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셨어요? “

“ 분위기가 늘 다르네요 “
“ 어때요? “
“ 예쁜 것 같아요 “
“ 빈말이라도 고마워요 “
“ 밥 먹으러 갈까요? “
“ 그래요 “
다른 거 찾았다, 모자.
설이는 한 번도 베레모를 쓴 적이 없었다.
설이도 이렇게 입었다면… 예뻤을까.
정말 설이와 겹쳐 보였다, 이전까지는.
몇 번 안 봤지만, 스쳐지나갈때마다
분위기가 늘 다르고 끌렸다.
“ 근데 왜 밥 먹자고 했어요? “
“ 혼밥 하기 싫어서? “
“ 정말요? 그런 이유는 처음 듣네 “
“ 사실 그건 아니죠 “
“ 뭔데요? “
“ 우연이라도 우리가 몇 번 더 마주치면 “
“ 그때 알려줄게요 “
“ 궁금하게 할 거예요? “
“ 분위기가 항상 달라서? “
“ 저요? 그래요? “
“ 네, 궁금했어요 “
“ 지연 씨가 어떤 분인지 “
“ 저도 궁금해지려고 하네요 “
“ 태형 씨는 되게 분위기가 어둡네요 “
“ 저요? 그래요? “
“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
“ 외면적으로는 별로 안 그래요 “
“ 그냥 느낌이랄까… “
“ 무슨 일 있는 사람처럼 “
“ 무슨 일 있어요? 너무 초면에 실례인가 “
“ 그것도 저희가 몇 번 더 만나면 “
“ 알려줄게요 “
“ 은근 약속 잡네요 “
“ 많이 궁금한가 봐요 “
“ 제가 궁금한 걸 잘 참는 성격은 아니라서 “
“ 몇 번 더 만나죠 그럼 “
“ 그래요 그럼 “

태형과 지연은 많이 편해졌다. 그저 지갑을 찾아준
사례였지만, 태형은 아니었다. 우연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찾은 것 같았다.
지연에게 태형은 그냥 지갑 찾아주신 분일 수도 있지만
태형은 더 알아가고 싶은,
설이 다음으로는 처음인… 사람이었다.
지연과 태형은 점심을 먹고 나와 향수 공방으로 갔다.
웬 향수 공방인지 싶겠지만, 둘의 버킷리스트가
어쩌다 보니 겹쳐, 향수 공방을 가게 되었다.
뭐 물론… 둘 다 애인과 가는 거였지만,
애인은 아니더라도 그냥 해보지 싶었다.
둘 다 애인은 없는 상태였기에
향수 공방에 도착을 해서,
인연이 될지 우연에서 그칠지 모르는 서로를 위해
각자가 아닌 서로에게 향수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태형은 파우더리한 향을 좋아했다.
상반되게 지연은 우디한 향을 좋아했다.
서로 좋아하는 향이 다른데, 서로에게 시향을
맡기지 않고 각자 시향을 하며 향수를 만드는
그 순간만은 태형에게 정말 기뻤다.
의미 있었고, 마치 정말 편안한 사람과 있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우디향을 맡으니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 머스크한 향을 좋아하실 거라고는 “
“ 예상 못 했는데 “
“ 원래 좋아하진 않았어요 “
“ 전 여자친구가 쓰던 향이라서 “
“ 좋아해요 “
“ 전 향수 받으면 소장할 건데 “
“ 전 열심히 뿌리고 다닐게요 “
“ 우디향 좋지 않아요? “
“ 되게 편안하네요 “
“ 관심이 생겨요 “
“ 네? “
“ 향수한테요 ㅋㅋㅋ “
“ 아 그렇죠 “

“ 향수한테만은 아니고 “
“ 지연 씨한테도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
“ 보면 볼수록 태형 씨는 궁금한 사람이네요 “
“ 알아갈수록 궁금한 사람은 처음이라 “
“ 칭찬이죠? “
“ 그럴걸요? “
“ 새로워요 “
“ 뭐가요? “
“ 지연 씨요, 저희가 만난 거 치고 “
“ 이런 얘기 하는 거 너무 이르긴 한데 “
“ 오늘만 보고 말 사이면 “
“ 그냥 모르는 사람한테 털어놓는 거고 “
“ 더 오래 보게 될 사이면 “
“ 마음을 터놓는 거죠 “
“ 좋은 분이네요 지연 씨 “
“ 사실 전 여자친구가… “

설이의 사고, 그리고 지연 씨가 끌리게 된 이유,
왜 밥을 먹자 했는지, 왜 관심이 생겼는지.
그리고…
왜 내가 어두워 보이는지.
설명했다, 향수를 만들며 이래저래 설명하다 보니
뭔가 굉장히 큰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지연 씨는 공감을 해주며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이제 이 사람은… 더 알아가야 할 사람이라고,
오늘만 보면 안 되겠다고 확신이 생겼다.
“ 힘들었겠어요, 힘내요 “
“ 이런 말이 무슨 위로가 되겠어요 “
“ 늘 마음에 묻고 사시는 것처럼 “
“ 설이라는 분도 그러실 겁니다 “
“ 어둠을 이길 수 있는 건 “
“ 빛밖에 없어요 “
“ 이제 빛을 내야죠 “
“ 고마워요, 함께 빛을 내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
“ 네? “
“ 향수 받아요, 어때요? “
“ 좋네요, 편안하다 “
“ 매일 뿌리고 다니고 싶어요 “
“ 저도 향수 다 만들었어요 “
“ 고마워요 “
하고 향을 맡는 순간, 특별했다.
왜 익숙할 머스크 향에서, 전혀 다른 향이 나는지.
왜 보관이 아니라, 사용을 하고 싶은지.
왜 눈물이 날 것 같은지…
“ 좋네요, 제가 본 향수 중에 제일 “
“ 고마워요, 태형 씨가 만들어준 우디향도 잘 쓸게요 “
“ 이제… 갈까요? “
우리는 서로가 만들어준 향수를 갖고, 앞에 있는
공원에 갔다. 공원엔 조그만 호수가 있었는데
햇빛을 그대로 받아 반짝이는 호수는 정말 예뻤다.
옆에 조명도 있어 밤에는 더 예쁠 것 같은 호수였다.
“ 왜 이 호수는 처음 보지… “
“ 공원이 은근 작고 외지잖아요 “
“ 그래서 좋아요 “
“ 내일 이 호수에서 만날래요? “
“ 이번엔 저녁에 “
“ 저녁에요? 저녁에 뭐 하려고… “
“ 딱 저랑 다섯 번만 만나요 “
“ 저 친구 없어서 심심해요 “
“ 친구 없어서 만나는 거면 시시한데 “
“ 그래요 그럼 “
“ 예쁘다 “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는 조금 달랐다.
어제가 캄캄한 밤하늘이었다면,
오늘은 햇빛이 비치는 반짝이는 호수였다.
절대로 어둠은 빛을 덮을 수 없다.
오늘은 나에게 빛 같은 날이었다.
어둠만 있던 내 하루에… 빛이 들어왔다.
작은 틈새 사이로.
이 어둠을 이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