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때 첫사랑이 연예인 돼서 나한테 집착한다

3화





[1개월 후.]



오늘도 역시 같은 자리, 같은 꼬질이 컴퓨터, 옆자리 김이나씨. 하나 특별한 소식이라고는
1달전에 제출한 내 기획안이 상사들끼리의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선별되어서 저번주에 드디어 정식 출품했달까? 그래서 그런지 기획안의 주인인 나는 더 바빠졌고, 식품 관련한 검토사항, 소비자 평가 이 모두를 점검하는 회의에 매번 소집되었음. 몇몇 사원들은 이제 갓 1년도 안된 신입사원의 시안을 어떻게 바로 정식 출품까지 낼 수 있냐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지만, 자존감이 푹 떨어진 나를 보고 김석진 대리님은 너무 남들 시선 기죽지 말고 힘내라며 매일 커피를 사주셨음. 역시 김석진 대리님 센스는 월드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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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 하루를 마치 커리어우먼이 된 것 마냥 알차게 보내다가, 그 다음주 화요일. 그 때 갑자기 대박소식이 들려옴.




"본부장니이이이이이임~~~~!!!!!!!!! 대박 사건 대박 사건!!! 미쳤어요 이거!"

여느 때처럼 분주하던 사무실 아침에 우당탕 소리를 내며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장님 비서 직원이 연신 본부장님 미친것 같아요 를 외치며 난리를 피움. 마치 본부장님이 미쳤다는 소리로 들려서 얼굴을 찌푸린 사람도 있고, 뽝 집중하려던 상황에 갑작스레 돌아이가 되어버린 비서 직원을 다들 경멸스런 표정으로 쳐다봄. 그러나 그 표정들은 얼마 안가 환희로 바뀌게 되었음. 




"글쎄요~ 방탄소년단이 이번에 무슨 첫 국내예능을 찍ㄴ는데, 무슨 건강한 식품으로 요리하기 컨텐츠래요 막 무슨 유명한 셰프들도 나오고~~근데요 글쎄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출품한 돼지 목살 캔조림을 이용할거래요~~!!!!!!"




돼지 목살 통조림이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사무실 내의 모두가 와 미쳤다를 연발하며 나에게 뽀뽀하다시피 달려옴.(실제로 옆자리에 있던 김이나씨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입술 박치기함) 

왜냐? 저거 이번에 내가 낸 상품임. 그리고 그냥 티비 프로그램에서 우리 상품을 이용하겠다는 것 뿐인데 사장님이며 부장님이며 모두가 환장하는 이유는....이미 방탄소년단의 영향력과 그 파급력은 업체들 사이에서 자자하기 때문. 나도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음. 별다른 광고 목적 없이 그저 방탄소년단 멤버가 방송 중에 목말라서 마신 차가 그 날 바로 온라인 매장에서 전면 품절되어 버리고, 방송에서 입고 나온 명품 옷들은 물론, 핸드폰에자 시계까지........ 방탄소년단이 지니고 있는 모든 물건은 의도치 않게 광고 효과의 최대치 봐서 품절되어버리니....... 예능에서 대놓고 콘텐츠로 잡아 홍보까지 해주겠다는데 회사가 난리가 안 날리가 없었다. 
물론 윗세대 사람들은 돈이 떼거지로 굴러오겠다는 기쁨에, 젊은층들은 우리 식품을 방탄소년단이 사용한다는 설렘에.






그리고 나 또한 심장이 쿵쿵 뛰었음. 한 식품을 그렇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이 사용하게 되면 그 식품업체에서 최소 직원 2~3명은 방송 현장에 참여할 의무를 가진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음. 그렇다면 식품 기획자인 나와 몇몇 분들 정도 가게 될텐데...... 

앞날은 모른 채 9월 21일에 녹화가 진행될거라는 방송국의 연락을 받고 나는 괜시리 설렘이 도져버렸음.


















