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납치한 이유

4. 쓸만하네

"박지민, 너 뭔데 내 방에 그렇게 들어와?"

"뭐 새삼."

"저 애한테 뭔 짓을 하려던 거야."

"모르는 애잖아. 죽이는 게 마땅하지 않나? 다른 조직원이면 어쩌려고."



태형은 웃더니 그녀의 쳐다본다. 재갈이 빼져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듯한 눈을 하고 있었지만 입은 꾹 다물고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울지 마. 지금 울어봤자야. 태형은 피식 웃더니 남자의 손을 놓는다.



“이화."

"..."

"조사해봤을 때 어디 조직에 들어가 있거나 그런 애는 아니야."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일반인을 데려오고."



지민은 총을 넣더니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는 저 두 사람의 눈이 자신을 강력하게 압박을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칫하면 죽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니, 당연하다. 자신의 목숨이 저 둘에게 달려있다. 그녀는 눈을 피했다.



"조금 쓸만 해 보이네."

"건들지 말지."

"글쎄, 좋은 걸 너만 가지고 있으려고?"

"어."



태형은 그녀의 가까이로 다가가 턱을 잡는다. 또 입을 맞추려는 건가?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태형을 쳐다봤다. 또 저 눈. 울 것 같은 눈. 그녀의 눈에 태형이 울렁거린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태형은 그녀의 눈을 보더니 그녀의 눈을 가린다.



"이 애, 내 비서로 좀 쓰려고."

"글쎄, 그렇게 갑자기? 합의도 없이 말이야?"

"내 마음이지. 어차피 내가 보스잖아?"

"너만 보스인가?"



지민은 고개를 갸웃한다. 저런 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으니 태형이 오히려 열이 받는다. 그녀는 태형이 앞을 가린 탓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하지만 손이 떨리는 것을 보면 조금은 화가 났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형이 손을 뗐을 땐, 지민이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경계가 조금 풀린 얼굴. 이 살얼음판을 조금은 녹여주는 미소. 그녀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감기는 것만 같았다.



"난 박지민이야, 잘 부탁해."

"..."

"왜 이렇게 말을 안 하지? 말을 못 하니 너는?"



지민의 웃는 미소에서는 섬뜩한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 바닥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많은 걸까. 그녀는 입을 연다.



"난 일한다고 안 했어."

"그냥 해. 어차피 너 여기서 못 나가."



태형이 책상에 앉으며 말한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다. 일하기 싫다. 여기서 일하기 싫다. 이러고 지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는 주먹을 꾹 쥐며 눈물을 툭툭 떨어뜨린다. 지민은 그것을 보았는지 그녀의 앞에 앉아 쳐다본다.



"우니?"

"..."

"어쩔 수 없어. 너, 다 봤다며?"

"말 안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날 놔줘."

"널 어떻게 믿고. 응?"

"나 입 무거워."



지민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어깨를 민다. 그녀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눈물을 흘리며 지민을 쳐다본다. 지민은 할 말이 있었지만 잠깐 멈추더니 그녀가 우는 모습을 그대로 쳐다본다. 김태형이 이 얼굴 때문에 데리고 온 건가? 그럼 그럴 만 하네. 응. 지민은 웃더니 조금은 더 놀려볼까, 하는 생각에 그녀의 귀에 속삭인다.



"선택해. 여기서 일할래, 아니면 그냥 내 총에 맞아 죽을래?"



그녀는 울음을 뚝 그친다. 얘 뭐야, 뭔데 이런 말을 쉽게 해.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그래, 목숨이 얘네에게 달려있었지.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입을 뗀다.



"할게."

"그래, 잘 선택했어 그녀아."



지민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는다. 말 잘 듣네, 예쁜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한다. 험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손이다.



"만지지 말라 했는데."

"비서는 같이 좀 쓰자."



태형이 지민을 째려봤지만 지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의 밧줄을 풀어준다. 아, 이제 좀 살겠다. 그녀의 손목과 발목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이렇게 얇고 하얀 손목에 밧줄을 하다니, 아, 정말 자비없는 사람. 지민은 그녀의 손목을 만지작 거린다.



"좀 금방 풀어주지 그랬어."

"도망갈 지 누가 알아."

"너 때문에 도망 안 갈래도 도망가겠다. 그치 그녀아?"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지민은 아무 말 않는 그녀를 보더니 손목을 꽉 쥔다. 안 그래도 아픈 손목이 더 아팠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태형은 그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쉰다.



"놔줘."

"내가 데리고 가서 훈련 시킬게."

