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지묘(魔女之猫)

마녀지묘(魔女之猫)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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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고양이)

-마녀의 고양이-

W. 설하










트리거 경고,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존재하며,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잔인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진 어인 일이십니까, 호석을 이곳에서 다시 볼 줄은 몰랐습니다!"





홍월이 방실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하며 빙그레 웃어 보인 호석은 제 품 안에 자리하던 손수건을 꺼내어 얼룩진 홍월의 손을 닦아냈다. 진득한 것들이 호석이 쥔 손수건에 묻어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제게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낸 것인지, 창백하기만 하던 홍월의 얼굴에 그제야 붉은 기가 은은하게 맴돌았다. 감사합니다, 호석. 하는 홍월의 인사에 호석은 그저 빙긋 웃고 말뿐이었다.





"백화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아, 풍월도요. 풍월도 잘 지내고 있지요?"





곧 가보아야 한다는 호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홍월은 호석의 손을 꼭 쥔 채 제 처소인 화빈당으로 향했다. 어쩜 이리도 변한 것이 없는지, 아마도 홍월의 거의 유일한 친우임이 분명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꺼내며 눈을 반짝이는 홍월의 모습이 답지 않게 귀여워 보이는지라, 호석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홍월의 손을 토닥였다. 그럼요, 그들이야 잘 지내지요-, 하는 호석의 대답에 홍월이 여느 때보다 훨씬 밝게 웃어 보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호국의 가신 가문인 정(鄭) 가의 막내 도령이던 호석이 어찌하여 반영생을 사는 마녀인 홍월과 안면이 있냐 하면, 그 인연은 꽤 오래전, 홍월의 친우인 백화에게 호석이 은혜를 입은 일로부터 시작될 것이었다. 큰 은혜를 입어, 사화국에 몸담고 있던 백화를 따라나선 호석이, 저 자신이, 백화의 오랜 친우인 홍월과 친분을 쌓게 된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라. 홍월이 '마녀지묘'를 찾으러 떠난 이후로 홍월의 걱정에 시름시름 앓아가던 백화를 위해 호석이 직접 걸음을 옮긴 것도 퍽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백화가 아끼는 인간을 저가 무슨 수로 미워하겠냐며 베싯 웃어 보이던 홍월의 말간 웃음이 호석의 눈에 어른거린 것 또한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터였다. 호석이 가만히 홍월을 응시했다. 못 본 새 살이 빠졌다. 얼굴이 반쪽이 된 모습이 제 마음을 편치 못하게 만들었다.





Gravatar"요즘 따라 홍월의 걱정을 퍽 자주 하는 것 외에는 그들은 아주 잘 지냅니다."


"제 걱정이요?"


"예, 지금도 이리 살이 빠지셨는데, 제가 아니라 백화님이 직접 오셨다면 노발대발했을 겁니다. 그들이 홍월에게 소중한 사람인만큼이나, 홍월도 그들에게 소중한 사람임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아아..."


"저도 걱정했습니다, 홍월. 지민이 아니었다면 홍월을 찾느라 더 오랜 시간을 대륙을 떠돌아야 했을지도 모르지요."


"... 절 찾아다니셨습니까?"





호석이 빙그레 웃었다. 대답을 대신한 그 웃음에 담긴 뜻은 충분히 전해지고도 남는지라, 홍월은 밝디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홍월께선 참 여러모로 저를 놀라게 하십니다."


"제 무엇이 호석을 그리 놀라게 했을까요?"


"지민에게 홍월이 호국에 있다는 소식을 듣기야 했습니다만, 그게 어디 호국의 황궁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까 홍월을 마주했을 때 제가 비명을 내지르지 않으려 얼마나 애썼는지 아십니까?"


"... 그것이, 그리 놀랄 일이었던가요...?"


