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은 S급 헌터

제 5 화 내 이름은 코난이 아닌데(5)

YOU

"...벌써 지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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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훈

"안 지치는 네가...후...이상, 한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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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민호

"...그렇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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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형

“아니, 너는! 후! 우리랑 같이, 놀았으면서! 하! 아오,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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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현진

“음, 너희 두 명은 체력이 참... 큰일이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내 맞춤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서 선생님은 곧바로 체력 측정에 들어갔다. 이론 수업을 해봤자 듣지 않을 거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이제 수업 날로 먹긴 글렀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앞의 두 번의 삶의 능력치가 그대로 이번 생으로 넘어왔기에 아마 이 세계에서 나를 이길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딱히 훈련을 하지 않아도 두 번째 삶에 열심히 산 덕분에 체력이 좋았다. 간만에 움직인 덕분에 개운하긴 했지만, 매일 하기엔 역시 귀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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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현진

“단아 너는 진짜 천재구나? 비각성자인데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오지?”

감탄을 하며 이만 가보겠다며 훈련실을 나가는 선생님에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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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형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어떻게 그렇게 강해?”

YOU

“원해서 강해진 건 아니야. 강해지지 않으면 살해당하니까, 강해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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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훈

“뭐?”

YOU

“먼저 간다.”

그녀에게 있어 강함에 관한 주제는 달갑지 않은 주제였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되버리니까.

강한 힘을 타고나 마녀라 불리며 핍박을 받았던 첫 번째 삶, 그녀는 어둠의 힘에 손을 뻗어 수많은 인간들을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세상이 싫었기에 세상을 없애고 싶었지.

그러나 신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기에 그녀를 대적할 수 있는 영웅을 만들어 보내 결국 단아는 화형대에 오르게 되었다.

잡힌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이미 자신을 핍박하던 이들은 모두 죽었으니, 그녀의 복수가 실패했다고 볼 수 없었기에 할 수 있는 체념이었다.

죽음으로 이제 쉬고 싶다고 느끼며 불에 타, 숨이 끊어진 그 순간,

그녀는 환생했다.

모든 것이 정반대인 삶으로.

마력 대신 신성력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인류의 적이 아닌 인류의 영웅으로.

두 번째 삶은 살면서 참 아이러니 했다.

똑같이 남들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마력을 가졌을 땐 마녀라 불렸고, 신성력을 지니니 영웅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 상황 속에도 난생 처음 받아보는 호의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기분 좋았고, 더욱이 자신을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모두를 기쁘게 하고 싶었고, 모두를 지키고 싶었다. 모든 것을 파괴하려던 첫 번째 삶과 달리.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마녀라 불렸기에 진짜 마녀가 되어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던 삶과 영웅이라 불렸기에 모두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받쳐서 마왕을 물리친 삶의 최후는.

마왕을 죽일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의 힘을 두려워했던 인간의 황제는 모든 모험을 끝맞치고 돌아온 가장 약해져 있는 상태인 나를 공격해 죽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죽어가며 만약에 내게 또 다른 삶이 있다면 더는 누구도 믿지 않겠다, 다짐했다.

더는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은 것이고, 힘을 내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나는 또 다시 환생했다.

그러나 다른 점은 내가 어떻게 살아도 이번 생의 가족들은 나를 사랑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다시 나는 바보처럼 그들에게 마음을 열어버렸다.

매일 같이 잔소리를 하더라도, 그 바탕엔 나를 향한 애정이 있는 것을 알았기에 듣기 싫지 않았고, 술을 마시고 들어와 했던 소리를 반복해가며 결국엔 가족을 사랑한다며 울어버리는 모습도 좋았다.

틱틱 거리면서도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한 걸음에 달려와주는 그런 사람들.

나는 세 번의 삶을 살면서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안에 첫 번째 삶의 마력, 두 번째 삶의 신성력과 오러가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대 한 인간의 몸에 공존할 수 없는 힘들이 세 번째 삶의 몸에 깃든 것이다.

강해지고 싶지 않은 이에게 찾아온 거대한 힘은 전혀 축복이 아니었다. 이곳 역시 강한 자를 떠받드는 곳이었기에 더욱 내가 가진 힘이 반갑지 않았다.

