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남자아이

이야기 12

“누가 전정국한테 뭘 받았다고?”

교실 바깥쪽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인천 39무리 여자애들 중 한 명인 김도희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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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내가 아는 그 전정국인가?”

김도희는 우리 학교 후배인듯한 애들을 양옆에 끼고 나에게 전정국이랑 친하다는 년이 너냐고 다짜고짜 쏘아붙였다. 팔 쪽에 있는 문신이 아주 눈에 띄게 팔짱을 끼면서.

정여주

“안 친해. 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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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그래? 그럼 네 손에 들려있는 빵은 뭐니? 듣자 하니 저 애가 전정국이 줬다는데? 그럼 저 애가 구라 친 거고 네가 땅바닥에서 주워온 거야? ㅋㅋ.”

정말 싸가지없게도,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땅바닥에서 주워왔니, 뭐니 하는 게 참 추해 보였다.

정여주

“알아서 뭐 하게. 그냥 받은 거야.”

솔직히 전정국한테 받은 건 맞다. 하지만 전정국에게 빵을 받은 건 맞지만 얘랑 친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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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지랄하네. 네가 뭔데 그냥 받아 그걸 ㅋㅋ.”

김도희는 멈출 생각을 안 했고, 때마침 식사를 마치고 급식실에서 4층으로 올라온 학생들은 시선을 모두 나와 김도희에게 향했다.

정여주

“미안한데, 신경 좀 꺼줄래. 나도 너희랑 엮이는 거 싫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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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ㅋㅋㅋ 개웃겨! 우리가 무슨 너와 지내려고 빌빌대는 벌레인 줄 아는거야?ㅋㅋ”

정여주

“하…. 말귀 좀….”

“뭐 하냐? 이중인격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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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뭐 씨발? 누가 씨부렸냐? 어떤 년이야,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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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지랄. 박지민 억장 무너지는 소리 다 들리네 ㅋㅋㅋ.”

전정국이다. 언제 또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잘 온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지금은 뭔가 눈빛부터가 다른 것 같은데, 불안한 게 정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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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어, 야 정국아ㅋㅋ. 얘가 너 싫대. 빵 주지 마라 씨발ㅋㅋㅋㅋ빵ㅋㅋㅋㅋ초딩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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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닥쳐 병신아. 추잡스럽게 이 짓거리까지 하면서 혼자 주저리주저리 지랄 났네ㅋㅋ. 그리고 무슨 구경꾼들이 이렇게 많아 서커스 하는 줄 알았잖아. 씨발 안 꺼져?”

어우. 욕이 참 찰지네. 내가 생활 속에서 하는 욕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듯했다. 필터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말빨이라고 해야 하나. 역시 일진.

정말 놀랍게도 전정국이 꺼지라고 한마디 하자 거의 모든 애들이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자기네 반으로 갔다. 이제야 좀 조용해질 수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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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김도희ㅋㅋㅋ. 박지민 빽 믿고 존나 나대는 꼴 좀 봐.ㅋㅋㅋㅋ”

김도희 image

김도희

“뭐?ㅋㅋㅋㅋ. 지금 뭐라 했냐? 지민이 믿고 나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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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ㅋㅋㅋ. 박지민이랑 사귀니까 뭐라도 되는 줄 알지? 찐따마냥 조용히 지내다가 박지민이 네 좋다고 하니까 혼자 씨불씨불 거리고 아주 난장판이야 씨발, 그냥 계속 조용히 지내지 그랬냐?ㅋㅋ.”

김도희 image

김도희

“웃기지 마. 개빡치게.”

라며 씩씩거리며 양옆에 있는 후배들을 데리고 가는 김도희였다. 아까 보니까 후배들도 많이 당황한 눈치던데. 걔네들도 나와 같이 전정국이 이런 애인지 몰랐던 것일까.

그래, 김도희 쟤도 한때는 평범하게 학교생활하다가 박지민이 우리 반에 맨날 와서 사귀자고 사귀자고 해서 사귀면서 인천 39에도 들어가고, 그냥 사람이 변해갔다.

나는 김도희가 간 후로 지금까지 계속 내 앞에서 김도희의 뒷모습을 보는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 없이 화난 표정도 아닌, 기쁜 표정도 아닌, 그냥 무표정으로.

그냥 내 앞에서의 전정국과 김도희 앞에서의 전정국이 너무나 달라서 원래 이런 애였구나 하며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맙긴 한데 멀리하고 싶어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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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뭐 묻었어?”

보다 못한 전정국이 한소리 했다. 그렇게 뻔히 쳐다보는데 안 할 리가.

정여주

“응? 아니.”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먼 산만 바라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룰루랄라 뛰어오는 수연이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네가 와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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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여주양~~~!!! 깼구나!!”

정여주

“어, 그래. 참 빨리도 온다.”

그래도 수연이가 아까 상황에 없어서 다행이었다. 있었으면 정말 아까의 전정국보다 더 모진 말을 내뱉었을 터이니, 그럼 또 말리느라 피곤해지니까.

전정국은 수연이가 오고 나서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사라졌고, 수연이는 그가 가자마자 무슨 얘기 했냐, 둘이 뭐 있냐 하며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정여주

“아니…ㅋㅋㅋㅋㅋ 아무 사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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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노노. 분명 무슨 사이일 거야, ㅋㅋㅋㅋ.”

