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Episoed 11. 황실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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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W. 꽃서령















코를 찌를 듯한 화약냄새와 큰 총성이 저택 안을 가득 메웠다. 한나는 깜짝놀랐다. 큰 총성 소리도 소리지만 어느새 붉은색으로 물든 바닥을 보고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껏해야 말로 협박하는 것이 다라고 생각한 한나의 생각에 금이 가게 만들게한 행동이였다.





“…쯧, 여기까지 튀었네.”





인상이 잔뜩 구겨진 카밀라는 레이스에 튄 핏자국을 보고서 혀를 찼다. 이 몸에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공녀와 일체가 된것인지 예전이라면 피가 튀어도 신경쓰지 않았을 그녀인데, 드레스의 소매자락에 피가 묻자 짜증이 문득 났다. 이 드레스 뷔가 사준건데… 속으로 아깝다고 생각한 카밀라는 허벅지에 총을 맞고 고통에 신음하는 카리소프를 내려다보며 레이스를 만지작 거렸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시끄러워. 본래라면 죽였어야 하는건데, 이 몸은 원래 이러지 않았을테니 가벼운 경고만 준거야.”





경고라니, 이미 허벅지를 아작을 냈으면서 이게 경고란 말인가. 허벅지 한가운데에 뚫린 구멍을 본 주변 방계 귀족들은 일단 무릎부터 꿇어댔다. 그들은 그리 바보가 아니였다. 아무리 가주 자리가 탐이 난다 한들, 자신들의 대장 격인 카리소프가 저리 당한 이 상황에 공녀에게 달려들 미친놈들이 어디있겠나. 일단은 고개를 숙일 때라 느낀 눈치빠른 놈들은, 카밀라 앞에서 뻔한 변명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공녀님을 위해서 그랬다.’, ‘공녀님을 모욕한건 오로지, 카리소프 독단적 행동이다.’ 등등 카리소프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어쩜, 이리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붉은 선혈을 손끝으로 문지르던 카밀라가 나른하게 웃었다.





“경고는 오늘까지야. 다음번엔 허벅지로 안 끝나, 카리소프.”

“흐윽!…”

“다음엔 네 머리통을 뚫을테니, 처신 잘하는데 좋아.”





너희들도. 근처의 방계들에게 말하곤 싱긋- 웃으며 돌아서는 카밀라의 모습은 방금까지 사람의 목숨을 위협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청초한 모습이였다. 

하지만, 얼마안가 어둠이 찾아온 하늘에 카밀라는 가벼운 슬립에 숄을 걸친채, 밤의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분명 경고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는군.”





뚝뚝, 흐르는 붉은 선혈을 발자취삼아 쓰러진 자객들을 발끝으로 쳐 생사를 확인했다. 목욕을 한 후 잠시 와인으로 입술을 축일까 했던 것 뿐인데, 밤을 방해받은 카밀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목욕했는데 온 몸에 피가 튀어버렸다. 이렇게도 사리분별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낮에 처신 잘 하라고 경고를 했는데… 한숨을 내뱉은 카밀라는 피가 흘러내리는 검을 내려놓고, 얼굴에 묻은 피라도 닦을까 하고 테이블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 창가에서 익숙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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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한탕하셨네요.”





긴 다리를 접어 창가에 등을 기대고있는 뷔를 보고서 카밀라는 닦으려던 피를 마저 닦아냈다. ‘그러게-‘ 라고 태연하게 대답하는 그녀에 뷔는 창가에서 착지해 죽어나간 자객의 시신들을 아무렇지 않게 밟아가며 카밀라에게 향했다.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져 있는 모습을 보며 그저 알량한 개미들이 카르시아님을 건드렸구나- 하고 대충 그녀의 기분을 대충 짐작하는 것이 다였다.





“기분이 안 좋아보여요.”

“그렇게 보이니?.”

“네. 듣자하니, 제가 드린 리볼버도 쓰셨다면서요?.”





피를 닦아내며 뺨에 생긴 붉은 흔적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지르며 닦아낸 뷔가 물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지만, 딱히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뷔가 자신을 감시할 인물도 아니고, 그냥 오다가 주워들었겠거니- 하고 생각하고서 오늘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에덴베르가는 제국의 둘 뿐인 공작가니, 내부사정도 그만큼 기강이 잡혀있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 카밀라 공녀가 그저 꼭두각시일 줄은.”





뷔는 곧 기분이 좋지않은 그녀의 허리를 감아오며 어깨에 턱을 기댔다. 슬립 여기저기에 피가 튀어 비위가 상할만도 한데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을 해대는 그가 가끔씩은 대단해 보이기도 한 카밀라였다.





“저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응?.”

“겉이 번지르르할수록 속은 썩어나가기 마련이거든요. 예를들어 사과도 마찬가지에요. 속이 썩어나가도 겉이 멀쩡하면 사람들은 모르고 먹기도 하잖아요?.”





