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공식 [연재 중단]

04. 우리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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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공식




W. 망개찐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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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지금 여기서 뭐하세요.”


화장실에 금방 나온건지 손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회사에서 사적으로 말을 걸 줄은 몰랐던건지,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는것이 보였다. 도현은 또, 눈치없이 끼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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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오는길래, 여주씨가 화장실을 들리고 싶다고해서요. 그래서 가방 들어주는 중이죠.”


본인한데 물어본게 아닌데.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음성이 나올 뻔 했다. 어떻게 이직한건데. 또 회사에서 적을 만들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눈빛은 이미 제어가 안되 날카롭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너도 그걸 눈치챘는지, 나와 도현을 번갈아가며 둘러보다가 제 가방을 황급히 챙기며 웃는다.


“고, 고마워요. 도현씨.”
“아니에요. 들어줄 수 있는건데요, 뭘.”


…아, 또 짜증난다. 도현이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서, 사무실까지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데. 그걸 뿌리치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둘만 같이 가는 건 죽어도 못보겠단 마음이 담긴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였다. 도현은 끊임없이 입을 조잘댔다. 회사 생활은 어떠냐, 시설은 어떠냐, 상사들이 좋지 않느냐. 하나같이 오지랖 넓고 영양가 없는 질문에, 그냥 저냥 ‘네. 네.’ 싱겁게 대답했다.


“그나저나, 여주씨. 저번에 갔던 소개팅은 잘 됐어요?.”
“네?, 아… 그게… 아뇨, 잘 안 됐어요.”


늘 제대로 듣지도 않고 흘러보내다가 소개팅. 이란 단어에 난 귀를 바짝 세우고 고개를 돌렸다. 너 역시, 내가 있는 곳에서 소개팅 얘기는 좀 불편했던건지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 묻어났다. …이미 헤어진 사이에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되는데, 왠지 모르게 속이 뒤집혔다. 정말 추하게도 말이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게 많은지, 이번에는 내게 물어왔다. ‘정국씨는, 여자친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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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없어요.”


처음에는 망설였다. 있다고 할까, 아니면 없다고 사실대로 말할까. 나는 그 순간 너를 바라보았다. 너와 나 사이에 문제라면 그것이였다. 너무나도 쉽게 헤어져버린 것. 차라리, 어렵게 헤어졌다라면… 미련이 남았다는 것을 쉽게 인정할 수 있었을텐데. 5년전의 우리는 너무 어렸고,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몰랐던거지. 옆에 있었던 것이 얼마나 소중했던건지. 현실을 살기에 급급해서 무엇이든 버려야했었다. 그게 설령 너였을지라도.


이건 나뿐만의 생각이 아닐것이다. 차여주 너도 그렇겠지. 이미 한 번 서로를 버렸으니, 두 번은 더 어려울 것이였다. 다시 한 번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이게 우리가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였다. 


“정국씨 정도면 있을 줄 알았는데.”
“살기 바빠서요.”
“… …”


오직 바닥만 바라보며 걸어가는 너를 보며, 나는 고개를 돌렸다. 차라리, 네가 가진 감정을 몰랐으면 했다. 그럼 눈 감고, 귀 닫고 모르는 척 지금처럼 살아갈테니. 일렁이는 감정을 아닌척, 모르는 척 누르기란 정말 어려웠다.


“도현씨- 팀장님이 부르시는데.”
“어, 네! 금방 갈게요.”


얼마안가 복도 끝에서 온 한 직원에 의해 도현이 불려가니, 그 넓은 복도에 너와 나. 오직 단 둘이 있더라. 그냥 갈까도 생각해봤지만, 머리와는 다르게 대리석에 붙은 다리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않았다. 한참을 갈까말까 고민하던 그때. 얇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전정국. 아까 도현씨가 했던 말은 신경쓰지마. 워낙, 붙임성이 좋으신 분이라서 물어본 거니까…”


뭐를?, 너한테 소개팅 잘 됐냐고 물은거?. 아니면, 나한테 여자친구 있냐고 물은거?. 어느 쪽이 됐던, 이건 오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지 않나. 나도 모르게 진 인상이, 네 눈에도 티나게 균열이 갔는지 넌 어느새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 되어있었다.


“붙임성?, 네 얼굴엔 그게 붙임성이냐?. 그건 그냥 예의가 없는거야.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그런거 물어보는거.”
“…야, 무슨 말을 그렇게!…”
“아니 됐고. 이도현이랑은 무슨 사이인데.”