"게다가, 퍽 깜찍한 생각을 해내셨길래,"





어떤...?하며 말끝을 흐리는 홍월에 호석은, 호국의 저잣거리에 발을 내디뎠던 날을 떠올렸다. 처음 그는, 홍월이 호국의 황궁 근처에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별 기대 없이, 오로지 황제의 부름만을 목표로 하여 호국의 수도로 걸음 하던 차였다. 한데, 늘 수많은 이야기들을 몰고 다니는 저잣거리에, 단 하나의 이야기만으로 가득하니 어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잣거리를 제집 안마당처럼 뛰어다니는 아이 하나를 붙잡고 막무가내로 그 이야기에 대해 물어보아도 술술, 잘만 불어버릴 정도였으니, '마녀와 황제가 목숨을 건 내기를 했다더라-,'하는 소문이 호석의 귀에 들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호석은, 호국을 쥐잡듯 뒤졌던 것이었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마녀와 황제가 내기를 했다더라 하는 소문만은 파다한데, 그 마녀는 지금 어디에 있나-, 하는 물음에는 제대로 답하는 이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내기만 덜컥 해버리고는 어디로 숨었나, 마치 누군가가 마녀의 존재를 꽁꽁 숨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때까지는 호석도 몰랐더랬다, 홍월이 황제와의 내기 후에도 주욱 황궁에 머물고 있을 줄이야. 해서 호석은, 제게 '마녀와 황제의 내기'에 관한 소문을 들려준 이들에게 보답으로나마 짧디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랬다.





Gravatar“... 혹, ‘동백’이라는 마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소?”





"아아!  수도 제일 가는 이야기꾼이, 호석을 말하는 것이었습니까?"


"이야기꾼이라, 소문이 그리 나더이까."


"말도 마시지요, 제가 그 '동백'의 이야기가 퍼진다는 소문을 듣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아십니까..."


"'동백'의 이야기를 아는 이가 몇 없으니, 홍월의 귀에 그 소문이 들어간다면 필히 누군가가 홍월을 찾고 있음을 알아챌 것이라 생각하여 그런 것인데, 이거, 제가 실수한 것 같군요."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요-,"





홍월이 빙긋 웃어 보였다. 처소 앞을 지키던 궁인이 내온 차를 한 모금 들이켠 홍월이 다시금 말을 이었다.





"혹 그 소문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이 내기에서 불리해지는 쪽은 제가 분명할 테니까요."





홍월의 시선이 잔에 담긴 찻물을 가만히 응시했다. 마치, 무언가에 심히 불안해하는 사람처럼 시선을 자꾸만 이리저리로 피하는 홍월의 모습에 호석이 의아한 낯을 띄운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홍월은 뛰어난 마녀였음에, 이 내기에서 황제가 이기던, 지던, 홍월이 이기던, 지던, 그녀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 분명한데도 그녀는 마치, 이 내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처럼 굴고 있었다. 황제가 이긴다면, 홍월은 그토록 염원하던 '죽음'에 닿을 것이고, 홍월이 이긴다면, 호국을 떠나 다른 '마녀지묘'를 찾아내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왜 이리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아둔한 제 머리로는 홍월의 생각을 따라갈 수 없나 봅니다."


"... 예? 호석, 그게 무슨..."


"홍월, 왜 그리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십니까."


"...."


"이 내기는 홍월에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지요. 마녀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만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마녀가 죽고 싶어 환장했다는 멍청한 소리를 내뱉을 것이 분명하지만, 제가 보기엔 누가 이기던 홍월에게는 손해 볼 것 없는 조건들이 아닙니까. 직접 내기를 청한 홍월이 이를 모를 리도 없고요."


"...."


"그런데, 왜 꼭 내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것처럼 구십니까."





왜 그렇게 불안해하시는 겁니까. 잠시간의 침묵은 호석에게도, 홍월에게도 퍽 긴 시간일 터였다. 그 정적을 깨고 내뱉은 홍월의 대답은, 호석의 얼굴을 새하얗게 질리도록 만들기엔 충분했으니-,





"그 이유야 차고 넘치지요. 호석, 난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겨우 비석의 첫 번째 조각을 찾아내었을 땐, 내가 '마녀지묘'를 만드는 일은 언제든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어요. 처음 시도했을 때는, 거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법한 결과를 이끌어냈으니까요."