과거를 떠올리니 불쾌해지다가도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독했던 첫 번째 삶에 만난 나의 유일한 벗이 보고 싶었다.

이 승기 image

이 승기

“여, 다녀왔냐?”

집으로 돌아오자, 여유롭게 한 잔 하고 있는 오빠를 보니 한 대 치고 싶었다. 이 인간은 분명히 내가 S반으로 들어가게 될 걸 알았을테니까.

YOU

“웃음이 나오냐? 오빠 너, 알고 있었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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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기

“응? S반 되는 거? 당연하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하는 오빠의 얼굴을 보니 전투의지가 상실됐다.

저 웃음을 장착한 오빠의 말빨은 절대 이길 수 없으며 결국 나만 스트레스를 받게되니까.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싸웠다간 집이 부숴질 것이다. 착한 내가 참아야지.

평소보다 움직임이 많았던 하루였기에 곧장 샤워를 한 뒤 잠들었다.

엄마(김 지현)

“단, 단아야...! 일어나봐!”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벽녁 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엄마가 나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엄마는 나와 오빠의 엄마 답게 웬만한 일에 눈물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YOU

“엄마? 뭐야, 무슨 일인데! 왜 그래?”

엄마(김 지현)

“어떡하면 좋니, 네 오빠가...!”

내가 잠든 사이 오빠는 협회의 호출로 게이트 공략팀에 급하게 편성되어 들어가자마자 게이트의 등급이 측정불가로 올라갔다고 한다.

원래는 B급 게이트로 오빠네 길드 실력이면 무난하게 클리어가 가능한 게이트였으나, A급도 아니고, S급도 아닌 측정불가가 뜬 이상 살아돌아올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딱 한 번 미국에 나타났던 등급 측정 불가 게이트는 미국의 S급 헌터들이 총집합해 간신히 클리어됐다. 당시 미국에는 총 32명의 S급 헌터가 있었고, 측정 불가 게이트 클리어 이후 미국에 생존한 S급 헌터는 총7명. 25명의 헌터가 사망했다.

YOU

“울지말고 아빠랑 같이 집에서 기다려.”

엄마(김 지현)

“어, 디 가려고...!”

YOU

“오빠 데리러.”

자신을 향해 웃어보이는 딸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을 든든하게 해줬다. 승기에게 그녀가 강하단 이야긴 듣긴 했지만, 강하다고해서 일부러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분명 말려야하는데 어째서인가 아이의 미소는 알 수 없는 믿음을 줬다.

반드시 오빠를 구해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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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연석

“단아양?”

비상 사태이기에 개인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대상이 대상이었기에 연석은 회의 와중에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들려오는 이름에 소란스럽던 주변이 고요해졌다.

YOU

-어디에요?

유 연석 image

유 연석

“네? 헌터 협회...입니다만.”

YOU

-아니, 우리 오빠가 갇힌 게이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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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연석

“...단아양,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단아양을 게이트로 보낼 순 없어요.”

YOU

-그러다 우리 오빠 죽으면요? 제 분노를 감당할 자신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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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연석

“...단아양.”

YOU

-내 이름이 코난도 아닌데 왜 자꾸 주변에 사고가 터지는 지. 지금 이 상황 나 말고 대책 있어요?

유 연석 image

유 연석

“...찾는 중입니다.”

YOU

-찾다가 늦으면 되돌릴 수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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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연석

“...알겠습니다. 알려드릴게요.”

단아와의 전화가 끝난 후 임원들은 당황한 얼굴로 연석을 보며 무슨 짓이냐 물었다.

유 연석 image

유 연석

“이후의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우선은 살려야죠.”

세상을 말이죠.

뒷말을 생략한 연석은 부디 자신의 친구가 무사하길 빌었다.

친구의 걱정과 동시에 세상의 평화를 걱정하게 될 줄이야....

다른 헌터였다면 우스개소리로 넘겼을지도 모르나 단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진심이다.

만일 승기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녀를 망설임 없이 세상을 파괴하려들 것이다.

이미 그녀의 압도적인 힘을 목격한 적이 있는 연석은 그 말이 헛소리가 아닌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