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
#4


11시에 만나기로 한 여주와 승철은

약속대로 11시에 맞춰 집 앞 복도에서 만났다

김여주
뭐야, 일찍 왔네?


최승철
나도 방금 나왔어

김여주
3교시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김여주
그냥 천천히 걸어갈래?


최승철
그러자




길을 걸으면서도 웃으며 얘기하는 여주를 보고

승철은 아까 여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이 계속 후회됐다

김여주
최승철, 너 무슨 일 있어?

승철의 그늘진 표정을 본 여주가 물었다


최승철
아니, 그런 일 없어

김여주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최승철
그냥, 학교 가기 싫어서 ~

승철은 대충 능청스럽게 답했지만

여주는 조금 의아할 뿐, 더 이상의 궁금증을 갖진 않았다

김여주
야 ㅋㅋ 학교는 원래 다 가기 싫지…


최승철
전공 수업 할 때, 또 부승관 있을 거 아니야

김여주
그렇지..?

김여주
설마 너 승관이 때문에 가기 싫은거야?

승철은 자신에게는 성을 붙이고

승관에게는 성을 떼서 부르는

여주에게 내심 서운했다


최승철
응, 걔 보기 싫어

김여주
니가 초딩이냐 ㅋㅋㅋ

김여주
같은 강의실에 싫어하는 애 있다고 가기 싫어하게?


최승철
그게 뭐.. 가기 싫을 수도 있지…

김여주
넌 가끔 진짜 어리게 행동할 때가 있더라


최승철
너한테만 그런거야

김여주
그만큼 내가 너랑 친한거잖아 -

여주가 알아차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얘기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감도 잡으려고 하지 않는 여주를 보며

승철은 왠지 모르게 실망스러웠다


최승철
빨리 오기나 해

김여주
왜 갑자기 빨리 걷는건데

승철은 여주의 걸음에 맞춰주지 않으면서

괜히 심술을 부렸다


최승철
이게 원래 내 속도거든

김여주
니 속도대로 걸으면 난 빠른 걸음 해야하거든 -

여주의 말에 승철은 다시

여주의 발걸음에 맞췄다


최승철
이제 됐지?

김여주
맨날 맞춰주던 거였어?


최승철
그걸 이제 안거야?

김여주
맨날 이렇게 걷길래..


최승철
옆에 이렇게 느린 애가 있는데


최승철
내가 어떻게 원래대로 걷냐

김여주
너 지금 돌려깐거지


최승철
잘 생각해봐 -

김여주
진짜 어이없네

또 그렇게 장난을 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학교 앞까지 거의 도착했다

학교 앞까지 오자

승철이 여주에게 말했다


최승철
야, 오늘 나랑 앉아

김여주
그러려고 했거든 -


최승철
부승관이 같이 앉자고 해도


최승철
내 옆에 앉는다고 약속해

김여주
아 진짜 어제부터 왜 그래?

김여주
아 알겠어, 약속할게

김여주
갑자기 왜 질투를 하고 그러냐


최승철
내가 너한테 질투를 왜 해

김여주
니가 지금 하고있는게 질투야 바보야


최승철
…친구 뺏길까봐 그러는거야


최승철
알잖아, 나 친구 잘 못 사귀는 거

승철은 또 다시 좋아한다고 말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여주
이상한 소리 하지마

김여주
너 고딩 때 너한테 다가오는 애들

김여주
다 쳐내고 3년동안 나랑만 다녔잖아


최승철
그거야..


최승철
너랑 제일 잘 맞으니까…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 좋아해 ’라는 단어가

승철은 미치게 원망스러웠다

김여주
그건 맞아, 나도 3년 내내

김여주
너처럼 잘 맞는 친구 본 적 없어

승철은 다른 부분마저도 여주에게 맞춰줬기에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강의실 안으로 들어온 둘은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철컥_

여주와 승철이 앉자마자

승관과 순영 그리고 석민이 들어왔다


부승관
여주 안녕 -


부승관
일찍 왔네?

오자마자 여주에게 아는 척을 하는 승관이

승철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여주
우리도 방금 왔어

김여주
근데 왜 나한테만 인사해?

김여주
승철이 무안하게..


부승관
아 그러네 -


부승관
너도 안녕


최승철
어, 안녕


권순영
둘 다 안녕 -

김여주
안녕, 근데 뒤에는 새로운 친구야?