"헐! 아! 정여주 미친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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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또 소란스러운 이유는 딱 하나. 
9월 21일, 방탄소년단 방송 녹화일인데 늦잠 자버림. 
그래도 나름 잘생긴 연예인들이 7명이나 있고, 어차피 아무도 나에게 관심 갖지 않을테지만....10년전 이후로 한번도 못봤던, 지금은 모두가 노리는 잘생긴 남정네가 되어버린 김태형도 있으니.......이쁘게 입을 옷도 어젯잠에 다 골라놓고, 오늘만이라도 귀찮음을 참고 풀메까지 하고 가려고 했는데...!!

다 망하게 생겼음. 머리도 안 감고 대충 트레이닝 복 입고 가게 생겼음. 그런 생각을 하니 절로 고개를 휘저으며 초유의 사태는 면하고자 우사인볼트보다 빠를 것 같은 속도로 2분만에 샤워를 마치고, 3분만에 머리를 감고, 30초 만에 옷을 입고, 5분만에 기본 화장을 하고 버스를 잡는데에 성공했음. 물론 급하게 하느라 이곳 저곳 다 뭉친 베이스를 버스에서 수정하고, 눈 화장까지 꼼꼼하게 해주는 건 덤. 




장장 4시간에 걸쳐 도착한 남양주에 있는 촬영지는 생각보다 꽤 컸음. 애초에 방송이나 연예계 쪽에 큰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남양주가 촬영지들이 많기로 유명한지도 몰랐음. 

운 좋게 20분이나 일찍 도착한 나는 같이 오신 부장님, 사장님과 어울려 대화할 수도 없고, 다른 식품업체들에서 온 여자 남자 사원들이 깔깔거리며 대화하는 동안 촬영장 맨 뒤에서 쭈그려 앉아 홀로 기다릴 수 밖에 없었음. 방탄은 언제 오나....하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한테 와서 말을 걸었음. 아마 다른 식품업체 소속이신 분인것 같았음.

"어이구, 아가씨는 왜 여기서 있어~?"

"아, 저....딱히 얘기할 사람 없어서 방탄소년단 분들 오실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ㅎㅎ"

"그려~? 나랑 얘기 좀 할래?"

"네? 아...ㅎ"

"아가씨는 진짜 예쁘네...이름이 뭐여?"

"아, 저.....정여주요."

"뭐라고..정? 정여주?"

"네......."

"음....그려...."


괜히 과민반응 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을 길게 늘어트리면서 위아래로 날 훑어보는 아저씨의 시선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음. 그렇게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애써 억지웃음을 짓고 있었을 때, 마침 구세주처럼 방탄소년단이 촬영지에 도착해 한 명 한 명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음. 나는 가서 인사라도 드려야겠다는 핑계로 잽싸게 일어나 앞으로 달려갔음.



이미 웅성웅성 거리며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니....정말 연예인은 연예인이다 싶었음. 한 명 한 명 내려서 일렬로 서는데 정말, 뭐랄까 귀티가 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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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년만에 처음 실물 보는 김태형....왜 이렇게 잘생겨진거야 진짜. 앞의 여자사원들은 물론 남자사원들도 연신 뷔 잘생겼다를 외치고 있었음. 정말 실물파라는 말이 사실이더라. 웃긴건, 난 이미 옛날에 1년 넘게 매일매일 저 실물을 보고 산 장본인인데 실물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음.
 괜히 옛날 생각 나면서 혼자 마음 찡해지고......김태형이 날 알아보긴 할까? 하는 괜한 기대도 품었지만 아직 날 보지는 못한 것 같았음. 내가 알던 김태형이 저 김태형이 맞아..? 할 정도로 풍기는 아우라나 분위기도 남다르고. 어차피 그 때의 기억은 서로에게 저 먼 발치에 있는, 그저 다 지나간 기억일 뿐이니, 태형이도 많이 성장했고 저렇게 연예인이 되어서 자신의 길을 찾았으니 나도 그냥 내 길을 걷자...하다가도 다시 보는 첫사랑에 가슴이 콩콩 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예의 바른 방탄소년단 멤버분들은 몇 분 동안 계속 서서 감독님들과 작가분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원들에게 인사했고, 나도 이제 김태형은 잊고 내가 여기 온 목적에 충실하자는 생각에 자세를 고쳐잡고 녹화가 진행되는 걸 지켜보았음. 

