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단편 빙의글] 1도 없어

Ep.1_1도 없어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그 일만 없었더라면 여느 때와 다름 없는 날이었다.

여주

찬열아! 오늘 우리 어디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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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아무데나.

여주

아...

찬열이가 무심해졌다.

예전에는 나에게 방긋방긋 웃어주며 얘기하던 찬열이가 이제는 나에게 웃어주지 않는다.

여주

우리 그럼 그냥 영화나 보러갈래?

찬열이가 피곤해보여서 나름 배려한 말이었다. 사실 가보고 싶은 곳들 많은데... 하지만, 찬열이는 핸드폰만 들여다볼 뿐 내게 돌아오는건 뼈가 시리도록 차디 찬 찬열이의 눈빛이었다.

여주

찬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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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하...나 오늘 먼저 가봐야할 것 같아. 미안.

나한테 말하는게 그렇게도 아까운지 끝까지 단답식으로 말을 남겨놓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가장 중요한 말도 못했는데.

여주

찬열아 우리 오늘 3주년이야...

나 혼자 할 것도 없고해서 계속 걷다가 근처 공원에서 산책 조금 하다가 들어갈까 해서 공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여주

심심해...

여주

3주년인데...찬열이도 없이 나 혼자 뭐해...

그렇게 공원 쪽으로 가고 있을까...

찬열이가 보였다. 여자와 함께 있는.

여주

...ㄴ...내가 잘못 본 건가...

찬열이 옆에 있던 여자는 찬열이에게 수줍은 듯 뽀뽀를 했고, 나는 더 이상 볼 수 없어 집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여주

하...

왠지 모르게 쓸쓸해보이는 와인잔에 와인을 들이붓고는 그대로 마셨다.

여주

3주년...이거 주려고 했는데.

찬열이에게 미쳐주지 못했던 향수를 만지작거리며 와인을 마저 마셨다.

여주

오늘 3주년인데 나 혼자 이게 뭐하는 짓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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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여보세요... 여주야!

갑작스래 온 전화에 당황했지만 절친 오하영에게 온 전화라서 곧바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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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3주년은 잘되고 있고?

여주

_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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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왜 그래.

여주

_우씨~! 인간적으로 클럽에서는 나와서 걱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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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미안...나도 어쩔 수 없었어!

여주

_친구 버리고 그냥 클럽에서 살아라,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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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술 마셨냐.

여주

_아니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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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이 년 발음 꼬인것 봐... 하... 니네집으로 간다.

여주

_뭐뭐뭥!

뚜뚜뚜...

여주

끊겼네...

하영이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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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야 이년아 3주년이라고 그렇게 좋아하더니, 박찬열이랑 데이트 하러 가는거 아니었어?

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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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야 고개 좀 들어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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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너 울어?

여주

ㅇ...안...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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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뭐가 아니야. 이미 눈물 그렁그렁하구만.

여주

흐... 흡... 다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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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왜 그래... 여주야 울지말고 말해.

여주

오느을...3주년이어서허어엉...흐읍... 오랭마네... 찬열이 만났는데에... 차녀뤼가...나 보지도 않고오호오...약속있다고 먼저 가버렸어어허... 근데 다른 여자랑 뽀뽀하고 있더라...???

여주

이제 나 안 좋아하나봐...

여주

나는 아직 좋아하는데...

여주

나 찬열이 못잊는데...

여주

찬열이도 나 질렸나봐... 이제 나 어떻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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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미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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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헤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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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너도 걔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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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걔가 이상한거지.

여주

이것도 열심히 골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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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어구 우리 아가 그랬어용~? 슬픈 얘기 그만하고 너도 정리할 시간 필요하잖아. 오늘은 좀 쉬고 내일 나한테 연락해.

여주

웅...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깨어났다.

시간은 7시 30분.

여주

하...어제 얼마나 쳐마신거야.

여주

흐응...박찬열 나쁜놈.

여주

많이 좋아했는데... 첫사랑이었단 말이야.

모든게 처음이었다. 내 사랑도 박찬열이 첫번째였고, 내 첫키스, 내 데이트도 모두 박찬열이 첫번째였다.

3년동안 박찬열과 지내면서 이제는 잊을 수 없게 내 삶에 깊게 스며들었다. 박찬열 그대는.

여주

잊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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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일어났냐?

여주

_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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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오늘 밤에 오랜만에 언니랑 클럽 가자.

여주

_싫ㅇ...아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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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_예쁘게 하고 와~

나는 박찬열에게 헤어지자는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지금 한껏 꾸미고 박찬열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주

후... 떨려... 아냐... 네가 왜 떨려?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을까.

박찬열이 들어왔다.

여주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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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여주야, 어제 약속 때문에 미안.

여주

미안할 필요는 없고.

여주

어제 봤어.

여주

너 여자 생겼더라, 찬열아.

여주

꽤 예쁘더라? 그럼 오래가고. 난 이만 꺼질게.

여주

아, 제일 중요한 말을 못했네. 우리는 알다시피 오늘부터 헤어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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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여주야!

여주

내 이름 부르지마. 역겹거든. 너도 나 질렸잖아. 차줘서 존나 고마워, 쓰레기야.

이게 단편이기는 한데... 아마 다음편이나 다다음편에 완결 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