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26


그날 이후, 여주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날 며칠을 찾고 헤매며

다른 애들이 포기하고 언젠간 돌아오겠지

쉬이하는 소리를 해대며 수업을 들어갈 때도

나와 부승관 그리고 권순영만큼은

계속해서 여주를 찾아다녔다

여주가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대학 첫 시험날도 혹시하고 가봤지만

역시하고 좌절했다

여주가 열심히 하던 그 모습이 생생해서

모든게 내 책임 같았다

여주를 그렇게 만든게 나였다


부승관
찾았어?


최승철
아니..


권순영
며칠을 자꾸 전화도 안 받고


권순영
어디서 뭐하는거야..


최승철
다 내 책임이야…


부승관
자책도 좌절도 김여주 앞에서 해


부승관
니 좌절, 자책, 슬픔 다 받아줄 상황 아니니까


부승관
김여주랑 어디 어디 갔었어


최승철
갔었던 곳은 다 찾아봤는데..


부승관
어디 갔었는데


최승철
영화관도 갔고..


최승철
성당이랑.. 바다…?


최승철
바다…


최승철
바다 아직 안 가본 것 같아


부승관
내가 가볼게


최승철
나도 같이 갈게


권순영
너는 나랑 여주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최승철
아 응, 그래 알겠어


최승철
찾으면 연락해


부승관
응

누군가는 김여주 그 존재 자체가

수업을 빼먹고도 계속 며칠동안 찾을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랬다

여주는 특별했으니까

나와 최승철이 미친 듯이 여주를 좋아하니까

권순영 또한 대학에서 만난

여주와 가장 친한 친구인만큼

우리는 여주를 찾고싶은 그 마음

그 마음 하나로 김여주를 몇날 며칠을 기다리고 찾아다녔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것은

이미 비워진 소주 2병과 과자 한 봉지

그리고 그냥 병나발을 불고있던 김여주였다

저벅_

저벅

저벅_


부승관
여기서 뭐해?

김여주
내가 하고 싶은 거

여주는 계속해서 슬픈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슬퍼서

나도 모르게 여주의 옆에 앉아버렸다


부승관
니가 하고 싶은게 뭔데?

김여주
너희 둘을 잠깐 피해있고 싶었거든


부승관
하고 싶은 거 많이 했어?

김여주
응, 오늘 돌아가려고 했는데 니가 왔어


부승관
역시 그랬구나

김여주
응?


부승관
믿고 있었어, 꼭 돌아올거라고


부승관
전화는 왜 안 받았어?

내가 본 여주의 가장 슬픈 모습에

나는 여주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냥 차분히 얘기를 하기만 했다

그녀를 보는 나도 너무 슬펐으니까

김여주
나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


부승관
다 정리했어?

김여주
응


부승관
그럼 가자

내가 여주를 일으키며 같이 일어나려고 할 때

여주가 나에게 물었다

김여주
왜 아무 말도 안 해?


부승관
무슨 말?

김여주
걱정했다, 앞으로는 그러지마라 그런 말들


부승관
니가 하고 싶은 거라며


부승관
근데 내가 왜 그런 말을 해


부승관
그리고 찾았잖아,


부승관
찾았으니까 됐어


부승관
이제 다 괜찮아

김여주
넌 회피하는 성향이 나쁘다고 생각해?


부승관
세상에 나쁜 성향은 없지

김여주
세상말고 주관적인 니 생각은 어떤데?


부승관
걱정되고 답답하지

김여주
걱정했어?


부승관
응

김여주
답답했고?


부승관
아니

김여주
왜?


부승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으니까


부승관
그리고 돌아온 뒤에 얘기하자고 생각했고


부승관
어쨌든 지금 팩트는 니가 사라진 거라고 생각하고


부승관
난 그냥 널 찾는데 초점을 뒀거든

김여주
돌아올 거라고 믿었는데 왜 날 찾았어?


부승관
걱정되서

김여주
뭐가?


부승관
사라져있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기거나


부승관
돌아오는 와중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부승관
그래서 찾았어

김여주
그건 미래 아니야?