이렇게까지 거칠게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이미 내 입은 거친 음성으로 나가고 있었다. 알고있었다. 예의를 운운한 말까진 아니였다는 건. 그럼에도 이렇게 말을 한 건, 너를 향해 남아있는 내 미련인가. 아니면, 그냥 전 연인에 대한 얄팍한 감정인가. 이것도 아니면, 그때 나를 쉽게 놓아버린 너에 대한 감정인가.

참 웃기는 감정이였다. 버린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면서.


“…무슨 상관인데.”
“뭐?.”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도현씨랑 만나던 말던.”
“하, 차여ㅈ…”
“너 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 우리 헤어진지 5년이나 지났어.”


또 한 번 상기시켰다. 꾹 다물린 입술을 말아물었다. 어쩌면, 너도 나와 같은 감정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나 혼자의 착각이였나. 다시 한 번 며칠전의 감정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술에 취해 나에게 입을 맞춘 그 순간을. 같은 감정일거라고, 같은 감정이여서 나에게 다가오는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내가 참 바보 같지. 나는 쓰게 웃었다. 그래, 넌 그 순간을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나는 아직 이렇게도 생생한데.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공과 사는 제대로…”
“하… 그랬지. 우리 헤어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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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바보 만드는거 하나는 잘해. 차여주.”


좋게 끝났는데. 분명히 좋게 끝났는데… 이제와서 너와 틀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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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쎄. 전정국이 그렇게 말하더라니까?.”


전정국이 내게 그런 말을 한 뒤로, 난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사람 바보만드는 걸 잘하다니, 비꼬는거야 뭐야… 이런 고민을 토로할 수 있는 건 내 유일 친구, 문가영. 곧장 회사가 마치는대로, 가영이 운영하는 카페로 향해 달려가 말하니 이쪽도 반응이 시원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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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 너한테 미련 남은 건 아니고?.”


하마터면, 입 안의 커피를 쏟아낼 뻔 했다. 그럴리가… 라고 입을 뻥끗하려는 그때,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전정국이 내게 미련이 남았을거라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전정국이 너무 태연하게 굴어서?, 아니면 내가 후유증에 걸린 것에 너무 몰두해서 전정국을 못 살폈나?. 나는 양손에 쥔 커피잔의 끝을 손톱으로 긁어내며 말했다.


“…그럴리가 없어.”
“왜?.”
“그야, 그 녀석… 나랑 헤어질 때 망설임도 없이 알았다고 했는걸. 그런 전정국이, 내게 미련같은게 있을리ㄱ…”
“너도 5년이 지나서야 후유증이 생겼잖아. 개는 안 그러리란 법 있어?.”


아무 말도 못했다. 너무나도 반박할 수 없는 말이였기에. 가영은 내 반응을 살피며 더욱 의문을 띄였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럴리가 없다. 미련이 있을리가 없다. 라고 부정적이게 생각하는거야?.’ 나는 가영의 다음 말에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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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렇게까지 부정하는 이유가, 전정국이 미련이 남았다는 걸 알면서… 또 5년 전처럼 될까봐 이러는 거 아니야?.”


쨍그랑. 기어코 손에 들린 커피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그런 반응을 살핀 가영은 한숨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불안하더니…’ 나는 당황해 황급히 깨진 조각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데, 가영의 손에 제지되어 멈추었다.


“맞나보네. 그게 네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부정해야 할 일이야?.”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자연스럽게 조각들을 치워대는 가영에,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거 였나. 아무리 감정을 다스려보려해도, 사랑하는 감정 외에 다른 것은 설명이 되질않았다. 사랑을 하지만, 가까이는 다가서고 싶지 않다.  


그 감정이 가영의 말 한 마디에 정리되었다. 난 여전히 두려운 것이였다. 5년 전 그 날이.


“서로가 상처받은거야. 그리고 또 무서운 거고. 또 다시 버려질까, 또 스스로 버릴까. 하고.”


가영의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애초부터 말이 안 돼. 7년동안 연애할 동안 죽고 못사는 너희였는데, 네가 전정국 감정 하나 못 알아챈다고?. 그냥 넌 모르는척 하고 싶었던 거야.”


감정의 정체를 깨닫자 손은 의지와 상관없이 얕게 떨려왔다. 그럼 어떡해야하는거지, 그냥 이대로 모르는 척 지나가야하나?. 상처받지 않기위해 한 선택에 또 서로에게 상처주면서?. 전정국도 똑같이 두렵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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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여주, 너 옛날에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아니야. 네 선택에는 책임이 따라. 선택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선택.”


모르는 척 하고 상처받은 이대로 서로 끊어내던가,

아니면, 




정말 다시 버려지거나 버릴각오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던가.






하나의 선택지만 있다고 생각한 내게…







하나의 선택지가 더 생겼다.
























[찐떡이의 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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