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행세
10. 야반도주


똑똑똑.-


김여주
네, 들어오세요

철컥.-


최수빈
선생님, 퇴근 안 하세요?


김여주
네?

06:58 PM

김여주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최수빈
ㅎㅎ


최수빈
정리 마저 하시고 나오세요


김여주
네~

수빈씨, 얼른 퇴근해요


최수빈
아, 네


최수빈
근데...


김여주
?


최수빈
선생님 찾으시는 분이 오셨는데


최연준
안녕하세요,


최연준
안녕하세요, 의사 선생님?

수빈 옆으로 불쑥 모습을 들어내는 건 최연준이었다.

이 남자가 왜 여기에...



김여주
ㅇ..어, 어떻게..


최연준
데리러 왔어요


최연준
밤길 위험하니까


김여주
에..?


최수빈
...선생님 친구분이세요? (속닥)


김여주
아..


김여주
아.. 그게..


최연준
친구가 아니라 남ㅍ

덥썩.


최연준
읍.


김여주
아하하..!!


김여주
네네. 친구 맞아요!!


김여주
아, 자식!! 언제 왔대..!?

여주는 연준의 등을 퍽퍽 두들기며 눈치를 줬다.


최연준
하?

연준은 언짢게 여주를 바라보며 얼굴을 구겼다.


김여주
아하하!!


김여주
수빈씨, 저 먼저 퇴근 좀 할게요!

여주는 연준의 옆구리를 잡아 당겨 나섰다.


최수빈
아, 네


최수빈
조심히 들어가세요!!


김여주
하하^^


최연준
...(질질,,)

여주의 손에 질질 끌려 나가는 연준이었다.




하아..



김여주
번거롭게 왜 왔어요


최연준
데릴러 왔죠, 그럼


김여주
...괜찮으니까 다음부터는 안 와도 돼요


최연준
...아, 그래요?


김여주
...네,,


최연준
...


최연준
...알겠어요


처벅처벅..-

돌아가는 길 정적만이 가득했다.

여주는 앞으로 멀찍이 걸어가고 있는 최연준의 뒷모습이 왠지 신경쓰였다.



김여주
...


김여주
연준씨, 같이 가요..!!

여주는 멀찍이 앞서가는 연준에게 다가갔다.



최연준
...


김여주
...


김여주
...말 많던 사람이 웬일로 조용하실까..~?

여주는 연준의 눈치가 보이는지 표정을 살폈다.


최연준
...


김여주
데릴러 오지말라고 해서 화났어요?


최연준
...


김여주
에이, 연준씨 힘들까봐 그런거죠..~!


김여주
아직 몸도 성하지 않잖아요..~


최연준
내가 기억이 없는거지


최연준
팔다리 사지 멀쩡한 사람인데요


김여주
...하하


김여주
그렇죠..!!


최연준
...


최연준
...그리고

덥썩.-


김여주
..!!


최연준
어쩌면,


최연준
그쪽 하나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겠죠?

연준은 여주의 손목을 잡아 끌어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휘청이다 최연준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딪힌 여주는 놀라 벙쪘다.


김여주
...아..


김여주
...그쵸

잊고 있었다.. 저 힘을

처음 그를 마주했을 때 나를 잡아 끌어당겼던 그의 위협감을

나는 다시 느꼈다.



최연준
...


최연준
...


최연준
내가 무서워요?


김여주
...네?


김여주
아, 아..니..ㅇ..


김여주
아, 아..니ㅇ..흐끅..!!

놀라서 딸꾹질이 먼저 나왔다.


김여주
아..읍..끅!..

여주는 자신의 입을 틀어 막았다.

어쩐지 딸꾹질이 멈춰지지 않는다.



최연준
...


최연준
내가 무서웠나보네요

스륵..-


최연준
미안해요


최연준
겁줄 생각은 없었는데


김여주
...괜찮..끅!


최연준
...


최연준
...하하,,


최연준
여주씨 몸은 항상 솔직하네요


김여주
아니..흐끅!


최연준
이를 어쩐담..


최연준
딸꾹질이 멈출 생각이 없네요


김여주
..끅!..


김여주
신..끅! 경쓰지마세..끅!..요..


