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지 못한 기자님

| 16화 |

가슴이 무언가에게 눌리는 듯이, 겪어본 적 없던 고통을 느끼며 나는 일어났다.

눈을 떴을 때 주변은 내게 너무 어색했다.

난 누구지, 난 왜 존재하지.

이상한 생각이 멤돌았다.

무언가 중요하게 기억해야할 것을 뚝, 끊어버린 기분이었다.

머리를 쥐어뜯어도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게 작은 정답을 알려줄 뿐이었다.

할머니

네 이름은 여주고, 넌 사고가 나서 기억을 잃었단다.

나는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우리 엄마 아빠는 어렸을 때 날 버렸으며, 옛날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날 키워주셨다고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날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셨다.

모든게 낯선 나에게 차근차근 다 알려주셨고,

그 어떤 걸 질문해도 몇 번씩 대답해주셨다.

뭔가를 기억해야지, 마음속에서 자꾸만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 "기억" 이라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기억을 해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

너무 기억해내려 하지 마.

할아버지

여주 너만 아파지는거야.

할아버지가 충고하셨다.

할머니도 내가 모든 걸 기억하려고 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셨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왜 그러시지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기억했다가는 정말 나만 아플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나중에 기억해놓고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감 말이다.

그래서 기억을 찾아내는 걸 멈췄다.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할머니

여주야. 우리 잠깐 마트 좀 다녀올게.

김여주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할아버지

공주 다리 아프잖아. 집에서 쉬고 있어.

할아버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김여주

나는 라면!

김여주

유튜브에서 먹던데 나도 먹어보고 싶어!

할머니

알았어~

할머니

사가지고 올게.

우리집은 마트까지 멀었다.

차타고 30분정도는 가야 있는 거리여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끔 나갔다 오셨다.

그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날 못나오게 하셨다.

사실, 내가 캐나다에서 살면서 나가본 거라고는

집 앞. 딱 그 정도였다.

어차피 집 밖으로 나가도 아무것도 없었고, 나는 그 평화로움에 만족했다.

그렇게 만족한 삶, 행복한 삶을 살았다.

*

마트를 다녀오겠다고 하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늦게까지 집에 오시지 않았다.

할머니

'여주. 무슨 일이 있어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은 이상 집 밖으로 나오면 안됀다. 알겠니?'

김여주

'왜? 난 집 나가고 싶어. 답답하단 말이야.'

할아버지

'아직 밖은...'

할아버지

'네게 너무 위험해.'

할아버지

'말 들어. 알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이상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곧 오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기다렸다.

무서워도 참고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김여주

...벌써 새벽 4신데...

오후에 나가셔서 새벽 4시까지 돌아오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나는 더 이상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곧 해도 뜨니까, 라는 생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나서기 위해 조심스레 집 앞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김여주

ㅎ, 할머...니...?

김여주

할아버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힘 없게 쓰러져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였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김여주

...?

차가웠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몸이 너무나도 차가웠다.

김여주

ㅇ... 일어나봐 좀...

김여주

장난치지마...! 재미 없어!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무리 세게 흔들어 깨워봐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깨어나지 않았다.

김여주

제발 좀...

김여주

제발 좀... 제발...

위이이이이이잉-

구급차가 도착했다.

알 수 없는 영어들로 내 귀를 가득 채웠다.

김여주

ㅁ, 뭐라고요?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났을 때 나는.

김여주

할머니...

김여주

할아버지...

김여주

할머니?...

혼자였다.

김여주

ㅇ, 왜 대답 안해...

김여주

응...? 대답 좀 해보란 말이야...

이 모든게 꿈이길 바랐는데,

일어나면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눈 앞에 보이는 건 할머니의 유서.

그것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