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속 설탕 2

10화. 수련회 (1)

버스에서 푹 자니 어느새 2시간이 흘러있었고

수련회장소에 도착해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버스에서 내리니

연보라색 후드티를 입은 이지은이 팔랑이며 내게로 뛰어와 폭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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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정국아아!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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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후 야 뛰지 말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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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그래도..너 보고 싶으니까아...

내 핀잔에 금새 시무룩해져선 오리입을 하고 있는 이지은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댓발 튀어나와있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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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또또 오리 입 하지! 자꾸 이렇게 하면 뽀뽀해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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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뭐어??? 미쳤나봐!!

부끄러움으로 그새 볼이 발개져서는 작은 얼굴 가득 해사한 미소를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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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ㄴ..나 애들 줄 세우러 가볼게! 이따 봐!

그렇게 휙 돌아서서는 앙증맞은 다리를 놀리며 뛰어가는게 퍽이나 귀여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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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야 그만 꽁냥대고 애들 줄 좀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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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어.

그렇게 별 다를 것 없는 수련회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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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정국아! 내일 하는 거 한번 맞춰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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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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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윤기가 죽어도 하기 싫다고 해서 그냥 둘이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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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디서 연습할까요? 옷 갈아입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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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어 그래 그럼 아까 활동했던 강당으로 오면 되겠네. 거기서 맞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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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 먼저 가 계시면 빨리 갈게요

짧게 인사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러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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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정국아!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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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장기자랑 연습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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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너? 장기자랑? 진짜? 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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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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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헐! 누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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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태형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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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아 진짜?? 진짜 하는 거야?? 우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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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나 가서 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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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잘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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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아이 그래도오.. 보고싶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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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알았어 그럼 같이 가자

눈꼬리를 내리고 나를 향해 헤실헤실 웃어보이는 이지은에 난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활동했던 강당은 옆면에 거울이 붙어있어 꽤 좋은 연습실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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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우와아아!! 대박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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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오 지은이도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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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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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방해 안 하고 가만히 있을게요!

태형쌤의 따가운 눈초리에 이지은은 구석의 의자에 착 앉으며 바른자세를 취했다

그 엉뚱한 모습마저 귀여워서 참..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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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크흠..그럼 맞춰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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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어 그래 춤은 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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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네. 미리 알려주신 걸로 연습 다 해놔서 동선만 맞추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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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오케이 그럼 뮤직 큐!

익숙한 비트가 흘러나왔다. 춤 신동만 모였다는 BTS크루의 노래였고, 내가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다.

그냥 연습한 대로. 거울을 보면서 동작을 하나하나 고쳐갔다. 태형쌤도 정말 잘 추는 편이셨고, 누구 하나 뒤떨어질 건 없었다.

땀이 뚝뚝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했다. 한 10번 정도 반복했을까? 음악이 끊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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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헉..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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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흐억..헉...진짜 잘 추는데? 이쪽으로 진로 해도 될 정도야

기분이 좋았다. 인정받은 것 같아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들려서.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뒤쪽 한구석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의자에서 일어나 커다랗게 눈을 뜨고 하얀 손을 열심히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이지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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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진짜 멋있다!! 대박...내 남친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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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오 너네 사귀냐? 그럴 줄 알았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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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보기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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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그쵸! 저희 잘어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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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그래 잘 얼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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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쌤

얼우린다? 얼울린다? 어울릴다? 어울린다!

역시...아무리 춤추는 게 멋있어도 그 태형쌤 어디 안 간다.

여김없이 찾아온 쌤의 작은 말실수와 함께, 그리고 이지은의 기분좋은 웃음소리와 함께,

수련회의 첫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