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12화. 데이지



평온했던 주말이 지나고

또다시 정신없는 월요일이다.





이번 주부터 영화사 각색 작업도 시작된다.





오전에 카페를 열고

오늘은 점심때부터는 지성 씨에게 맡기기로 했다.

나는 오후에 영화사에 들를 예정이다.





번역은 줄곧 앉아서 혼자 하는 일이지만

카페는 우선 몸을 움직여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종일 음악도 듣고,

향긋한 커피 향까지 있어 좋다.






오픈 준비를 다 해 놓고,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요즘 푹 빠져 있는

Delorians의 [Daisy]였다.





카페 문이 열리고

오늘의 첫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아! 우진 씨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정아 씨.

 아이스 아메리카노 부탁드려요."


"어!! 이 노래?"





"네?"





"Daisy예요." / "Daisy 맞죠?"




우리는 동시에 말하고 나서

웃었다.





"이 노래 아세요?




내가 먼저 물었다.





"제가 좋아하는 곡이에요."






"정말요? 요새 듣기 시작했는데

 이 가수 노래들이 다 좋더라구요."






"이 곡 나온 지 몇 년 됐는데

 최근에 알게 되셨군요.

 어? 그런데 이 곡 내용도

 카페에서 일하는 Daisy라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내용이잖아요."





"좋아하는 노래라서 틀었는데

 카페에 잘 어울리는 곡이었네요.ㅎ"





나는 커피를 건네 주면서 그에게 말했다.





"유튜브 이 노래 밑에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싶다>

 누가 이런 댓글을 써놨더라구요.

 그거 보고 진짜 공감했었어요."





그 말을 들은 우진 씨가 깜짝 놀랐다.





"그거... 제가 쓴 거예요."





"정말요? 농담하시는 거죠?"





"아니요... 농담 아니고...

 진짜 저예요."




우리는 너무 놀라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가 카페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그가 농담을 한 건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점심 때가 지나고

나는 준비를 서둘러 다시 한 번 영화사 건물로 갔다.





차가 막힐 것 같아서

지하철로 가려고 좀 더 일찍 나섰다.





지난번에 미팅했던 담당자를 만나

메인 작가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담당자 분이 작가님과 회의가 끝나면

감독님도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메인 작가님과 첫 만남이라

설명을 들어야 할 것이 많았다.




회의를 하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그런지

너무 흥분되고, 신기했다.





'그래. 각색 작업을 하겠다고 하길 잘 했어!'





뿌듯한 마음으로 담당자 분을 따라

감독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손님이 와 있었다.





소파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던 손님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또 여기서 만나?'





"감독님. 

 여기 저희 영화 원작 소설 번역하신 작가님이에요.

 각색 도와주시기로 하셨구요.

 작가님. 저희 감독님이세요.

 그리고, 여기는 저희 영화 주연 배우 박훈지 씨에요."





"안녕하세요. 유정아라고 합니다."




나는 감독님과 훈지 씨에게 차례대로 인사했다.

훈지 씨도 예상치 못한 나와의 만남에

꽤 놀란 모양이었다.




감독님이 내게 물었다.




"주연 배우를 제가 직접 선택했는데
 
 작가님이 보시기엔

 원작 캐릭터와 잘 맞는 거 같나요?"




나는 잠시 훈지 씨를 바라봤다.




"네. 잘 맞는 것 같아요.

 원작 캐릭터가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강해 보이지만

 감정이 굉장히 섬세한 사람이거든요.

 그런 감정을 표현하려면

 단순히 대사를 잘하는 것보다...

 표정이나 눈빛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그런 면에서 박훈지 씨가 잘하실 것 같아요."




감독님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작가님 말씀 들어보니 내가 주연 배우를 잘 뽑았네."





나는 감독님의 말을 들으면서

훈지 씨를 바라봤다.

그는 쑥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인사를 마치고,

나는 먼저 사무실을 떠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버튼을 누르는데,

갑자기 누군가 손으로 엘리베이터 문을 잡았다.





나도 재빨리 열림 버튼을 눌렀다.

훈지 씨 얼굴이 보였다.

그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와

문이 닫히자마자 말했다.




"우와~ 너무 멋있더라.
 
 우리 여친."




내가 놀라서 훈지 씨를 쳐다봤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전... 여친."





"혹시... 남자 친구 있으세요?" <13화 중에서>

박지훈 팬이 많이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