최연준
...ㅋㅋㅋㅋ


최연준
신..경쓰지말까..요?ㅋㅋ

연준은 여주의 딸꾹질을 따라하듯 숨의 텀을 두며 말했다.


김여주
ㅇ..아..끅!..진짜...


최연준
ㅋㅋㅋㅋㅋ


최연준
딸꾹질은 충격요법이 좋은데


최연준
깜짝 놀래켜 드릴까요?


김여주
...됐거든요 끅!


김여주
알아서 멈추게..끅! 냅둬요..


최연준
ㅎㅎ


최연준
여주씨,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연준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김여주
..뭔..흐끅! 데요;


최연준
있잖아요, 저..


최연준
사실 기억이 다 돌아왔어요


김여주
...


김여주
...네?


김여주
전부요..?


최연준
네, 전부요


김여주
...아

...이게 무슨

ㄱ..기억이 돌아왔다고!?

ㅈ..전부..!?



김여주
아..어..그..

연준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말 한마디에 여주는 고장난듯 눈을 빠르게 굴렸다.


최연준
...뭘 그렇게 당황해요


최연준
농담인데


김여주
...예?


최연준
농담이라고요ㅎㅎ

연준은 또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김여주
아..


김여주
아..농담..!!


김여주
아하하..!!


김여주
뭘 그런 농담을..!! 참..!! 하.하.


최연준
ㅎㅎ


최연준
남편이 기억이 왔다니까 놀랐나봐요


최연준
딸꾹질도 멈추고?


최연준
역시 충격요법이 한방이라니까요


김여주
아하..하..

식겁했네..

진짜 기억이 돌아온 줄 알고 온몸이 차게 식었다.



최연준
...ㅎㅎ

연준은 입술 사이로 씨익 웃어보였다. 근데 어딘가 씁쓸해보이는 건 뭘까


김여주
아 진짜.. 놀랬잖아요..


김여주
연준씨도 참.. 농담할게 따로 있지..


최연준
왜요, 내 기억이 안 돌아왔으면 해요?


김여주
네?


최연준
아무래도 과거에 제가 안 돌아왔으면 하는 것 같아서요


김여주
...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네,,



김여주
아하하..


김여주
왜 그런 생각을...


최연준
당신, 나 무서워하잖아요


김여주
?


최연준
아니에요?


최연준
방금전만 해도 놀라서 딸꾹질을 하던 사람이?


김여주
...그게,,


최연준
과거에 내가 여주씨한테 못되게 군 거 맞죠?


김여주
...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가 없긴 하다.

진짜로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니까..



최연준
...


최연준
...맞구나 (중얼)

연준은 확인 받은 얼굴로 서글픈 얼굴이었다.


김여주
...연준씨, 그게..;;


최연준
혹시 그래서.. 아까도 남편이 아니라 친구라고 거짓말 한 거예요?


최연준
당신이 남편이라고 소개도 못할 만큼


최연준
내가 그렇게 남편 노릇 못하는 놈이었던 거죠..?


김여주
...아

방금 전 일 신경쓰고 있었구나..

수빈씨는 내가 결혼 안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급한 마음에 친구라고 했던 건데..

그 한마디에 그는 자신을 남편이라고 소개하지도 못할 놈이라 생각했을까..


최연준
...

저 상처 받은 얼굴이 가엽다.

그는 기억이 없으니까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에 대한 혼란과 자책으로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던 건 아닐까..

괜히.. 여린 마음이 들었다.



김여주
연준씨


최연준
...


김여주
나 봐요

여주는 죄인 마냥 한껏 고개를 숙인 연준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최연준
...


김여주
아까 전 일은 내가 미안해요


최연준
...괜찮아요


최연준
남편도 아닌 새끼한테 무슨 남편 소리 듣겠어요


김여주
...


김여주
아까는 급해서 친구라고 얼버무린거예요


최연준
...왜요?


최연준
뭐가 급해요..? 남편 한마디면 되는데


김여주
...


김여주
...그게

...가짜 남편이 맞긴한데..

아아..진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또 거짓말로 덮어 씌우는 방법 밖에는 없는 건가..


최연준
...거봐요


최연준
대답 못하죠?


