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남자아이

이야기 16

“그래서, 최수빈이랑 무슨 얘기 했냐.”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는 기다리고 기다린 이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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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아니…,, 그니까 최수빈이 나를 불렀잖아…”

나는 얘가 갑자기 왜 부르는지, 나한테 할 말이 뭔지, 나 좋아하는지, 뭐 하는지 너무 심장이 떨렸단 말이야.

그래서 정말 녹아내릴뻔했어, 주르르륵. 정말이지 너무 잘생겼고, 내 이상형이야 정말로…. 난 정말 최수빈 같은 사ㄹ,

정여주

“아니 뭔 일이 있었는지 말하랬지, 네 소감을 말하라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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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아. 응.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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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아무튼 따라갔지, 왜 나를 불렀는지 심장이 콩닥콩닥하면서…”

최수빈은 나를 무슨 로즈 화분이 놓여 있는 테이블이 가득한 곳으로 데려갔지 뭐니. 아, 상상만 해도 너무 로맨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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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어…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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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여기 앉아있어! …. 금방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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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ㅇ웅….”

그렇게 나를 로즈 화분이 놓여있는 테이블에 앉혀놓고서는 저 멀리 가더라. 음식? 같은 걸 주문하는 것 같았어.

“오오, 그렇구나.”

난 계속 기다렸어. 수빈이의 뒷모습이 너무너무 멋있었단 말이야…. 너도 봐야 해, 어헝!!! 정말…!!!! 하….

그리고 좀 있다가 뭔가를 가지고 오더라??? 두 개였어. 정말 나를 위해서 맛있는 거를 사준 거지…,,,,, 아 설레ㅠㅠㅠㅠㅠㅠ!!!!!

“뭐 사줬는데.”

삼각김밥.

“뭐?”

정여주

“삼각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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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웅!”

정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삼각김밥?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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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왜웃어.”

정여주

“아니,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걸 먹었어?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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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먹었지. 왜, 뭔 문제라도 있냐?”

아니 수연아 모르겠니. 그 로즈 화분이 놓인 로맨틱한 장소에서 고작 삼각김밥을 먹었냐고 나는 따졌다. 너무 웃겨서 뒤로 넘어갈뻔했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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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근데 나는 그 삼각김밥마저 로맨틱했어 여주야.”

정여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못 살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연이와 수빈이의 썸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수연이는 그 뒤로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배꼽이 빠질뻔했지.

정말 나는 이 세상에서 최수연이 제일 웃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최수빈도 만만치 않게 웃긴 애구나. 다시 생각해 봐도 어떻게 그런 로맨틱한 장소에서 삼각김밥을 사줄 생각을 했을까.

수연 수빈의 사랑 이야기가 끝난 뒤, 나는 또 자기로 했다. 오늘 정말 잘도 자는구나. 수연이는 나 자는 거 구경한단다. 굳이 왜….

“야, 정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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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야 일어나, 다왔어!!!”

정여주

“ㅇ으ㅡㅇ?…, ㅇ엉….”

정여주

"잉? 아 뭐야, 아직 하늘이잖아!!! 개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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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헤레렐렐ㄹㄹ룡롤롤롤~~~”

또 장난기가 발동한 건지, 곤히 자는 나를 굳이 깨워서 놀리는 최수연이 슬슬 화가 올라올 때쯤, 나는 수연이 앞 좌석 등받이에 딸려있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종이컵 개수에 놀라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정여주

“야, 넌 종이컵이 뭐 그리 많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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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응? 아, 이거는 내가 드링킹 한 음료수의 개수.”

정여주

“응…? 저걸 네가 다 마셨다곻…?”

자세히 보니 쌓여져 있는 종이컵은 자그마치 7개나 되었다. 이 정도면 진상 아닌가. 승무원분께 얼마나 많이 달라고 한 거야. 내가 다 쪽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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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응! 비행기 승무원님께서 계속 주셨어. 정말 주실 줄 몰랐는데. 토마토 주스 맛있더라.”

얘를 어쩐담. 해맑네 해맑아.

정여주

"네가 무슨 주스 먹는 하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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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뒤질래.”

“2반 이리 와!!!”

“와~ 제주도다!!!ㅋㅋㅋㅋㅋㅋ 제주도!!!”

“헐 야 저기 돌하르방 있음ㅋㅋㅋㅋㅋ.”

“반갑수다-! 잘 지내보자마씨~!!”

“…, 보자마씨? 그게 뭔 개똥같은 소리냐.”

정여주

“이야, 날씨 한번 기가 뭭히눼~”

아니나 다를까, 우리 학교 애들은 그토록 말로만 듣던 제주도에 오니 흥분하여 방방 뛰었고, 선생님들은 그 스카이 콩콩 들을 제지하느라 땀 좀 썼다지.

이석철 선생님

“자자, 잘 들어라.”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설명해 주시려는지, 모든 애들을 공항 게이트 앞쪽에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옆에 있는 다른 관광객들은 우리를 쳐다보기 일쑤였고, 쪽팔림은 나의 몫이었다.

이석철 선생님

“수학여행 일정 줄줄 꿴 놈들은 알 거다. 보다시피 우리는 제주도 전체를 다 돌아다닐 거라서 버스로 이동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냐?”