"됐고, 내가 하겠다고."



벌써부터 기싸움이 팽팽하다. 그녀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사이에 낀다.



"그나저나, 내 방은 어딘데요."



갑작스러운 발언에 태형과 지민 둘 다 그녀를 쳐다본다. 비서라고는 했지만 존댓말은 굳이 할 필요 없는데. 지민은 웃음이 터진다. 태형 또한 웃긴 지 웃음을 참는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꿋꿋이 태형을 쳐다본다. 태형은 그런 그녀와 눈을 마주친다.



"건물 알려줄게. 거기에 네 방 잡아둘테니까, 거기서 지내."

"..."

"깨우는 건 박지민이 할 거야."

"그건 허락해주는 거야?"

"깨우기만 해."



태형은 지민을 노려본다. 지민은 또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녀를 보며 웃는다.



"그래, 데리러 갈게."

"일단은 같이 가자."



태형이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데리고 나간다. 지민은 그 뒤를 따라간다. 엘레베이터에 탔을 때는 아까보다도 더 숨막히는 공간에 무언가 그녀를 옥죄는 느낌이었다. 손목을 놓아주지 않는 태형에 조금 손을 흔들어보지만 더 꽉 쥘 뿐이었다. 그녀가 윽, 소리를 내자 지민이 뒤에서 태형에게 타이른다.



"걔 손목 아플텐데."

"가만히 있어."

"손목 아프니까 좀 놔달라는 거 같은데."



태형은 그녀의 손목을 보더니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는 손목을 조금 푼다. 그녀가 살살 빼려고 하니 태형이 쳐다본다.



"가만히 있으라고."

"왜 그렇게 무섭게 말할까. 그녀이가 무서워하잖아."



어느새 그녀는 몸이 떨리고 있었다. 지민은 다 보고 있었는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다. 그녀는 지민의 손이 닿자마자 몸이 굳는다. 이 둘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그녀는 그저 태형이 데리고 가는 곳으로 아무 저항없이 따라간다.



"우리 건물이랑 가까워. 그러니까 출퇴근도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

"네가 해야 할 일은 내일 시작할 때부터 알려주지. 오늘은 가서 쉬든가 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집 문이 열리고, 넓은 집에 그녀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다. 지민은 그것을 보더니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태형은 그저 쳐다보다가 나간다. 혼자 남겨지니 오히려 조금은 낫네. 그녀는 그 전의 일이 생각이 나더니 또 눈물이 떨어진다. 여기서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 너무 괴롭다. 피냄새는 질색인데. ... 가족이 보고 싶어. 그녀는 소파에 앉더니 눈물을 쏟는다. 소리 내며 우니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또 풀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마음 안에 남겨진다.



"집에 가고 싶어."



그녀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넓은 집 안에 울려퍼진다. 외롭고, 괴롭고, 힘들고, 아프고. 모든 부정적인 말들이 그녀의 머리 안에서 떠돌아다닌다. 지금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녀는 아파오는 머리에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는다. 그냥 씻고 잠을 자는게, 그게 조금은 나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씻고 나와서 다시 또 침대에 눕는다. 잠은 올까. 부모님이 걱정하시겠지. 휴대폰도 전부 뺏겼으니 연락할 길도 없다. 그녀는 또 울다 혼자 남겨진 방에 잠들었다.



"예쁜아."



머리가 울린다. 그녀가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다. 일어났을 때는 지민이 그녀의 옆에 앉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침대에.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지끈 거리는 머리에 잠깐 비틀하고는 지민을 쳐다본다.



"머리 아파?"

"... 네."



지민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열은 없는데. 지민은 그녀의 집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다시 눕힌다.



"잠깐 기다려. 약 가져오라고 시킬게. 그녀가 너 오늘부터 일해야 하니까. 아프면 안 되잖아?"



지민은 웃으며 전화를 건다. 한 순간에 지민의 얼굴이 굳는다. 그녀는 그 사이 잠깐 눈을 감았다. 금방 곯아떨어지는 그녀를 보고 지민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금방 약을 가져온 부하에 지민은 약을 건네 받고 그녀를 다시 깨운다.



"예쁜아 일어나. 약 먹자."



물을 한 잔 가져다주는 지민에 그녀는 편하게 약을 먹을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다정한 사람인가, 그녀는 물을 마시며 지민을 살짝 쳐다봤다. 지민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는지 눈이 바로 마주쳤고, 그녀는 고개를 돌린다.



