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남자아이

이야기 14

야 뛰지 마, 조용히 해, 반 까리 다녀. 선생님들의 말씀이 애들의 말소리에 다 묻힐 때쯤이면 나는 조용히 내 할 일을 한다.

정여주

“여기가 그 에어팟이라는 곳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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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뭐?”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봐. 공항이 영어로 에어팟이 아니던가.

정여주

“에어팟, 공항 영어 바보야.”

내 말을 들은 수연은 한참 말이 없다가 이내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대체 뭐가 웃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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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ㅋㅋㅋㅋㅋㅋ개 웃기네, 에어포트(Airpot) 바보야 ㅋㅋㅋㅋㅋㅋ풉ㅋㅋㅋ.”

정여주

“아……응? 뭔 새똥 같은 소리야. 에어팟이지 에어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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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ㅋㅋㅋㅋㅋㅋ에어포트라고 ㅠㅠ ㅋㅋㅋㅋㅋ. 에어팟ㅋㅋㅋㅋㅋ차라리 이어폰이라고 해라 ㅋㅋㅋ큐ㅠ.”.”

나는 이거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우리를 참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공항이 영어로 에어팟인 줄 알았기에 내가 틀렸다라도 우겨야 했다.

정여주

“아니, 어 야 최수빈.”

마침 저기에 최수빈이 있네. 에어팟인지 에어포트인지 물어보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근데 내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뒤도 안 돌아보는 최수빈.

정여주

“못 들었나. 야 네가 불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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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아 미쳤어? 부끄러워….”

정여주

“지랄. 걍 넌 에어포트로 알고 나는 에어팟으로 알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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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하아 진짜….ㅋㅋㅋㅋ.”

에어포트더라. 에어팟이 아니라. 병신인가.

정여주

“으짜짜짜짜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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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아이고, 힘들어서 증발하겠네.”

비행기 타기 30분 전, 아주 빠른 시간에 모든 것을 끝낸 나와 수연이는 비행기가 바로 보이는 창문 쪽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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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야, 오늘 뭐 걔랑 특별한 거 없었냐.”

걔라면, 전정국을 말하는 거겠지.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불안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정여주

“없어. 없어. 진짜 넌 왜 자꾸 우리 둘을 엮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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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엮다니, 나는 너에게 조언을 해주려 하는 거야.”

정여주

“됐어. 필요 없거ㄷ,”

“야.”

갑자기 뒤에서 우리를 향해 야,라고 하는 어떤 남자 목소리에 우리 둘은 동시에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어떤 쑥스러운 한 소년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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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그…. 정여주 친구…랑 할 얘기가 있는데….”

정여주

“아, 그래? 그럼, 어서 가봐. ㄴ,난 여기, 있을게…!”

어우, 내가 생각해도 난 연기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못하는 것 같다. 정말 나 때문에 우리의 작전이 실패하면 웃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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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응…? 나랑 무슨 할 얘기가 있다ㄱ,”

정여주

“급하대잖아…! 빨리, 가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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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ㅇ…응….”

수연이는 자리에 일어나면서 립싱크로 나에게 야 미쳤나 봐 어떡해, 같은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좋은가 보지.

나는 속으로 뿌듯한 마음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혼자 외로이 남아있으며 둘을 기다렸다. 괜히 보내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외로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정여주

“뭐야…. 언제 잤지.”

그렇게 나는 곯아떨어져 버렸다. 밤을 새운 게 아무래도 사람을 힘들게 하나보다.

아. 잠시만.

지금 몇시지?

정여주

“헐!!!! 몇시야!!!!!”

“32분.”

앵 누구야. 내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 바로 앞에서 들리지는 않는 것을 보니, 아마 수연이가 앉았던 곳에 앉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 매일같이 정여주, 여주야,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 아, 나는 알 수 있었다.

정여주

"네가 왜 여기 있어.”

전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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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혼자 자길래. 걱정돼서."

웃겨, 누가 누굴 걱정해 지금. 나의 걱정거리가 나를 걱정해주네. 그래도 시간 알려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해준 건 고맙네.

정여주

“……. 네 친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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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저기.”

전정국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 곳에 우글우글 세균마냥 몰려있는 남자애들이 보였다. 자기 혼자만 여기로 온 건가. 굳이? 왜?

나는 다시 나의 시선을 전정국에게로 향하게 했다. 지금 나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심정인데 정작 그 원인인 자기는 태평하게 폰질만 할 뿐이다.

정여주

“…….”

근데 얘 오늘 잘도 꾸몄네. 분명 아까 버스에서는 하얀 후드티였는데, 지금은 무슨 검정 셔츠에 머리 스타일도 달라진 듯하고. 아닌가.

정여주

“뭐야…, 얘는 왜 옷이 달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얘 은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입었네. 석진 선배가 전정국 옷을 입고 나타났다면 바로 사귀자고 했을 정도로 잘 입었다. 왜 하필 얘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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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ㅎ아 여기 와서 갈아입었어…ㅎ”

정여주

“응?

정여주

“응? ,아 아….”

뭐야 내 혼잣말을 들었나 보다. 귀가 왜 이리 밝은 거야. 아닌가, 내가 다 들리게 말한 건가. 뭐가 되었든, 지금 나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아니 난 그냥 패션이 내 스타일이라서 말한 것뿐이다. 하지만 한순간에 전정국 옷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은데 어쩌냐.

짜증나게 전정국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어대며 다시 폰 구경에 집중하였고, 나는 멍하니 전정국만 쳐다볼 뿐이었다. 애들은 언제 오나, 둘이 갑자기 사귀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네.

“야, 너 수학여행 때 걔한테 뭐 해야 되지 않겠냐.”

“엥, 왜…?”