“네!!!”

이석철 선생님

“그러니까, AIT를 이동 수단으로 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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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지

“AIT? 그게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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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나도 모름. 아르헨티나에 사는 이구아나의 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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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난생처음 들어보는 AIT에 웅성웅성거려 분위기는 삽시간에 어수선해졌다. 여기저기서 AIT가 뭔데, 먹는 거냐, 병신아 타는 이동 수단이랬잖아, 등등 이런저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석철 선생님

“조용조용!!! AIT는 개발되지 얼마 안 된 이동 수단인데, 제주도에만 있는 거라 너희들은 몰랐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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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왜 제주도에만 있죠?!?! 새끼들이 차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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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좀 닥쳐봐;;”

이석철 선생님

“조용, 질문은 나중에 한꺼번에 받는다. 이 AIT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도 단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인데, 우리는 이것을 3대 빌려서 1호, 2호, 3호를 탑승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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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오ㅋㅋㅋㅋㅋ, 야 박지민 일로 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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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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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ㅋㅋㅋㅋㅋㅋㅋ시발 새끼네, 이거.”

선생님의 설명은 계속되었고, 1반은 1호, 2반은 2호, 3반은 3호를 탑승하게 되었다. 어떤 거리든 15분이라…, 나 포함 모든 학생들이 알쏭달쏭했지.

잠시 후-

“야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새끼들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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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빨리 가 전정국 ㅋㅋㅋㅋㅋ 티비 우리 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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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진짜 뭐 하냐고…ㅋㅋㅋㅋㅋ….”

선생님의 AIT 설명이 다 끝난 뒤, 잠깐 대기를 하고 있던 중, 남자애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보인 것은 저 멀리로 신나게 뛰어가는 남자애 하나, 둘, 셋.

민윤기 image

민윤기

“쌤 빨리 뛰세요. ㅋㅋ”

어딜 그리 뛰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상황에 2학년 3반 선생님께서 합류하셨다는 것이다.

한복희 선생님

“아이고…, 쉰여덟 살 인생 첫 일탈이구나~ 환갑 전에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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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 첫 일탈이래 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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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야, 바른생활 쎈세~”

뭔진 몰라도 참 재미있어 보이네.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정말 머리를 쥐어박아야 했을 것이다.

알고 보니 저 세균들은 1반 선생님 몰래 AIT 1호 차를 뺏어 탄 것이었고, 1반 선생님께서는 이 일에 대해 아예 모르셨기에 1호 차의 행방에 대해 수색하다가 1반만 10분 늦게 출발했다고 하더라.

아까 보니까 전정국도 합류했던데,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혼자 곯아떨어진 내가 걱정돼서 옆에 있어주면 뭐해, 내심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

자칫 잘못하면 1반 수학여행 일정에 대해 피해가 생길 수 있어서 이런 일은 저지르지도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아니 그건 그렇고 어떻게 저럴 생각을 했을지가 더 궁금하네.

아무튼, 1반은 1반이고. 우리 반에 대한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걔네들의 타깃이 1반이 아니라 우리 반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이다.

아무튼 우리는 드디어 AIT를 탑승해 수학여행 첫 일정을 가려고 한다. 첫 번째 장소는 숙소. 짐 정리하고 숙소 내부에 마련된 실내 풀장에서 놀고, 점심 먹는단다. 뭔가 어리둥절한 일정이다.

정여주

“오….”

AIT는 생각보다 고급 졌다. 은근 비싸 보이는데 우리 학교 돈 많은가 보다.

고급 진 소파는 물론이고, 고급 진 벽면, 고급 진 창문, 고급 진 의자 테이블에다가 심지어 TV까지 있지 뭔가. 이거 이거, 어째 숙소보다 좋을 것 같냐. 아, 그리고 고급 진 조명도 있네.

“와, 나 자취하지 말고 여기서 살까.”

“응, 좋을 듯. 원룸보다 싼데 더 좋음.”

이석철 선생님

“웃긴 소리 하지 말고, 다들 앉을 수 있는 데 아무 데나 앉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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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쌔앰~ 티비 틀어도 돼여???”

되겠냐, 이 멍청이야. 앞으로 굴러서 생각해 봐도 뒤로 굴러서 생각해 봐도 안돼ᄂ,

이석철 선생님

“어~ 돼!!! 이상한 거만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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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 봐요 ㅋㅋㅋ”

아.

아무튼. 이제 모든 친구들이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이제 출발하기로 한 상태이다. 아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떨리네. 나만 그런 건 아니길 바라며 긴장되는 상황 속,

[현재 여러분이 탑승하고 계신 AIT 2호는 5초 뒤 출발합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5초 후에 출발하겠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5!!!”

“4!!!”

“3!!!”

“2!!!”

“1!!!”

[출발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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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오아앵랴랴랴라라라ㅏㅏ아아아아ㅏ아ㅏ!!!!! ㅠㅠㅠㅠㅠㅠㅠ충발 ㅠㅠㅠㅠㅠㅠ 후어오어오ㅠㅠㅠㅠ”

우리는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