"다 먹었으면 씻고 옷 갈아입고 나가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다 씻고 옷을 갈아입었을 때는 그녀의 머리는 조금 괜찮아졌다. 정장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어제와 다르게 깔끔해보였다.



"예쁘네. 정장을 입어도 예쁠 수가 있구나?"



지민은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서는 지민의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민의 뒤를 따르던 그녀는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높은 직위긴 하지, 보스가. 보스의 비서가 된다는 것은 큰 부담을 가지게 될 지도.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킨다.



"그녀가 네가 할 일은, 그냥 우리 스케줄만 잘 알려주면 돼."

"네."

"그리고, 너도 이제 조직원이나 마찬가지니까."

"..."

"총 쓰는 법, 싸우는 법은 배워야겠지."



아, 싫다. 정말 싫다. 총만 들면 손이 떨릴 것 같았다.



"총이랑 나이프. 생각보다 쉬우니까 금방 배울 수 있을 거야."



지민은 웃으며 지하로 내려간다. 지상에 있을 때는 엘레베이터가 밝았지만, 지하로 내려오는 순간 어두워진다. 그저 엘레베이터에 있는 빛 하나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문이 열렸을 땐 사격장이 보였다. 훈련하는 곳이겠지. 그녀는 벌써부터 손이 떨린다.



"오늘은 내가 도와줄게. 김태형한테도 허락 맡았으니까."

"..."

"일단 총 쥐어볼래?"



그녀는 총을 쥔다. 싫어. 이 차갑고 딱딱한 촉감이 너무 싫다. 그녀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는지 지민이 그녀의 손을 잡고는 앞으로 올린다. 그러더니 총을 쏜다. 저 멀리 보이는 과녁에 정중. 그녀는 총의 반동을 느끼자마자 손을 놓았다. 싫어. 안 할래. 그녀는 아까보다 심하게 떨리는 손을 잡는다.



"무서워?"

"... 괜찮습니다."



괜찮아야 하는데.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아. 어쩌다 이런 일을 배우게 됐는지, 벌써부터 고단하다. 그녀는 총을 다시 쥔다.



"그녀아. 무서우면 말해."

"..."

"안 하면 돼."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지민의 얼굴이 굳어있다.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하는데, 무서우면 그냥 끝이지, 뭐."



그녀는 차가운 지민의 목소리를 듣고는 총을 제대로 쥔다. 지민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다시 웃는다. 지민은 그녀의 옆에 서서 그녀가 제대로 쥐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얜 반동이 조금 심해서 말이야. 제대로 안 쥐면 손에서 놓칠 수도 있어."

"... 네."

"꽉 쥐어. 아니면 네가 죽어."



무섭다.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그녀는 멘탈을 잡아야만 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 손이 떨리는 탓에 총을 쏴도 과녁에 제대로 맞지 않는다. 지민은 그녀의 자세를 교정해준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



그녀의 손을 감싸서 쥐는 지민의 손이 따뜻하다. 그녀가 감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그녀의 손을 쥐고는 총을 쏜다. 뒤에 딱 달라붙어있는 지민이 부담스러웠다. 지민이 그녀의 허리를 잡는 것이 느껴졌을 때는 조금 소름이 돋았고.



"집중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녁을 쳐다본다. 정중. 지민이 손을 놓았음에도 정중한 그녀에 지민은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잘 배우는걸. 배우는 게 빠르구나. 지민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는다.



"잘하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여기 있었구나?"

"손 놔라."

"아, 왔네. 아쉬워라."



지민은 손을 놓는다. 뒤에 태형이 다가온다. 태형이 그녀의 손에 있던 총을 뺏어 지민에게 겨눈다. 지민은 손을 들더니 웃는다.



"또 이래."

"하지 말라 했는데."

"가르쳐주는 건 된다며."

"가르쳐주랬지 만지라고는 안 했어."



태형이 총을 내렸을 때, 지민도 손을 내린다. 그녀의 양 옆에 지민과 태형이 서서는 그녀가 총을 쏘는 것을 쳐다본다. 그녀는 조금 환멸날 것 같았지만 참고 총을 쏜다. 그래도 잘 맞추는 그녀에 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총을 들고가서는 원래 자리에 둔다.



"가자. 거기까지만 해."

"얼마 안 했는데?"

"할 게 많아."



또 무엇을 시킬 것인지. 그녀는 벌써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총을 놓고나니 손이 또 떨린다. 언젠가는 이 곳을 나가고 마리라, 그녀는 굳게 다짐했다. 이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는, 그냥 숨 막혀서 죽을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