그래도 얘 덕분에 아까 일은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정여주

“아싸, 집 간다. 아싸, 집 간다.”

오늘 하루도 순조롭게 지나갔고, 아니 순조롭지는 않았네. 아무튼 내일이 수학여행이니 야자를 안 한대서 지금 7교시만 하고 집에 간다. 아이 신나.

그렇게 혼자서 별 짓을 하며 신나하던 중, 교실 문이 열렸고, 이석철 선생님이 뻘쭘한 채로 들어오셨다.

이석철 선생님

“얘들아, 안녕…ㅎ.”

“안녕하세요.”

그래 맞다. 지금은 이석철 선생님 시간이다. 아까 조례 이후로 학생들이 이석철 선생님께 많이 차가워져서 반 분위기가 아주 냉하다.

이석철 선생님

“……. 자ㅎ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공지할게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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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린

“버스 자리 바꾸지 말라고요? 네. 윤지와 멀어져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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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지

“ㅋㅋㅋㅋㅋㅋ입다물어.”

강여린의 말에 학생들이 웃으면서 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저 아이도 정말 웃긴 아이구나.

이석철 선생님

“아니 아니. 모두들 홀로그램 창 띄워봐. 선물이 있다.”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하며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정여주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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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린

“헐 윤지 내 옆이다!!! 윤지야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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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지

“ㅎ아…. 강여린이랑 붙었어…. 개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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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린

“좋으면서!!!”

나와 수연이를 포함해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과 친한 친구와 붙었다. 비록 짝은 아니지만 뭐, 앞뒤로 대각선이면 아주 맘에 들지요.

이석철 선생님

“아까는 장난이었고, 너희들 친한 애들 누군지 다 알잖아 내가.”

“와 쌤 사랑해요ㅠㅠㅠ.”

“쌤 만세에요 ㅠㅠ. 찬양할래요ㅠ.”

최수연 image

최수연

“ㅋㅋㅋㅋ 말미석 오타 수정했네.”

지금 수연이의 정신은 나와 붙은 거보다 말미석에게 팔려있는 듯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좌석이다. 멀미가 조금 심해서 최대한 앞을 원했는데, 아주 좋고, 수연이랑도 붙고.

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인천 39 일진 애들이 앞뒤 옆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박소현, 김도희, 고유진, 신유나. 이 넷이 제일 잘나가는 양아치라고 소문난 애들인데. 아 잠시만, 내 옆이 김도희?????

아, 정말…. 어떻게 내 짝이 김도희일 수가 있나. 이건 정말 대재앙이다. 안 그래도 지금 참 보기 안 좋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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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씨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뒤에서 김도희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도희야. 나도 좆같아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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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나

“얘 왜 지랄임. 우리랑 안 붙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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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정신병자 같아.”

김도희 image

김도희

“아 진짜 개짜증 난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나를 말하는 건지, 선생님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사용하는 단어들이 너무 듣기가 거북할 정도로 세다. 내가 이래서 일진을 싫어하지.

자기가 센 줄 알고 나대는 꼴을 보자면 헛구역질이 나온다.

이석철 선생님

“자 선생님이 준비한 또 다른 선물!”

아마 이번에는 수학여행 모둠을 보여주실 것 같다. 내 예상은 한 번도 틀렸던 적이 없으니, 맞을 것이다. 제발 김도희랑만은 떨어지게….

역시 내 예상이 맞구만.

“헐!!!!!! 쌤 사랑해요!!!!!”

와 최수연이랑 되고 노채희랑 도희라랑 붙다니. 노채희랑 도희라는 저번에 조혜린이 흘렸던 피를 같이 닦아준 친구들이다. (6화 참조) 선생님이 설마 그것까지 보셨나.

아무튼 진짜 모둠 정말 좋고, 인천 39 애들과도 떨어졌다. 최수연도 좋아하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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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와아앙아앍ㅇ오아아아ㅏㅏㅏㅇㅇㅇㅇ아오ㅓㅏ아아앙아ㅏ앙꺄아앙ㅇㅇㅇㅇㅇㅎ후랠ㄹ란아야액ㄱ아앙ㅇ!!!”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라 그냥 신났네.

정여주

“……. 하 행복하다.”

그날 밤, 마지막으로 수학여행 짐을 확인하고, 내일 수연이와 새벽 5시에 만나서 같이 아침 먹기로 했으니까 일찍 자기로 했다.

정여주

“아으…. 몇시야……. 10시네…. 자자….”

지금 자면, 11시, 12시, 1시, 2시, 3시, 4시, 5시. 6시간 잘 수 있으니까 고등학생한테는 충분하다.

띡-

자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매일 눕는 곳이지만 누울 때마다 항상 새롭단 말이지.

-♬♩-♬♩

하지만 그 편안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의 잠을 방해하려는 듯, 눕자마자 카카오톡 알람이 울렸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진동으로 맞추었지만 울렸다고 치자.

정여주

“아…. 누구야, 이 시간에.”

10시밖에 안됐지만 나는 자려고 하던 참이어서 순간 1시나 2시로 착각하고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들어서 확인했다.

정여주

“앟ㅎ….”

얘는 이해해 줘야지. 암 그렇고말고.

시험기간이라 연재속도가 느려요 양해부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