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밤/ 연준 범규 팬픽] 숨겨야 할 사람

숨겨야 할 사람 3화

창밖이 밝아질 무렵.

연준은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창가에 서 있었다.

은신처 주변을 천천히 훑는 시선에는 작은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반면 범규는 침대에 웅크린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도망치느라 지친 탓이었다.

연준은 그런 범규를 잠시 바라보다 시선을 거뒀다.

'...이 얼굴 하나 때문에.'

조직을 배신했다.

평생 지켜온 원칙도, 목숨도 모두 걸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후회는 들지 않았다.

"으음..."

범규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일어났으면 씻어."

연준은 컵에 커피를 따르며 무심하게 말했다.

"칫솔은?"

"욕실."

"옷은요?"

"침대 옆."

범규가 고개를 돌리자 새 옷 한 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후드티와 청바지.

딱 자신의 사이즈였다.

"...이건 언제 산 거예요?"

"새벽."

"언제 나갔다 왔어요?"

"네가 잘 때."

범규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혼자 나갔다고요?"

"먹을 건 있어야 하니까."

"잡히면 어쩌려고..."

연준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안 잡혀."

"..."

"그 정도 실력이었으면 2인자까지 못 올라왔지."

괜히 인정하기 싫었지만 멋있었다.

범규는 작게 중얼거렸다.

"...재수 없어."

"들렸다."

"...일부러 들리게 했거든요."

연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식사를 마친 뒤.

연준은 권총을 분해해 손질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금속이 맞물리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을 채웠다.

범규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진짜 총이네요..."

"장난감처럼 보였어?"

"...아니."

범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람 많이 죽였어요?"

순간 손이 멈췄다.

짧은 침묵.

"많다."

"..."

"셀 수도 없을 만큼."

스토리 핀 이미지

범규는 괜히 질문했다는 걸 깨달았다.

연준의 얼굴엔 아무 감정도 없었다.

마치 오늘 날씨를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담담함이 더 슬퍼 보였다.

그때였다.

연준이 갑자기 손을 들어 범규의 입을 막았다.

"읍...!"

"쉿."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

범규도 곧 이상함을 느꼈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여럿이었다.

사각.

사각.

누군가 집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살피고 있었다.

"이 근처 맞다는 제보였는데."

"문 따."

범규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찾았다...!'

연준은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절대 소리 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쿵.

누군가 현관문을 발로 찼다.

"안에 있는 거 다 안다!"

"문 열어!"

범규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

연준은 천천히 창고 안쪽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낡은 책장을 힘껏 밀었다.

끼익.

책장 뒤로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비밀통로?"

범규가 놀란 눈으로 속삭였다.

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들어가."

"그럼 형은요?"

순간 연준의 움직임이 멈췄다.

"...방금."

"...네?"

"형이라고 했냐."

범규는 자신의 입을 황급히 막았다.

긴장한 나머지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다.

"...죄송."

이상하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연준은 짧게 웃더니 말했다.

"나쁘지 않네."

"..."

"앞으로 그렇게 불러."

범규는 더 민망해져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순간.

쾅!!

현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수색해!"

조직원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연준은 범규를 통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끝까지 가지 말고 중간에서 기다려."

"같이 가야죠."

"안 돼."

"왜요!"

연준은 권총의 탄창을 끼우며 담담하게 말했다.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찰칵.

안전장치가 풀렸다.

범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형."

"걱정 마."

"안 돌아오면 어떡해요?"

연준은 범규를 바라봤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겁먹은 대학생이 아니라 자신을 걱정하는 눈이었다.

그 짧은 변화가 이상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연준은 손을 뻗어 범규의 머리를 한 번 가볍게 헝클었다.

"나."

잠시 웃은 연준이 나지막이 말했다.

"생각보다 안 죽어."

말을 마친 그는 통로의 문을 닫아버렸다.

철컥.

범규는 문을 두드렸다.

"형!"

"형!!"

대답은 없었다.

잠시 후.

탕!!

총성이 울렸다.

이어지는 비명.

그리고 또 한 번.

탕!!

범규는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제발...'

'다치지 마.'

그때였다.

밖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준."

보스였다.

"네가 정말 배신했을 줄은 몰랐군."

범규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문 너머로,

연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그 사람한테 손대는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번엔 내가 당신을 죽입니다."

순간, 바깥은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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