“왜긴 왜야. 너 수연이 좋아한다며. 그럼 노력을 해야지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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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아 몰라…. 난 못해.”

정여주

“지랄. 내가 말했지. 최수연도 너 좋아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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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아닣ㅎ…. 그건 좋은뎅…”

정여주

“…. 아무튼”

지금 무슨 상황이냐면, 수학여행 가기 한참 전, 수연 수빈을 이어주려고 노력을 하는 나의 모습과 당장 계획을 세우자고 내 집으로 끌고 왔으면서 지금 부끄럽다면서 이딴 행동을 하는 최수빈의 모습이다.

지가 날 데려왔으면서 못하겠다는 건 어떤 지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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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야 그럼….”

정여주

“오…. 너 생각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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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하아 시발 진짜 해…? 나 못하겠어….”

정여주

“하지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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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앙아아앙아ㅏ아아아ㅏㅏㅏㅇㅇ아앙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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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난 몰라, 흐엉ㅇ어어엉!!!!”

아, 진짜 짜증나 죽겠다.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줬으면.

“피식-“

둘이 진짜 사귀면 기분이 이상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만약 둘이 사귀게 되면 나는 저 멀리서 중학교 졸업식을 지켜보는 어머니마냥 지켜봐야겠지. 외로우면 어떡하냐.

그렇고 그런 생각들을 마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재수 없는 전정국이 재수 없게 핸드폰을 하다 말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하던 거 하지.

근데 왠지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내 윗부분을 응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표정도 왠지 모르게 썩어 보였고. 헐. 설마 벌레가 있나??!??!

그렇게 나는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탁!!!

정여주

“뭐! 왜 봐. 벌레가 있어? 어디, 어디 있는데.”

진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벌레란 말이야

“흫ㅎ 여주야.”

뒤에서 나를 부른다. 웃으면서 귀엽다는 듯이 나를 부른다. 나는 그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봤다. 내가 눈이 나빠서 사람을 잘 보지는 못해도 청력은 발달했거든.

정여주

“헐…!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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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너희도 비행기 시간 기다려?,ㅎ”

아 맞다, 석진 선배도 졸업여행 제주도지. 그래서 내가 흘러내렸던 날이 있었지. 그걸 까먹다니, 공항 오자마자 선배부터 찾아다녔어야 했는데, 정여주 미친놈.

정여주

“아아, 맞다! 선배도 제주도 가시지…! 저희는 비행기 기다리고 있는데 선배는 이제 타시는 거예요???"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앞이라고 말이 술술술 나오는 거 봐. 행여나 말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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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응ㅎ. 너 보이길래 인사나 하려고.”

정여주

“아앟ㅎ….”

아 뭐야야…. 나는 석진 선배 생각 안 하고 쳐 자기만 했는데 석진 선배는 나한테 인사하려고 오셨다니, 나 자신을 반성해야겠다.

“김돌진 안 오냐!!!”

“쟤 여자애한테 간거냐?ㅋㅋㅋㅋ”

“석진아 여친 생겼진?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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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 저 새끼들이….”

저 멀리서 석진 선배의 친구들처럼 보이는 선배들이 여자친구냐며 놀려댔다. 그 말이 실제였으면 했지만 현실은 아니니 기대를 접어본다.

정여주

“앟ㅎ흫ㅎ…. 선배 빨리 가보세요. 비행기 놓치시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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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ㅋㅋㅋㅋ, 알겠어. 제주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해.”

정여주

“당연하죠!!!”

석진 선배는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여자친구냐고 놀리는 친구들의 곁으로 가셨다. 비행기 타러 가는 길에 싸우시겠다.

“돌진아, 여친 아니면 썸이진?”

“닥쳐.”

“진진진진자라진진진아, 이 형은 너를 응원해.”

“아, 진진진거리지 말라 그랬지. 돌진이도 좀ㅋㅋㅋ 하지 마!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석진 선배가 가시는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나는 내 시야에서 선배가 사라질 때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시계를 보니 이제 5분 정도 남은 듯했다.

정여주

“아, 애들은 언제오는거야.”

둘만 떠난 지 한참 지난 거 같은데, 정말 둘이 사귀어서 데이트하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또 지루하게 있어야 하나, 생각할 때쯤, 전정국이 나를 불렀다. 표정이 조금 안 좋아 보였다. 별로 신경 쓰이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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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너.”

전정국 image

전정국

“저 선배 안 좋아하면 안 되냐?”

정여주

“……어?”

얘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심장이 두근두근 떨렸다. 내가 마치 잘못한 것을 들킨 것처럼. 내가 이러는 이유가 뭘까.

스토리 뒤에_

“전정국 빨리 좀 갈아입어!!!”

전정국 image

전정국

“아오 좀 기다려봐, 인내심에 빵꾸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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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개새끼가, 니만 갈아입는다고. 아예 처음부터 입고 오면 되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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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ㅋㅋㅋㅋㅋ미안하다 개새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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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빨리 안 나와?!!”

철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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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오우…. 존나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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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야, 기다려. 나 머리도 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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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야이 씨발롬아, ㅋㅋㅋㅋㅋㅋ. 버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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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진짜 버리지 마라. 혼자는 실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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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진짜 죽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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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닥쳐. 여기…손질하고…. 여기도 하고…. 야,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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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좆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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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개새ㄲ, …아, 그래? 그럼 조금만 더 손질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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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아아아아아아앍ㄱㅇ아아ㅏ!!!!!!! 씨발 너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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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야, 야!!!!! 씨발롬아!!!!…. 진짜 갔네, 하아씨.”

그렇게 여주한테 잘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정국이었다.

시험 9일남았는데 연재를 너무 하고싶어서 했습니다 :) 제가 미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