최연준
역시 내가 남편도 못될 쓰레기였던 거야.. (중얼)


김여주
...아아!! 진짜


김여주
이건 끝까지 말 안 할라고 했는데요.


최연준
?


김여주
사실 여기 마을 사람들은 제가 결혼 한 줄 몰라요


최연준
그게 무슨...


김여주
그.. 저희 집안에서 반대가 극 심했거든요..!!!


최연준
?


김여주
그래서 이렇게 시골에 숨어서.. 사는 거예요..!!


최연준
...야반도주 말하는 거예요?


김여주
...네!! 그쵸!! 그 야반도주!!


최연준
...


김여주
진..진짜예요!!


김여주
그래서 혼인신고도 아직 못했구요..!?


김여주
ㅅ..서류상은 아니지만, 우리 둘이 합의하에 결혼한거죠..!!


최연준
...이걸 믿으라고요?


김여주
아유, 그럼 제가 이걸 마을 사람들한테 숨길 이유가 뭐겠어요..!!


김여주
ㄷ..당신이랑!! 어!?


김여주
알콩달콩!? 어..!?


김여주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나의 마음을 이렇게 모르겠어요!!?


최연준
...


김여주
...

...이게 먹히려나?



최연준
...


최연준
아.. 그래서.. 친구라고 거짓말을..

연준은 그제야 납득이 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여주
ㅇ..예! 그쵸.


김여주
그런거죠.

...하아

이 양반이.. 단순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일단 여주씨 말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요"



김여주
..네


김여주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최연준
...


최연준
근데,


최연준
내가 데릴러 가는 건 허락해줘요


김여주
?


최연준
그정도는 해도 되잖아요


최연준
남편인데


김여주
..아,


최연준
안된다고 하지마요


최연준
어차피 안 들을 거니까


김여주
...예?


김여주
아니 그럼 왜 허락을 구하는..


최연준
...'피식'


최연준
정확히 말하면..


최연준
단순 통보죠

연준은 꺾일 기세 없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여주
...허


최연준
그때처럼 다른 남자 옆에 끼고 들어오기만 해요


최연준
직장이건 뭐건 뵈는 거 없으니까


김여주
...


김여주
...그 말은 좀 무서운데요


김여주
제 밥줄 끊기면 책임지실거예요?


최연준
내가 그쪽 남편인데


최연준
당연히 먹여 살려야죠


김여주
...


김여주
...무직인 남자가 포부는 좋으세요


최연준
내가 왜 무직이에요?


최연준
이정도면 가정주부 아닌가


김여주
..뭐라구요?ㅋㅋ


최연준
빨래에 청소에 매끼니 챙겨줘


최연준
게다가 아이 케어까지 완벽하게 하는 남자 가정주부가 어딨어요?


김여주
...


김여주
...혹시 아이케어는,,


김여주
누룽지.. 말하는 거예요?


최연준
그렇죠


최연준
아무래도 우리 사이에 자녀는 없으니까


김여주
...!!(화악)

철썩.-


김여주
...소리 좀 낮춰요!


김여주
남편이니 자녀니..뭐..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민망)

여주는 연준의 어깨를 철썩였다.



최연준
...?


최연준
결혼 한 사이에 새삼 부끄러워요?


김여주
...아니, 그게..


최연준
이래서 자녀 계획은 있나 몰라..~


최연준
침대에서 안기만 해도 몸이 굳어서는... 망부석도 그것보단 유연하겠어요


김여주
..!!


김여주
아, 진짜 좀..!! (화끈)

여주는 시뻘건 얼굴이 되어서는 나불대는 최연준의 입을 틀어막았다.

밖에서도 주책맞은 최연준의 입담에 정신이 번뜩였다.

그리곤 저거 또 입 열기 전에 집앞 마당으로 그를 밀어 넣었다.


최연준
아ㅋㅋ


최연준
알겠어요, 안 한다구요ㅋㅋ


김여주
얼른 가요, 가..!! 진짜;;


최연준
ㅋㅋㅋㅋㅋ

연준은 여주의 반응이 재밌는지 밀려들어가는 내내 낄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게 또 얄밉게 말이다..

...

..

.




_


_


부스럭..

부스럭..부스럭..

"아니, 근데 00번지는 왜..."

...

다음화에 계속>>>>


손팅학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