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주는 잠겨 죽었더랬다_ W.갓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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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우울. 죽음. 약간의 욕설을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름 : 김 여 주
나 이 : 2 3
사 인: 익 사/ 우울증에 의한 자살 혹은 타살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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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이 이별을 말하던 날은 손바닥 언저리로 햇살과 빗방울이 우위를 다투지 않고 동시에 내려앉던 날, 그러니까 말하자면 여우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이별은 순식간에 빗물에 스며들어 김여주의 발목을 휘감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야무지지 못한 그녀의 입가는 빗물에 아랑곳 하지않는 햇살마냥 미소만 머금고 있었다. 흔히 사리분별을 못하는 누군가를 칭할 때 바보라고 부르던가. 김여주는 일명 바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진짜 바보였던 이유는 그녀를 보며 김태형의 머릿속에 자라난 확신에 있었다. 김여주는 미련따위 없을 것이라는 확신. 순전히 그녀의 탓이었다. 끅끅대며 울거나 원망섞인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리라 했던 태형의 리허설은 어리석은 그녀 덕에 괜한 걱정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이제 태형에겐 더 이상 그녀의 미소를 바라볼 이유가 없었다. 태형은 단번에 등을 돌렸다. 어느새 빗물에 녹진해진 김여주의 심장에 큰 발자국을 남기며 떠났다. 저에게서 멀어지는 그의 그림자를 보고 문득 정신이 들었던 걸까. 김여주는 그제서야 눈물을 뚝뚝 훌리기 시작했다. 그가 사라진 빈 공간에 팔을 허우적거리며 흐느꼈다. 태형아 태형아 울음이 반 이상인 목소리로 불러보지만 큼직하게 남겨진 미련이 그녀의 팔에 한두름 걸릴 뿐이었다.
김여주는 심장에 새겨진 발자국을 행여나 사라질까 살살 어루어만졌다. 지독히도 쓰라렸지만 어쨌거나 태형의 흔적이었기에 간직하고 싶었다. 발자국 틈으로 고인 여우빗물을 그저 사랑하는 태형이 스쳤던 하루라고 애써 치부하며 그녀는 이별위에 미련을 덮어씌웠다. 그래 아마 이날이라고 했던것 같다. 김여주 그 조그마한 몸뚱아리 속 심장에 작은 웅덩이 하나가 생겼던 게.

정말 미련곰탱이인건지, 아님 그런 척을 하는건지 그도 아니라면 반응속도의 문젠건지 마치 이별의 순간 내보였던 미소처럼 김여주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뭐야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옆에서 끊임없이 물어오는 지민의 질문에도 결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게 없었고 평온했다. 친구들과 밥도 잘 먹고 저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것도 가져보면서 꽤나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태형을 마주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긴 방학이 끝나고 태형과 같이 교양을 듣는다는 걸 잊은 채 강의실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예고도 없이 나타난 태형은 김여주를 스쳤고 휘청거리는 그녀를 간신히 지민이 붙잡았다. 씨발 저 새끼가 진짜 하다하다가 돌았나. 평소 김여주와 태형이 사귀었을 때도 그의 행실을 맘에 들어하지 않던 지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ㄱ,그만 박지민 그만. 견디기 힘든 듯 역정을 내는 지민을 김여주가 막아섰다. 서서히 평온함에 금이 생기고 있었다. 무시하자 모르는 사람인거야. 통하지도 않을 주문을 김여주는 자꾸만 되새겨가며 버티려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김여주는 태형을 사랑했던 숱한 날들 만큼의 신경을 다시금 그에게 쏟고있었다. 그리고 어느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태형을 마주치는 순간. 세상이 핑 도는 것 같았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고 몸뚱아리를 지탱하는 일마저 버거워보였다. 머지않아 김여주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야 말았다.
심장에 자리를 잡았던 웅덩이는 어느새 그녀의 심장 밖으로 범람을 일삼기 시작하고 있었다. 길바닥 한가운데에 주저앉은 그녀의 그림자를 서서히 삼켜갔다. 살결에 닿는 이별했던 날, 그 날의 느낌에 김여주는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발목께까지 여우빗물이 차올라 있었다. 분명 그날 발자국 틈으로 고인 빗물들을 잘 가두어 두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 웅얼거리며 김여주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발목에 닿은 빗물의 온도가 익숙해질 즈음 문득 머릿속에 발자국 틈을 허술하게 덮어두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고작 약해빠진 판자 한 장으로. 미련으로. 가둬두기는 커녕 흘러넘칠 줄이야 김여주 저도 몰랐을테지 아마.
사실 태형을 마주치는 순간순간마다 여우빗물이 괸 웅덩이엔 파동이 일고 있었다. 또한 그가 김여주 아닌 다른 이를 향해 웃으면서 곁을 스치는 순간순간에는 굵은 눈물이 거침없이 흘렀다. 달리 의지 할 곳이 없던 눈물은 자연스레 웅덩이로 향했고, 더 이상 웅덩이는 웅덩이가 아니었다. 호수만큼 불어나 조그마한 그녀의 심장을 침범하고 끊임없이 제 몸집을 키워나갔다지.

지잉 지잉. 몇 일만에 지민의 폰화면에 김여주의 이름이 보였다. 부스스 일어난 지민은 전화를 받았다. 집구석에서 뭐하는거냐? 연락 한 통도 안하고. 서운하고도 걱정스러운 맘에 묻는 지민이었다. 그러나 들려오는 답은 낯선 남성의 음성이었다. 박지민씨 되신가요. 지민은 말문이 막힌지 오래였다. 금일 오전 3시경에 근처 주민들의 신고로 강가에서 김여주씨가 발견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사망하신 후 였습니다. 당시 핸드폰 이외엔 다른 어떠한 소지품도 없어서 무연고 처리를 하려했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확인해본 핸드폰엔 모두 초기화되어 박지민씨의 연락처 하나만이 유일하게 보이더군요. 정신이 아득해진 채로 이야기를 듣자니 지민은 돌아버릴 것 만 같았다. 부모님도 태형도 아닌 저의 연락처만을 남겼다는 말이 미칠듯이 아파왔다. 마치 자신에게 무언가를 밝혀달라는 듯, 알아달라는 듯 한 김여주의 행동에 지민은 두 눈을 꽉 감아버렸다. 하루아침에 자신 앞에 덩그러니 놓여진 김여주의 죽음에 대해 밝히고 싶었다. 범인은 잡힌건가요.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며 지민이 물었다. 현장조사 결과 타살의 흔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대게 이런 경우는 뻔히 자살인거 아닙니까. 수화기 너머, 경찰인 것 처럼 보이는 남성이 꽤나 귀찮음을 느낀 듯 답해왔다. 입술을 너무 꽉 깨물은 탓에 지민의 입술에선 붉은 핏방울들이 새어나왔다. 넌 혼자 죽은게 아니라 분명 누구한테 당한거잖아 그런거잖아 어떤 몹쓸 새끼가 널 이렇게 만든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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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살인지는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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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범람한 웅덩이에,
이제는 호수가 되어버린 미련에
잠식해 죽었으려나
깊은 원한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죽었으려나
타살인지 자살인지
어쩌면 둘 다 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김여주는 잠겨 죽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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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바라기들 안농 오랜만에 잠시 돌아온 갓짐이에용 팬클럽 일주년 기념으로 급하게 단편 하나 들고 찾아왔어요♡ 너무 오랜만이라 기억할 분들이 많이 없겠지만 그래도 다들 보고싶었고 언제나 살앙해용♡♡♡
(TMI. 필력이 집나갔나봐요 롬곡옾높)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