여주는 갑자기 뜬금없이 물었다


부승관
미래일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


부승관
지금 니가 무슨 일이 생겼을지 안 생겼을지 난 모르잖아

김여주
그러네

김여주
어릴 때 한번 회피한 적이 있었어

김여주
그때 회피가 나쁜 거라고 배웠었거든

김여주
그 뒤로 한번도 안 했는데..


부승관
견디기 힘들었겠지


부승관
나랑 최승철 사이에 있는게

김여주
그렇게 생각해?


부승관
응

김여주
그럼 그런가보다

김여주
난 며칠동안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더라고

김여주
승관이 니 말이 답이 됐어

김여주
이제 진짜 전부 다 정리됐어


부승관
미안해

김여주
뭐가?


부승관
견디지 못하게 해서


부승관
그리고 너무 힘들 때는


부승관
이렇게 잠시 피해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김여주
고마워


부승관
집에 가자

승관이는 먼저 일어나 모래를 털고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 또한 그의 손을 잡으며

모래를 털고 일어나 말했다

김여주
응

그리고 잠시 휘청거리던 나를

승관이가 잡아주며 말했다


부승관
혼자서 2병 반을 마신거야?

김여주
응, 오늘따라 안 취해서


부승관
조금 걸을래?

김여주
그러자

나는 승관이와 져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걸었다


부승관
여긴 왜 온거야?

김여주
여기 승철이한테 내가 반지 준 곳이거든


부승관
계속 여기 있었어?

김여주
응

김여주
근데 승철이는 여기로 안 오더라


부승관
같이 오려고 했어

김여주
됐어, 처음부터 여길 찾아오지 않았잖아


부승관
그게 이유야?

김여주
응


부승관
그게 이유라면


부승관
다시 생각해

김여주
응?


부승관
최승철도 나 못지 않게


부승관
아니, 나보다 더


부승관
너 찾으러 다녔어

김여주
우리 이미 끝났어

김여주
실망했거든

김여주
승철이 원래 중학생 때까지 양아치였다가

김여주
고등학교 와서 변한거거든


부승관
그걸 어떻게 알아?


부승관
고등학교 친구라며

김여주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김여주
승철이 좋아했었거든


부승관
그렇구나

김여주
사실 그때 나랑 약속했어

김여주
이제 양아치같은 행동 다신 안 하고

김여주
나랑 같이 대학가기로

김여주
그 뒤로 오토바이도 버리고

김여주
담배도 끊고 술도 안 마셨어

김여주
근데 나랑 한 약속을 잊은 것만 같아서

김여주
실망스러웠어


부승관
그게 아닐거야

김여주
널 때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김여주
그리고 내가 반지를 빼서

김여주
승철이한테 던진 것까지

김여주
내가 많이 실망해서 그랬어

승관이는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기만 했다

내가 승철이를 좋아했던 사실부터

같이 어떻게 학창시절을 보내왔고

이 대학에 들어오게 됐는지

그리고 지금까지도 승철이는

내가 좋아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까지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 후로도 버스를 타고 집에 갈 때도

승관이는 내가 사라져있던

며칠동안의 일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걱정했다

어디서 어떻게 잤냐

이런 사소한 것들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냥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기만 했다




뒤에

여주와 승관이 천천히

함께 한 걸음씩 내딛을 때

승철과 순영이 여주에게 달려갔다


최승철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거야..

김여주
바다에


최승철
아니, 하..


최승철
연락이라도 해주면 좋았잖아


최승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김여주
미안해


최승철
얼굴이 왜이래?


최승철
울었어?

김여주
응


최승철
예쁜 얼굴 다 망가졌네 진짜..

승철이는 농담 반 진담 반을 하며

울었던 나를 웃겨주려 애썼다

난 승철이의 농담의 맞춰

억지로 싱긋 웃으며 말했다

김여주
이젠 괜찮아

김여주
걱정시켜서 미안해

그리고 생각했다


최승철
앞으로는 이러지마

김여주
응

승철이와는

정말 끝났다고

더 이상 승철이를 봤을 때

좋아하는 감정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권순영
괜찮아?

김여주
응, 이젠 다 괜찮아


권순영
고생했어

순영이가 나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