베시시- 웃으며 자신과 눈을 맞추는 뷔에 그녀는 그를 다시보는 기분이였다. 늘 자신과 같이 있으려고 했던 뷔였기에, 일은 언제 하나 싶었는데 알게모르게 제국의 돌아가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니…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맨날 놀기만 하는건 아니구나.’

생각하기 무섭게 두 뺨에 바람을 잔뜩 넣은 뷔가 말했다.





“저 놀기만 한다고 생각한거 아니죠?.”

“…으흠!, 아닌데?.”

“아닌게 아닌데요?. 얼굴이 딱 그런 표정인데.”





눈치는 빨라가지고. 더 꼬치꼬치 캐묻기 전에 품에서 벗어나 창가로 향한 카밀라는 화제를 돌리기위해 그가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그라면 그냥 ‘카르시아님이 보고싶어서 왔어요-.’ 라고 말할 수 있을테지만, 오늘은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심각한 것은 아니되, 꼭 알려야 할게 있어서 온 거겠지.

처음엔 물음에 대답하는게 꺼려지듯 머뭇머뭇거렸지만, 곧 계속되는 추궁에 어쩔 수 없이 아까 낮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니 카밀라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마치, 하인스가 그랬다고?. 라는 표정이였는데 불안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카밀라가 하인스 황제에 대해 미련이라도 남았을까봐. 만약에 그렇다면 뷔는 목숨을 내놓고 그녀를 말릴 것이였다. 한번 배신한 인간은, 두 번 세 번은 더 배신할 인간이였으니까.





“…확실히 이상해. 죽은 내 시신은 다른 인간들의 시신과 다를게 없을텐데.”

“그럼 카르시아님도 아시는게 없으신건가요?.”

“그래. 마녀는 살아생전 한 인간에게 몸 바쳐 도울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고나서도 그런건 아니야. 살아생전 강한 마력을 가져도 죽으면 그저 인간의 몸.”





즉, 죽은 카르시아의 시신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였다. 이제와서 하인스가 배신을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할 인물도 아니였다. 후회를 할 것이였다면, 아예 그런 일을 만들지 않는 인물이였으니. 뷔는 고민하고 있는 카르시아의 모습을 보며 테이블에 걸텨앉아 애꿎은 손가락만 초조하게 움직였다. 표정을 보이선… 미련이 있거나 하는 얼굴은 아닌데.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고개를 들어올리자 딱 봐도 ‘나 불안해요.’ 라는 늬앙스를 풍기는 뷔에 카밀라는 그에게 다가가 품에 안아주었다. 분명 또 말도 안되는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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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생각 하지마. 네가 무엇을 상상하던,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요. 뒷말을 차마 잇지 못한 뷔는 속으로 삼켜냈다. 잘 모르겠다. 그녀가 다시 그 놈의 손에 죽임을 당할까봐 무서운건지, 아니면 그녀가 다시 그 놈에게 마음을 주어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을까 두려운 것인지. 한 없이 차가운 품이였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품이였기에 뷔는 아이가 어미의 품을 찾듯 더 파고들었다.





“그 말 꼭 지키셔야해요. 제가 무엇을 상상하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래.”





다음날. 밝은 태양이 하늘에 뜨자, 피 범벅이였던 카밀라의 침실은 자객이 애초에 쳐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말끔했다. 이것은 전부 뷔의 손길 덕이였다. 시신을 처리하고, 피를 닦아낸 무척이나 섬세한 손길. 

‘그 녀석도 익숙한 거겠지. 자객이 들어오고, 뒤처리를 하는게.’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만 한편으로는 뷔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 예전에는 자신이 그 아이를 지켜줘야 했다면, 이제는 자신이 그의 보호를 받는 다는게 마음을 간지럽혔다.





“정말… 많이 컸구나.”





옛 추억의 향수에 빠져 앞에 놓여있던 차를 잊고있을 무렵. 침실 밖에서 몇 번의 노크가 들리더니 한나가 들어와 한장의 편지를 내밀었다. 금색의 띠와, 밀랍. 황실의 인장. 한눈에 황실에서 온 편지임을 눈치챈 카밀라는 한나를 한번, 편지를 한번 번갈아보다 페이퍼 나이프로 뜯어 내부를 살폈다.





“황실의 사람이 직접 주고가셨어요.”

“…황실 사람이?.”

“네. 얘기를 들어보니 곧 사냥제가 열린다는데요?.”

“……!”





잊고 있었다. 일년의 한번 황실 사냥제가 열린다는 것을. 

모든 귀족들이 모여 가문을 과시하는 자리. 카르시아가 살아있을 적에도 매번 참가해 일등을 차지했던 행사였다. 그 시즌이 다가온다는 것은, 어쩌면 하인스를 더 빨리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차기 에덴베르 가주, 카밀라 에덴베르 공녀에게


일년에 한번 열리는 사냥제에 참가해 부디,
황실과 가문을 빛내주길.


황제, 하인스 이안 헬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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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제라…”





어쩌면, 하인스를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기회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