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그렇다는 듯 술병이 널브러져 있는 거실에서 눈을 뜬다. 까는 이불 하나 없이 어제 입었던 교복을 입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교복마저 옆집 언니한테서 물려받았다.
[진짜 싫어....]
안방에서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자고있는 아빠가 보였다.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나는 겁쟁이였다.
부엌으로 가서 몇 없는 쌀알을 씻어 밥을 지었다. 내 밥은 아니고 그 인간의 밥상이었다. 안 차리고 가면 분명 집으로 돌아왔을 때 때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때리기만 하면 다행이지..]
든 것도 없는 허름한 가방을 싸 들고 학교로 전진했다. 평소에는 들지도 않는 가방을 드는 이유는...
·
학교에 도착했다. 별거 없는 시간이 흘렀다. 교무실로 내려가 담임쌤에게 찾아갔다.
".... 저 검정고시볼게요 쌤."
뭐 가방에도 나름 짐은 챙겼다. 체육복, 교과서, 볼펜···.
선생님은 부모님과 상의는 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부모님의 동의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근데 유한아~ 내가 너 같은 애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
쓸데없는 충고가 이어졌다. 짜증 나는 그 흰 종이에 자세하게 적어놨는데 그거나 읽지 좀.
[그놈에 의무교육 시X... 자퇴도 못하게 해]
".... 선생님. 하겠다고요 제가."
선생님은 나를 보곤 신나서 떠들던 입을 닫았다. 내 손을 잡고 갑자기 감성을 잡아 내게 부탁하듯 말을 꺼냈다. 교무실의 모든 시선이 나게로 향했다.
[......더러워]
나는 선생님의 손을 탁하고 쳐냈다. 제자가 선생님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라는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교무실을 나갔다.
타악_!」
[... 인력소가 어디더라..]
나는 교무실을 나오고 나서 인력소를 찾아갈 생각을 했다.
편의점이나 카페같은 곳은 안 받아줄게 뻔하니까... 답은 공사장이나 어디 식당 설거지나 하거나...
띠리딩리리리링-!」
막막하게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 그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우르르 몰려나오는 학생들을 지나쳐 갔다. 나는 타닥 타닥 하고 바닥에 신발끈이 끌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숙였다. 이때
퍼억-!」
"아......!"
어떤 남자애와 부딪혔다.

"괜찮아..?"
그 남자애는 내게 괜찮냐며 손을 내밀었다.
"....됐어. 혼자서 일어날 수 있어."
나는 그의 손을 쳐내고 치마를 툭툭 털며 일어섰다. 그 애는 그래도 미안했는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먹어. 오늘 점심 별로 맛없다던데.."
얼탱이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급하게 급식실로 뛰어가더니 점심이 맛이 없다니...
"급식은 맛 없다면서 그렇게 뛰었냐?"
나는 그 애를 지나쳐 학교를 나갔다. 내 학창시절의 기억은 여기까지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 겪기도 싫은 시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