한 3시간쯤 진행되었을까.... 지켜보는 것도 지쳐서 눈이 반쯤 풀린 채 주변을 살펴보면 아까의 방방 뛰던 모습은 어디가고 대부분의 사원들과 본부장님, 사장님까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음. 나도 그럼 한숨 자도 될까...라는 생각에 담요를 가져오려는데, 앞에서 뷔가, 아니...김태형이 내 목살 통조림을 들고 튀기려고 기름을 붓고 있었음. 순간 음? 쟤는 뭐하려는 생각이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통조림은 기름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키포인트라던 저번주 회의 때 부장님의 말이 생각났음. 그래서 나 또한 오우 노우 거리며 감독님께 후다닥 달려가 저거 올바른 사용법 알려드려도 되냐고 여쭤봤음. 감독님이 나 나오는 건 컷편집 해줄테니 알려드리고 오라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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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름을 두르고 그 위에 목살 통조림을 얹으려는 태형이 팔을 급하게 잡아내렸음. 갑자기 팔을 잡는 행동에 화들짝 놀란 태형이가 날 보더니 더 눈을 크게 뜬 채 끔뻑 거렸음. 


"그... 저희 제품은 최대한 건강식으로!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되는 게 포인트라서 튀기시면 절대 안돼요. 차라리 굽거나 약한 불에 볶아서 만드시는 게 좋아요."


감독님이 계속 눈치를 주시는 덕에 더 말은 못하고 한 마디만 간단하게 하고 나왔음. 뒤에서 태형이가 "저기..!"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무시하고 세트에서 나와버렸음.








그 이후로도 2시간 가량 계속 촬영은 진행되었음. 이번에 직접 촬영장에 와서 느낀건, 실제로 예능은 3,4시간씩 찍는데도 1시간으로 분량을 줄인다는 거였음. (대체 왜?-자까)) 5시간 내내 서서 요리하는걸 촬영하는 감독님들도, 연예인들도 참 힘들겠다 싶었음.





드디어 5시간의 오랜 촬영 끝에 마무리되었음.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감독님의 우렁찬 인사에 다른 사원들도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났고, 스태프분들은 촬영 후 뒷정리를 하셨음. 그 와중에 태형이를 비롯한 방탄소년단 멤버분들은 뒷정리도 도우시고 가시더라. 역시 인성이 이미 되신 분들임을 깨달았음.
아니나 다를까 매니저분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각 식품업체에서 온 여러 사원들이 방탄소년단에게 달려가 사인을 부탁했는데, 이마저 웃는 얼굴로 사인 일일이 다 해주시고 계시었음. 

나도 사인 받을까 하다가 너무 많은 인파 탓에 급 포기하고 대기실에서 짐을 챙겨 나가려고 할 때였음. 갑자기 누가 뒤에서 톡톡 치길래 뒤돌아보니 김태형이 그 잘생긴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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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주 맞죠."





'정여주' 세 글자를 들은 순간 나는 헉 하고 숨을 참았음. 나를 기억해..? 기억한다고...? 10년전인데..??? 




"............"



"정여주..아니에요?"


"....마, 맞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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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갑자기 반말쓰지 마세요... 우리 지금 27살이고 남남 사이잖아요."


"서운하네..."


"왜요, 무슨 용건이 있나요?"


"용건...용건......용건이 있어야 하나요"


"당연하죠. 없으면 저 그냥 갈게요.."






".....번호 좀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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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좀 주라, 여주야."













) 중간에 글 날라가서 가구 뿌실뻔한 자까
)) 예상보다 태형이와의 만남이 너무 늦어져 버림...발 동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