"... 홍월...“


"그리고 두 번째 비석을 찾아냈을 때, 난 비로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녀지묘'는 마녀를 위한 존재이나, 마녀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내 첫 번째 시도에서는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성공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해서, 당장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사화국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 허면, 허면, 어째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난 이제 너무 많이 지쳐버렸습니다, 호석. 다음 '마녀지묘'를 만드는 데 몇십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은 제가 살아온 생의 고작 일부에 불과할 시간일 것이 분명하지만, 저는 더 이상 그 길고 긴 시간을 기다릴 자신이 없습니다.“


"....“


"그리고, 이미 너무 멀리 왔습니다. 비석의 두 번째 조각을 찾지 못했더라면, 제 선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그것을 찾아낸 이상 제 선택은 변하지 않겠지요.“


"....“


"... 나는 장담할 수 있어요.“


"... 무엇을, 말입니까.“


"민윤기가, 이 호국의 황제가, 제가 내린 호의 기운을 타고난 핏줄을 가진 그가, 제게 연모의 감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품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호석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홍월은, 희게 질려버린 호석의 낯을 보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연모라, 그러한 감정을 느껴본 것이 대체 언제 적의 일인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제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런 감정. 수백 년을 살아오며, 수천의 사람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홍월이 그를 모를까. 날선 황제의 모습 사이사이로 언뜻 보이는 수많은, 뒤섞인 감정들이 죄다 저를 향한 연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모를까. 비록 그 시작이 아주 자그마한 관심에 불과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의 감정이 정말 그 '관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해서 나는, 반드시 민윤기를 '마녀지묘'로 만들어야 합니다."


"....“


"번복할 일은 없습니다. 그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하게 된 이상, 그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것은 제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 다른, 필히 다른 방법이...“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가 저를 증오하게 만드는 것이 제겐 더 쉽습니다, 호석.“





'마녀지묘'의 존재는 필히 마녀에 의해 그 의미를 가지나니,

그 존재는 필히 제 주인을 사랑하고, 증오하게 될 것이라.





호석이 질끈 눈을 감았다. 제 앞의 이 마녀를 위해,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구전으로만 떠내려오던 설화가 다시금 시작되는듯했다. 이미 엉망진창으로 얽혀버린 붉은 끈들이 희미하게나마 호석의 눈에 어른거리는 듯싶었다.










마녀의 고양이










한 번 피어오른 의심은 쉬이 사그라드는 법이 없다.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니, 해는 저문지 오래고, 저 달이 구름 너머에 은은하니 모습을 드러낸지 오래임에도 황제, 민윤기는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빈 술명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술잔에 그득 담겨있던 술방울은 이미 흔적도 없는지라, 그만큼, 그의 오랜 친우이던 호석과의 대화가 그의 심기를 어지럽히기에는 충분했다는 뜻이었다.





"... 제가 그것에 대해 답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폐하.“


"답할 수 있는 게 없다?“


"송구하오나, '마녀지묘'란 존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제 주인인 마녀를 죽이기 위해 존재하는 고양이, 그 이상의 의미를 아는 인간, 은 아마, ... 없겠지요.“


"그리 쉽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인가.“


"... 본디 요괴는, 그들의 것을 인간과 나누지 않는 법입니다.“





너는 요괴도 아닌 것이, 뭘 그리도 숨기고 있을까. 윤기의 미간이 깊게 패었다. '마녀지묘'라, 마녀를 죽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 그것이 윤기가 알아낸 전부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갖 잡다한 지식과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 제 친우, 호석까지 호국으로 불러들였건만, 돌아오는 대답이 영 시원찮았다. 또, 호석의 낯빛이 퍽 좋지 못하다는 것쯤은 그를 마주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불안한 듯 자꾸만 흔들러는 시선조차도, 그가 제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으며, 그것은 필히 저가 입에 담은 '마녀지묘'와 관련된 것이리라,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결론이었다.


