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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속마음은 이렇다_53화

내 인생의 첫 짝사랑을 고등학생 때 했고 결국 그 짝사랑마저도 유현이 때문에 시작도 못 해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현이는 지민이랑 일부러 사귀었을 것이다. 내가 지민이를 좋아하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 날 싫어하기 때문에 지민이랑 사귄 것이다. 하필이면 내가 고백을 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그날 말이다.

순탄치 않았던 고등학생 시절이 끝나고 공부를 잘했던 나는 이름이 잘 알려진 신화대에 붙을 수 있었다. 한편 유현이는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나랑 같은 신화대에 붙을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현이랑 떨어진다는 사실에 기뻤다. 중학교까지만 해도 유현이는 내 둘도 없는 절친이었는데, 아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대학교를 들어가고 유현이가 없는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쳤다.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날 좋다고 하는 남자들도 많았다.

윤기를 만나서 사귀기 전, 사실 난 두 명의 남자랑 사귄 적이 있었다. 연애를 한 번도 못 해 봤던 나이기에 날 좋아한다는 그 한마디에 넘어가서 덥석 사귀었었지.

"여주야,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귀자"

오여주 image

오여주

"ㅇ,어...?"

"내가 잘해줄게"

오여주 image

오여주

"그래" ((싱긋

하지만 그 좋아한다는 말을 항상 진심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달을 넘지 못했었지. 그래서 그 두 번의 연애는 나에게 좋은 감정을 남기지 못했다.

그 다음으로 만난 남자가 윤기였다. 윤기는 처음부터 내가 전에 만났던 남자들과는 달랐었고 내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주었었다.

민윤기 image

민윤기

"안녕? 나 너랑 이 수업 같이 듣는데, 같이 앉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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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ㅇ,어... 그래"

그렇게 천천히 내 마음을 열어준 윤기는 나에게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와서 내 인생에 처음으로 술맛을 알게 된 그 날에 고백을 받았다.

오여주 image

오여주

"드디어 내가 맥주를 먹어 보게 된다니"

텁-]

민윤기 image

민윤기

"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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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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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나도 이제 성인이고 내가 마시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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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그리고 내가 마시든 안 마시든 너한테 뭔 상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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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앞으로 넌 내 거니까 상관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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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여주

"ㅇ,어...?"

민윤기 image

민윤기

"나랑 사귀자. 여주야, 내가 너 많이 좋아해"

그래서 윤기만큼은 전에 만났던 남자들이랑은 다를 줄 알았었다. 나에게 진짜로 잘해주었으니까, 윤기를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런 행복은 4년 동안 지속하었다.

유현이랑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유현이의 강요로 윤기를 유현이랑 소개해준 뒤로 윤기의 연락은 점차 줄어졌고 매일 윤기가 먼저 하던 연락을 내가 먼저 하게 되었다. 내가 먼저 해도 연락이 안 되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래도 난 끝까지 윤기를 믿었었다.

그만큼 윤기는 나에게 진심이었으니까, 그 진심을 내가 마음까지 전달 받았으니까. 그래서 윤기를 의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의 이 마음은 그날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윤기랑 팔짱을 낀 유현이가 모텔에서 나오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난 내 눈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몇 번을 비벼봐도 분명히 윤기랑 유현이었다.

솔직히 윤기에 대한 믿음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에 유현이가 내가 좋아하는 지민이를 뺏은 적이 있어서 윤기의 말도 들어보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화도 나고 그 어떤 변명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내 생각만 했었나 보다. 하지만 만약에 윤기의 잘못이 진짜 단 하나도 없고 모든 게 다 오해였다면 윤기가 끝까지 날 찾아와서 붙잡고 말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윤기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날 찾아오지 않았다.

나의 세번째 연애까지 결국에 안 좋게 끝났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은 아무한테도 마음을 주지 않을 거라고 굳게 다짐했었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었다.

윤기랑 나의 마지막이었던 그날 이사님을 만나고 실수했던 것 때문에 난 항상 이사님한테 미안했었다. 그 일로 나를 매일 놀리는 이사님 때문에 희사에서 늘 숨어다녔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오여주 씨,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멈칫-]

오여주 image

오여주

"ㅇ,아... 이사님, 안녕하세요" ((꾸벅

쓰윽-]

터업-]

김태형 image

김태형

"제 대답에는 답을 하시고 가셔야죠"

오여주 image

오여주

"ㄴ,네?"

김태형 image

김태형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냐고 물었습니다"

오여주 image

오여주

"ㅇ,아... ㅈ,제가 또,똥이 급해서"

오여주 image

오여주

급 현타-]

오여주 image

오여주

"ㄱ,그럼 전 이만" ((후다닥

처음에는 그 일 때문에 매일 날 놀리는 이사님이 미웠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사님은 날 놀리기보다는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도시락도 같이 나누어 먹고 내가 해야 하는 일까지 도와주셨다. 그런 이사님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느꼈었다.

그래서 이사님이랑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나애게 늘 웃어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이사님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챘지만,

나한테만 이렇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이사님이 나랑 같은 마음일 줄 알았었다. 그래서 꼭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자꾸 일이 생겨서 이사님과 만나지 못하였다.

겨우 이사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비어서 이사님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려고 이사실에 가는 중에 그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었다.

뒤에서 이사님을 백허그 하고 안은 유현이와 뒤를 돌아보면서 유현이랑 대화하는 이사님의 모습을 말이다.

난 바보같이 또 도망쳐 버렸다. 이번만큼은 진심일 줄 알았는데, 자신을 뒤에서 안은 유현이를 바라보는 이사님은 싫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렇다면 나 혼자서 착각을 한 거겠지. 이사님이 나한테 잘해줬던 건 다... 나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매너였다고. 그냥 내 마음을 살짝 건드려 본 거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바보 같은 건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직도 유현이가 두렵다. 그래서... 유현이 앞에서는 항상 이렇게 되어버리고 만다. 이런 내가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