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7화. 집착



김 대표와 함께 1층 현관문을 들어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말없이 서 있던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김 쫄보 씨.

 그런 불안한 눈빛 하지 마요.

 아무 일도 아니니까."





 
"내가 불안해 하는 게 느껴져?"






"어. 많이.

 훈지 씨랑 같이 갔었던

 별 보는 데가 있는데...

 산책하다가 오늘 밤하늘이 맑길래

 충동적으로 갔다가 우연히 만난거야.

 그러다가 내 차 시동이 안 걸려서

 데려다 준 거 뿐이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랑 같이 가자고 하지 그랬어?"






"태형 씨는 회사 전화 받고 갔었잖아.

 그리고, 가야지 하고 간 게 아니라

 정말 밤하늘을 보다가 그냥 충동적으로 간거야."





나는 김 대표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필이면 오려고 하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거 있지?

 배터리가 방전됐나 봐.

 보험사를 부르려다가 밤도 늦고 해서

 차 같이 타고 온 거야."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김 대표가 들어오다 말고 갑자기 멈춰 서더니

입을 열었다.






"정아야..."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나를 바라봤다.






 "훈지가 계속 네 곁에서 맴돌면...

 내가 지금처럼 네 옆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네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얼음처럼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를 돌아봤다.






"그런 말이 어딨어?

 태형 씨, 지금 엄청 바보 같은 말 하는 거 알아?"






"너희가 같이 보낸 시간이 있잖아.

 그리고 너희가 얼마나 서로 좋아했는지

 내가 봐서 알잖아.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의 불안한 얼굴을 보고

안쓰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 진짜 완전 쫄보시네!"





나는 그를 꽉 안아 주었다.





"걱정하지마!

 내가 태형 씨 많이 사랑해 줄께."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

뽀뽀를 했다.





"야! 우리 첫 뽀뽀를 네가 그렇게 해 버리면

 어떡하냐?

 아... 진짜 자존심 상하게..."





김 대표는 투덜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러게 누가 그렇게 오래 걸리래.

 기다리다가 내년 되겠다."





나는 눈을 흘기며

그에게서 떨어져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뒤에서 나를 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나는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앞으로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줄 알아.

 알았어?"





그는 더욱 힘을 주어 나를 안았다.





"이거 좀 놔줄래?

 목 말라. 나 좀 뭐 마셔야겠다.

 태형 씨도 뭐 마실래?"





"응. 나도 긴장하고 있었더니

 목 마르다."





"그럼 아이스티 타 줄게."





그는 아이스티 한 잔을 한 번에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이제 갈테니까

 얼른 쉬어.

 내일 월요일인데 피곤하겠다."






"응. 태형 씨도 빨리 가서 자.

 여기까지 안 와도 되는데..."






"덕분에 뽀뽀했잖아."






나는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를 보내고 나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






알람을 맞추려고 휴대폰을 열어 보니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나는 이대로 끝내지 않기로 했어요.]






훈지 씨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여자 친구도 있으면서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말... 이럴 거면 왜...'




나는 휴대폰을 덮어 버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를 보고 나니

아까 함께 별을 보던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런데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훈지 씨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날이 밝고

다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아침부터 누구지?"




화면을 보니 훈지 씨 누님이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연락 기다리다가 제가 먼저 했어요.

 아침 일찍부터 죄송해요."






"네...저 사실은...

 뵐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이제 훈지 씨랑은 끝난 사이고

 굳이 뵐 이유가 없을 거 같아서요."






"시간 오래 뺏지 않을께요.

 잠깐이면 돼요."






"죄송합니다.

 김 대표한테도 거짓말 하기 싫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먼저 전화 끊겠습니다."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어젯밤 김 대표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그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확실하게 행동을 해야 돼.

 끌려다니지 않을거야.'





준비를 마치고,

카페로 향했다.





오늘은 영화사에 출근하는 날이라서

카페 오픈 준비를 서둘렀다.




더군다나 어젯밤에 차를 놓고 온 탓에

대중교통을 타고 가려고

좀더 일찍 카페 문을 나섰다.





그런데....

카페 앞에 훈지 씨 차가 서 있었다.






"나 헤어졌어요." <38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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