요괴라, 그렇다면 '마녀지묘'라는 존재는 마녀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요괴를 뜻하는 것일 테다. 윤기는 저도 모르게 실없는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평생을 요괴를 배척하며 살아온 삶이다. 꼬박 열흘하고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마녀지묘'가 요괴일 것이라는 실마리를 잡았건만, 고작 사흘 안으로 그 요괴를 찾아낼 방도가 없는 것이었다. 그는 요괴를 죽이는 살육자지, 그들과 공생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요괴를 배척하며 마구잡이로 숨통을 끊던 호국에서는, 그 요괴와 관련하여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으리라. 아아, 필패구나. 윤기가 중얼거렸다. 자꾸만 실없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이 퍽 어이가 없었으나, 더 어처구니가 없던 것은, 제가 마녀에게 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은 저 자신의 기분이었다.





Gravatar"벌써 떠난다? 어째서. 여독을 풀지도 않고 그리 무언가에 쫓기듯 떠나가는 것이냐.“


"제게 더 이상 호국에 머물 이유가 없기에 그렇습니다, 폐하.“


"... 자네가 그렇다는데, 내 무슨 수로 말리겠나. 그래도 도제조에게 인사는 남기고 떠나게.“


"...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허락하지.“


"... 그 아이를 사랑해 주십시오, 최대한, 최대한 많이, 또 크게, 그 아이에게 사랑을 주십시오.“


"...?"


"그리고, 후에 모든 것이 끝났을 때, 그 아이를 너무 미워하진 마십시오.“





여전히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말이다. 제 친우라는 이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 그러하다. 허탈한 웃음과 함께, 윤기는 창 너머로 선명히 보이는 달빛을 눈에 담았다. 아, 그래도 친우로 지내온 세월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그래, 나는 네 말대로 이미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연모하는가 나는 그녀를, 마녀를, 홍월을. 이 진득하고 묵직한 감정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그런 것이겠지.


만지작거리던 빈 술잔을 저 멀리로 던졌다. 챙그랑, 하는 듣기 싫은 소음이 잠시간 울려 퍼졌다. 윤기는 몸을 맡기듯 기대어있던 창틀에서 몸을 일으켰다. 훅 올라온 술기운에 그 걸음이 비틀거린다. 잔뜩 취한 몸을 이끌고 걸음을 내디뎠다. 그 끝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필히 그것이 제가 누울 침구 위는 아닐 것이라 윤기는 막연히 생각했다. 드르륵-, 하며 제 침소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궁을 지키던 이들 몇몇의 시선이 닿았으나, 이내 따르지 말라는 윤기의 손짓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양,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래, 사랑해 주마. 내 너를 그리 미워하지도 않으마. 그 끝에 무엇이 있다 해도 말이다. 이미 증오해야 할 너를 이리도 깊게 연모하게 되었는데, 어찌 널 미워할 수 있을까. 황제의 입에서 나오는 흥얼거림에 은근히 들뜬 마음이 서려있다. 목적지를 모르던 걸음은, 제가 향할 곳을 정한지 오래여라. 황제의 뒤를 따르는 이는 아무도 없음에도,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화빈당이라는 사실은 궁 안의 모두가 알 것이라.





Gravatar"월아, 홍월아,“





입안에서 굴려지는 발음이 퍽 기껍다. 텅 빈 궁을 가로질러, 여즉 붉은 장미가 잔뜩 피어있는 황제 궁의 뒤뜰을 지나, 역대 황제의 총애를 받았던 수많은 후궁들이 살았을, 그 궁으로. 너는 달빛을 닮았나, 그래서 월이라 하는가, 그 새하얀 낯이 다시금 눈에 들어오면 그런 생각이 들고야 만다.





"... 홍월,“





사르르, 접히는 눈이 곱다. 은은히 치솟는 입꼬리가 곱다. 달빛을 받은 흑단 같은 머릿결이 곱다. 네가 진정 마녀인가. 사람들이 그리도 손가락질하는 악독한 요괴가 정녕 너란 말인가,





"예, 폐하.“





아아, 그래. 나를 이리도 홀리는구나,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참으로 어여쁜 웃음을 지어 보이는구나.

나를 이리도 깊게 홀리는 것이, 너는 마녀가 맞는 모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