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그녀
ep. 12 no.1 과외쌤 김태형


오늘은 내가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퇴원'날이야

치료 속도가 느려 나보다 늦게 퇴원할 것 같던 손님은 삼일 전인가? 하여튼 얼마 전에 이미 퇴원했어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어


박예림
오오 김여주 오늘 드뎌 퇴원 하는거?


김여주
엉ㅋㅋㅋ 매우매우 기대중


박예림
너무 기대하지 마라


박예림
끝없는 학원과 시험이 널 기다리고 있으니까


김여주
어우 팩트는 그쯤 날리시지

똑똑,

또 다른 노크소리가 들렸어


박예림
뭐야 누구 더 와?


김태형
퇴원 축하

손님이야

나 퇴원 축하한다면서 맛있는 거 사준다는 손님이 왔어


김태형
어, 그.. 예림이라고 하시던..? 여주 친구분 맞으시죠


박예림
아 ㄴ,네 맞아요 박예림입니다


박예림
여주한테 말 많이 들었는데


박예림
되게 잘생기구, 다정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막 그러던데요


김여주
야 내가 언제!!!


김태형
ㅎㅎ 와 집에서도 내 얘기를 하는구나 여주


김여주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 사람들이


김여주
아 몰라몰라 다 나가!! 나 링거 빼고 와야지


박예림
이따가 저 손님이랑 좋은 시간 보내구

뭐야 박예림

얘 어떻게 알아

뭐 모르는게 없어


박예림
나 간다?


김여주
어? 어 빨리 조심히 잘 가

철컥

예림이가 문을 열고 나가기 무섭게 간호사가 들어왔어

링거 뺄게요,


김여주
아 내가 안 가도 되는구나


김여주
세상 되게 좋아졌당

좀 따끔하실거에요

폭, 바늘이 빠지고 난 드디어 링거 없는, 자유의 몸이 되었어


김여주
와, 감사합니다!!


김여주
오 겁나 편해 이거 빼니까


김태형
그럼 여주 옷 갈아입고 그러고 나와


김태형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김여주
웅 알았어요

톡톡,

차의 창문을 두드렸어

썬텐좀 세게 해두지

투명한 우리창에 잘생긴 얼굴이 훤히 드러났어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손님의 얼굴이 보였어


김여주
오오 대학생인데 차도 있어요~?


김태형
내 차 아니야


김태형
렌트차


김태형
ㅋㅋㅋㅋㅋㅋㅋㅋ


김여주
그래도 면허 있는게 어디에요


김여주
딱 생일 지나고 딴 거에요?


김태형
응 근데 약간 장롱면허.. 차가 아직 없어


김여주
이제 차차 사고 하면 되지요!!


김여주
근데 우리 오늘 어디 가?


김태형
너 가고 싶은 곳


김여주
아 진짜?


김여주
약간 데이트 같은 거네..


김여주
나 그럼 배고파요


김여주
점심 먹으러... 파스타집 갈래요?


김태형
그래 출발!


그렇게 우리는 파스타도 먹고, 인생네컷도 찍고, 카페, 공원도 갔어


김여주
나 이제 슬슬 집 가야겠다


김여주
가서 공부해야해요


김태형
일년쯤 전 내 모습이구만


김여주
아 그래서 그런데


김여주
나 공부 알려주면 안돼요?


김여주
나 노트 필기 진짜 못하는데.. 필기 하는 법이라던지.. 뭐 사소한 팁이라던지..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김태형
....


김여주
아.. 물론 싫으면 안 해도 돼요!! 강요까ㅈ..


김태형
너무 좋지


김태형
우와.. 김여주가 나한테 뭘 배우려고 한다니..


김여주
왜요, 나 평소에도 손님 무시 안했거든요?


김태형
ㅋㅋㅋㅋ 하여튼


김태형
어.. 그런데 어디서? 어디서 알려줘?


김여주
아 그러게..? 어디서 배우지.. 우리 집은 예림이 있는데

그때, 진짜 거짓말처럼 예림이에게서 연락이 왔어


박예림
-여주 나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갈게 공부하다 졸려서 내일 만나


김여주
예림이 지금 집에 없대요!!


김태형
아 진짜?


김여주
웅, 가서 한 30분 정도만 알려줘요


김태형
그 정도면 하나밖에 못 할걸? 적어도 두 시간은 있어야지


김여주
헤에.. 그럼 너무 시간 늦어요! 그럼.. 많이 양보 했다! 60분만 알려줘요!


김태형
그래 뭐 30분 보단 낫지


김여주
그런데 있잖아요, 나 사실 손님 이렇게 나 공부 알려주는데에 열정인지 몰랐어


김여주
막 30분은 안 된다고 막 그러고.. 지금도 눈에서 불이 나오고 있어


김태형
ㅎㅎㅎ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준데


김여주
...///


김여주
아 몰라요 빨리 집 가자 늦었어 벌써


김여주
으아.. 집이다.. 얼마만에 온 거야..


김태형
빨리 손 씻고 앉아 알려줄게


김여주
으응...

진짜 손님은 한 시간을 조금 넘기는 시간동안 쉴새없이 열심히, 열정적으로 알려주었어

친구먹은 손님이 아닌, 진짜 돈 받고 하는 과외쌤처럼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사실 알려주다가 딴 얘기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끝까지 공부 얘기만 하다 끝내더라


김태형
여기는 계산실수 많이 일어나니까 검산 꼭 해보고


김여주
웅 알았어요


김태형
이것까지 알려주고 나 이제 가야겠다


김여주
흐에... 벌써?


김태형
너가 한 시간만 알려달라며


김여주
헤헤... 다음엔 두 시간 해줘요!


김태형
그래 수능 일주일 전 부터는 니 옆에만 있을게


김태형
...공부도 알려주고


김여주
웅 알았어요!!

난 손님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어

사실은 특별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수능날이 점점 다가오니 오늘 그 말에 대답을 한건 큰 실수라는걸 깨달았지


김여주
그러면 갈 때 추우니까 핫팩 하나 드릴까요? 핫팩 많은데


김태형
주머니에 손 넣고 가면 되지 뭐


김여주
아냐아냐 밖에 추워서 안 돼 옷도 되게 얇게 입고 왔잖아요

내 방 서랍에 고이 놓여있던 핫팩 두 개를 뜯어 손님 주머니에 넣어 주었어


김여주
조금 있으면 따뜻해질거에요


김태형
그래 고마워

그렇게 손님은 집 문을 열고 나갔어


김여주
오늘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와요


김태형
응 그래 잘 있어


김태형
나오지 말고


태형이 시점입니다

태형이 시점입니다_

태형이 시점입니다

태형이 시점입니다_

원룸 앞에 대충 차를 세워두고 집 앞까지 걸었어

그냥 오늘은 걷고 싶더라

무의식적으로 집업 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차갑게 식어있을 줄 알았던 주머니가 따뜻했어

뭐지, 하고 주머니를 뒤집어 보니 여주가 넣어준 핫팩이 있었어

손 위에 핫팩을 올려보니 그 자체는 별로 따뜻하지는 않았어

핫팩에 담긴 여주의 마음이 따뜻했던거야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어


김태형
아.. 이렇게 날 생각해주는 사람도 다 있네..ㅎ

여주의 마음이 담긴 핫팩을 손에 쥐고 걸어가는데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김태형
난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