아이스크림 국룰이지.” 


“밥 말고 멜로나 먹을래” 


“아 뭐야 설렜잖아. 그니까 설렘도~”



장난하냐. 이것들이 이럴 땐 참 잘도 맞는다.



“응, 안 사올 거야”



그대로 나는 아지트 밖으로 나왔다. 보니까 근처에 새로 분식집 생겼던데 거기서 뭐 좀 사 가게. 문득 전단지를 본 것이 생각나 한번 가보기로 했다. 떡볶이에 순대, 튀김 정도면 만족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 또한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음식을 사간 채 돌아간 아지트는 차가운 적막 뿐이었다. 당했구나. 설마 진짜 찾아오리라곤, 이 낮에 오리라곤 생각도 못 했단 말이다. 온몸이 싸해진다. 두려움에, 무서움에 말을 잃는다.



“윤여주 나와”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끝내 다리에 힘이 풀린다.



“...윤종철..?” 


“이름도 부르고, 내가 많이 만만 해졌나봐 여주야?” 


“니가 어떻게 여길..” 


“너 같은 애송이는 내 손바닥 안이야, 여주야. 빨리 그거 내려. 니 짓인 거 다 알고 있어.”



망했다. 시발. 빨리 머리를 굴려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정말로 죽을 지도 모른다.



“무슨 소리에요... 큰아빠... 저는 정말 몰라ㅇ...”



다급함에 일단 부인한다. 제발 아무일도 없어야 한다. 저 자식이라면 뭔 짓이든 할게 분명하니까.



“니 짓인 거 다 알고 왔으니까 빨리 얘기해, 애들 다 끌고 오기 전에,” 


“안 했다니까요...?” 


“뒤에 봐, 뒤에 보고도 너 아무것도 안 했어?”



안그래도 뛰는 심장 순간 철렁했다. 압박감과 함께 뒤를 돌았다. 설마. 정말로. 아닐 거야. 도망갔을 거야. 제발. 


허나 역시나 이변은 없었다. 처량한 네 명이 피를 뒤집어쓰고 온몸이 묶여 내 앞에 있을 뿐이었다.



“니 친구들 죽는 꼴 보고 싶니?”



미친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럴 수가 있을까. 우선 이성을 잡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다.



“네 아비 꼴 되는 거 보고 싶구나?” 


“닥쳐!”



그러나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감히 누굴 그 더러운 입에 올려. 욱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주야. 네가 화를 낼 때가 아니야. 알잖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장난 하는걸로 보여?”



나는 꽉 쥔 주먹을 풀었다. 알지. 미친 놈. 정상이 아니지. 정말로 애들을 죽일 수도 있음은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러니까 빨리 접어. 내가 돈은 좀 찔러 줄게. 10억은 무리고 오백. 500만원이면 되지 않아?”



윤종철은 뒷짐을 진 채 말했다. 누가봐도 여유롭다는 듯. 정말 이대로 500만원을 받고 끝내? 결코 원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는 한이 있어도 저런 새끼들은 이 바닥을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애들을 희생시킬 순 없다. 이딴 갈등을 해야한 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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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받으면 안 돼!” 


“안 닥쳐?”



범규의 외침에 옆에 있던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동시에 각목을 휘두른다.



"빨리 골라. 저 친구들 모가지 하나씩 따야 정신을 차릴래? 애초에 선택권은 없어." 


"



이젠 그냥 그만두잔 욕구가 솟구쳤다. 선택권 따윈 없다잖아, 우리같은 사람들에겐. 알아. 그래서 바꿔보려 했잖아. 근데 시작부터 꼬였잖아. 사실은 이게 시작이 아니라 그냥 우리가 어리석었던 거야. 안되는 데 될거라고 믿은 게 잘못이라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바꿀 사람이 있어야지. 다치고, 아프고, 죽고. 원치 않는다. 혁명도 혼자서 이루는 게 아니니까. 사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거야. 절대 자기합리화 같은 거 아니고.



"단 현찰로. 그리고 500은 너무 적어. 최소 2천은 되야지."



노력은 배신하기 마련이란 거. 너무나도 잘 알잖아. 


내 말에 윤종철은 호탕하게 웃었다.



"고작 2천? 그거면 된다고? 줄께. 현찰로든 금괴든 지금 당장도 줄 수 있지. 야, 가져와."



그는 내 앞에 검은 가방을 던졌다. 돈은 확인하지도 않았다. 있던 말던 상관없으니까.



"이제 가세요. 언론엔 구라라고 해두죠." 


"아 그거? 상관없어. 이미 돈으로 다 막아뒀거든. 어떤 식이던 넌 내 앞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어. 그니까 조용히 짜져 살자?"



아. 그런 거였어? 그 순간 내 심장엔 큰 못이 박혔다. 절대 용서 못한다. 돈과 권력에 무릎 꿇은 나와 저들과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 다 똑같은거다.

온몸이 떨렸다. 그 분노가 주체되지 않아서. 이미 손쉽게 끝냈으면서 이런 짓이나 하고. 결국 그 앞에 무릎 꿇은 나도 하찮고. 이런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게 너무도 비참했다. 


내가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있자 그는 조용히 뒤를 돌았다. 이내 그의 사람들이 모두 나갔을 땐 나 또한 나갔다.



"미안. 또 노력에 배신당했네. 익숙한 일이잖아? 해봐도 안되고 안해봐도 안되는 거. 그래서 나는 그만하려고. 이정도 노력해봤으면 이번만큼은 될거라 믿었는데 너희만 다쳤네. 2천은 아마 들었을거야. 이런 걸로 장난 칠 인간은 아니니까. 병원비 정도는 되겠지. 미안했어."



기대한 내가 바보였던 거지. 돈은 권력을, 권력은 모든 것을 가져다 주니까. 재능도 없이 돌고 도는 이 관계를 끊고자 했는데 결과가 이정도면 약한 거잖아? 


이를 꽉 문채 흘린 눈물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로 알아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