권순영
응, 어제 놀다가 친해졌는데


권순영
알고보니까 우리 학교 우리 과더라 -


이석민
안녕 - !

김여주
권순영 친화력 미쳤네..

김여주
안녕, 난 김여주야

김여주
내 옆에 얘는 최승철이고 -


이석민
나는 이석민이라고 해

김여주
이성민?


이석민
아니, 성이 아니고 석 !

김여주
아아 미안


이석민
괜찮아 ~


최승철
어제는 수업에 없던데?


이석민
아 어제 늦잠 잤거든..


최승철
아 그래?


이석민
근데 승관이랑 승철이는 분위기가 왜 그래?


최승철
몰라도 돼 -


이석민
아… 그래..?

대놓고 선을 긋는 승철의 말에

석민은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였다

김여주
얘가 처음에는 낯을 좀 가려서 그래


이석민
그래..?

김여주
응, 원래 이런 애가 아닌데…ㅎㅎ

여주는 승철을 바라보며

왜 그러냐는 듯이 웃었다


부승관
오늘도 최승철이랑 같이 앉았네?

김여주
워낙 친하잖아 -


부승관
내일은 내 옆에 앉을래?

김여주
자리가 뭐가 중요하다고 -

김여주
여기가 칠판이 제일 잘 보여


권순영
김여주 고딩 때 범생이였지?

김여주
에이 아니야 ~

김여주
새학기잖아, 모범생 컨셉 잡아야지 -


권순영
그게 뭐냐 ㅋㅋㅋ

김여주
뭐, 뭐,


권순영
어제 분명히 이런 캐릭터 아니였는데…

김여주
어젠 처음 봤잖아 -


권순영
그럼 오늘은?

김여주
두 번째로 보는거잖아 -


이석민
그럼 나도 내일은 순영이처럼 대해줄거야?

김여주
그럴 걸…?

김여주
야 근데 우리 너무 떠든다

김여주
이제 가서 좀 앉아 -

여주의 말에 승관은 여주의 앞자리에 앉아 뒤를 돌았다


부승관
오늘 점심 같이 먹을래?

김여주
점심을 아직 안 먹긴 했는데..


최승철
김여주 오늘 우리집에서 같이 아점 먹고 왔거든


부승관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


최승철
대신 답해준거야


부승관
니가 왜?


부승관
너 김여주 좋아하기라도 해?

둘이 있을 때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승철이

강의실만큼 공개적인 장소에서 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김여주
너네는 왜 또 싸우고 그러냐..

김여주
좋아하는 거 아니야


부승관
여주 말은 그렇다는데,


부승관
넌 어떤 마음이야?


최승철
안 좋아해..


최승철
우린 그냥 친구야

승철이 주먹을 꽉 쥐고

승관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부승관
그럼 이제 불필요하게 대신 말하고 그러지 말아 주라

승관은 일부러 승철에게 더 얄밉게 말했다

그걸 뻔히 다 알고있던 승철은

가까스로 화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말했다


최승철
너 그냥 그대로 뒤돌아서 공부나 해

승관이 승철의 말을 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다시 앞을 봤다

김여주
야 너 진짜 왜 그러는거야..


최승철
…미안

여주의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승철이였다


최승철
나 이번 수업 못 듣겠다

승철은 그대로 가방을 메고 강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뒤에

여주와 승철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순영과 석민이 상황을 보며

둘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대화했다


이석민
승철이랑 승관이가 여주 좋아하는 거 맞지?


권순영
너도 바로 알겠지?


이석민
누가봐도.. 빼박 아니야?


권순영
근데 정작 당사자는 몰라


이석민
저걸..?


이석민
여주, 은근 둔하구나..


권순영
같은 남자여서 알아차린 거일 수도 있어


이석민
근데 승관이는 말을 왜 저렇게 해


권순영
나도 몰라, 그냥 최승철 화나게 하고 싶은건가..


이석민
근데 최승철은 왜 저렇게 선을 그어?


권순영
몰라, 여주 말로는 낯 가려서 그렇다는데


권순영
아무래도 승관이 때문인 거 같긴 해


이석민
내 생각도 그래..

앞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뒤에서 순영과 석민은

말싸움을 직관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