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사랑에게

🍏 01. 태양을 품은 파도가 일렁이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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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숩게도 난 아직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내가 다니엘을, 아니 최연준을 처음 만난건 무더운 여름. 먼 타지에 온지 2주일째쯤 된 날이었다.









'' 시X... ''








갓 20살이 되어선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만 알았는데. 대충 성적만 맞춰서 온 과는 나랑 안맞을 뿐더러 모든 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니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결국 선택한 길이 6개월 후, 여기 친인척하나 없는 미국으로 유학 오는 길이었다.









'' 여긴 말도 안통한다고오... ''








나는 노을이 지는 해변에 앉아 태양을 품은 붉은 파도를 보았다. 훌쩍이며 맥주를 마셨다. 맛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낼 수 있으니 꾹 참고 홀짝이며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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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녕하세요?''
음... 안녕하세요?



'' ...? ''








연준이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진짜 잘생긴 동양인. 어쩌면 한국인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자세히 바라보니 정말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긴거 같다.









'' 어... 음... 하, 하이...? ''










그는 무쌍임에도 눈은 굉장히 컸다. 아마 그의 눈밑에 귀엽게 부푼 애교살 덕분에 더 크게 느껴진거 같다.

직업병인지 코는 수술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명인이 만든 희대의 조각상의 코보다 이쁘게 자리잡았다고 생각했다. 입술은 저 노을보다 탐스럽게 생겼는데, 당장이라도 내 입술을 포개고 싶게 생겼다.


조각조각 따져보면 이쁘게 생긴 눈코입인데 하나하나 모아보니 꽤나 날티나게 생겼다. 아마 그건 그의 특유의 분위기와 눈썹이 한몫한것도 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잘생긴 사람이라 그런지 그를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이 내 이성과 부딪혔다.









'' 저는... 저는 영어를 잘 못해요...''
난 영어 잘 못해요...



'' 정말요? 하지만... 발음은 나쁘지 않은데요.''
정말? 근데 당신의 발음은 그리 나쁘지 않아요.



'' 헛된 말에 감사드립니다. ''
빈말이어도 고마워요.








연준이는 내 옆자리를 가르켰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가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르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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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옆에 앉을 수 있을까요?''
제가 당신의 옆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오, 당연하죠.










연준이는 살포시 미소를 띄우며 내 옆에 앉았다. 연준이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손에든 맥주를 홀짝 마셨다.











'' 당신은 미성년자가 아닌가요? ''
미성연자 아니에요?



'' 뭐, 뭐야?? ''
ㄴ, 네?









나도 모르게 어이없어서 웃음이 팡 터졌다. 내가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자 연준이는 어색한 듯 뒷목을 긁적였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일할 건가요?''
지금 저한테 작업거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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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
아마도...?









나는 연준이에게 편의점에서 산 맥주가 담겨있는 검은 비닐봉다리에서 맥주를 한캔 꺼내어 건내주었다.









'' 고등학생이신가요? ''
혹시... 고등학생?



''아, 아니요.''
오, 아니요.










연준이는 내게서 맥주를 받아들고 바로 땄다. 연준이는 내게 맥주를 살짝 흔들었고 나는 연준이의 맥주캔과 내 맥주캔을 부딪혔다.











'' 한국인한테는 이 맥주 잘 안 맞을텐데. 이걸 좋아하시나봐요. ''








낯선 땅에서 들린 그리운 한국어에 놀라 토끼눈을 뜬 채 연준이를 바라보았다.








'' 한국인이셨어요? ''


'' ㅋㅋㅋㅋㅋ 네. 저 멀리서 익숙한 고국의 언어가 들려서 와봤어요. ''








연준이의 말을 듣고 그가 오기 전 내가 했던 말들을 되세겼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고서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 아아... 아무도 못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









내 손에 맥주잔이 힘없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조심스럽게 돌려 연준이를 바라보니 꼴깍거리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입가엔 미소를 띄우며 말이다.











'' 제 이름은 다니엘입니다. 올해 한국나이로 20살이고요. 한국이름은... 음... 다음에 만날때 알려줄게요! ''


'' 전 루나라고 불러주세요. 동갑이니까 말 편하게 하고. ''


'' 좋아 루나, 혹시 너 나한테 영어 배울 생각없어? ''


'' 응? 영어? ''











연준이는 자신을 가르키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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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내 생각엔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될거 같거든.



'' 당신의 제안은 참 달콤하지만, 저는... ''
너의 제안은 너무나 좋지만, 난...


'' 넌? ''


'' 여기 유학왔거든. ''


'' 어느 대학 다니는데? ''


'' 별로 유명하진 않아. ''



'' 음... 장르 대학인가요? ''
음... 제너레스 대학교?


'' 엥? 너가 거길 어떻게 알아? ''



''저도 거기 대학생이거든요''
왜냐하면 나도 거기 학생이니까










우연도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나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연준이를 바라봤다.












'' 내 생각엔... 당신과 나는 운명적으로 함께하는 것 같아요.
내 생각엔... 너와 난 운명인거 같아. 


나랑 같이 학교에 가도 돼. 알겠지?
나랑 같이 학교다니면 되겠다. 그치?



'' 뭐...

다니엘 교수님, 저를 잘 돌봐주세요.
잘부탁드려요 다니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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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이죠, 제 활달한 학생이죠.''
그럼요, 나의 말괄량이 제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