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줄래요..!?

EP4. 기다렸잖아

곧이어 남자는 수술실 문 뒤로 사라졌고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자체가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그럼에도 난 할일이 많았기에 불안함을 밀어두곤 다시 응급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윤간호사

"어딜 다녀오시길래 이렇게 늦게 오세요!! 얼른 오세요,얼른!!"

모두들 조금 전 아주 위급했던 그 남자는 안중에도 없는지 그저 나의 일손만을 바랐고 난 그들이 바라는대로 묵묵히 일했다

그렇게 몇시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 하루가 마무리 되갈 쯤 이었다

윤간호사

"ㅇ,유선생님!!!"

유여주

"ㅇ,으앗!!!"

마지막 드레싱이라 곧 그 남자에게 가볼 수 있다는 생각때문인지 방정맞은 손은 쥐고있던 드레싱 도구들을 죄다 엎어버리고 말았다

소독환자

"하...씨발 진짜 아니 무슨 의사가 이딴 간단한 소독하나 못하고 칠칠맞게!!!!"

유여주

"ㅈ,죄송합니다!! 환자분 일단 이걸로 바지부터 닦으세ㅇ.."

'짜악!'

손을 덜덜 떨며 간신히 거즈를 건네는 내 고개는 이미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눈앞의 환자에 의해 돌아가있었다

유여주

"하으.....흑....죄송합니다"

왠지 모르게 뺨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쓰라림보다 응급실 의사들에게 내 능력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내 행동에 수치심이 들었고 바닥에 엎질러진 소독약 위로 한방울씩 눈물이 떨어졌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하아...환자분, 너무 무례하신 행동이십니다"

그때, 떨어진 거즈와 소독약이 널부러진 바닥에 누군가의 발이 보였고 고개를 들어보니 지민선배였다

조금은 화가 나 있는 듯한 얼굴이었고 여지껏 나에게 싱긋 웃어주기만 하던 선배에게선 처음 보이는 모습에 난 더욱 더 안절부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소독환자

"뭐? 잘못한 건 이년인데 무례?? 이건 또 무슨 개같은 소리야!?!!!"

환자는 여전히 튀어나올 것 같은 눈으로 나를 째려보며 내 얼굴쪽으로 엄청난 욕을 뱉었다

이건 뭐.. 완전히 소독약을 엎은게 아니라 뜨거운 물을 부어버린 격이 되어버렸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그만하시죠!!!! 저희 의료진은 언제나 환자의 안전과 치료에 심혈을 기울이고 환자를 존중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왜 언제나 실수만 하면 개새끼다 병신이다 이딴 거 하나 못하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겁니까?"

박지민 image

박지민

"씨발..가뜩이나 좆같은 의사생활 더 좆같이 만들지말고 사과했으면 받아주고 꺼져요"

그동안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민선배는 억울함을 호소하듯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외쳤고 할 수 만 있다면 나도 똑같이 소리쳐주고 싶었지만 이대로라면 선배와 나, 둘다 가운을 벗어야 할까 걱정이 되어 재빠르게 일어나 선배를 말렸다

유여주

"선배, 그만...그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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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이때가 기회인듯 싶어 난 얼른 상황을 마무리하려 다시 한번 고개 숙여사과하려했다

유여주

"환자분, 정말 정말 죄송ㅎ...으엣!!"

그 순간 지민선배가 몸을 굽히려던 나를 일으켜세웠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해 휘청이던 내 허리를 한손으로 받혀주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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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허리 꼿꼿이 펴, 고개도 들고. 너가 이딴 새끼한테 굽힐 이유 손톱만큼도 없어. 개같이 대우하는 놈한테 예의로 돌려줄 필요없다고."

유여주

"...흑...끕...흐윽...."

선배의 말에 참았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말았다. 모두가 맞는 말이었지만 누구도 그 맞는 말을 하지도, 맞는 말대로 행동하지도 않아왔다. 지민선배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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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가자 여주야..이제 다 끝났어. 일단 내 집무실로 가자."

선배는 멈춰지지 않는 눈물을 흘리면서 정신없어 하는 나를 부축해주며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집무실에 도착하자 선배는 아직도 훌쩍이는 나를 진정시키며 의자에 앉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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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만 울어, 예쁜 얼굴 다 망가질라"

유여주

"으흑...끅..흑...선배..우리 짤리면 어떡해요..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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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으이구, 겁쟁이네 완전"

선배는 피식 웃더니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아무리봐도 이렇게 착한 선배인데 진상은 정말 진상이었는지 돌변한 선배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질 않았다

유여주

"흑...끕....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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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겁쟁이 아가씨~ 그만 울어요 젊다고 얼굴 막쓰다가 주름 잔뜩 생긴다!?"

유여주

"푸흐, 그게 뭐에요"

어떻게든 내 울음을 멈추려 애쓰던 선배의 아무말 대잔치에 결국 나도 피식하고 웃게되었다

유여주

"고마워요, 선배...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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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에이 난 별거 안했어..아 그나저나 얼굴은 괜찮아..? 부은 것 같은데"

'지이이이잉'

선배가 미간을 찌푸리며 빨갛게 부어오른 내 얼굴을 살펴보려던 순간 선배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본 선배의 미간은 찌푸려진채 풀리지 않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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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아...과장님이네.. 아무래도 나 가봐야 할 것 같아 여주야. 얼굴 치료 제대로 해 알았지? 이따가 내가 검사할꺼야"

유여주

"알겠어요(싱긋) 얼른가보세요 과장님 찾겠다"

난 과장님의 그 냉랭한 표정이 떠올라 선배에게 얼른 가보라는 표정을 지었고 선배는 괜찮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집무실 밖으로 향했다

유여주

"후아.....피곤하네...볼도 아프긴 아프고"

이상하게도 선배가 나가자마자 맞은 뺨이 쓰라려오기 시작했고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그 진상환자도 함께 생각이났다

평소에 이런 실수를 하는 내가 아닌데 환자의 말처럼 어쩌다가 사소한 드레싱하나 처리 못하는 바보가 되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여주

"멍청해...진짜 바보다...."

유여주

"도대체 왜 안 하던 실수를...아 맞다!!! 그 남자!!"

내 실수를 후회하며 돌아보던 순간 잠시 잊고 있었던 그 남자의 생각이 떠올랐다

난 치료를 제대로 하라는 선배의 말도 뒤로한 채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유여주

"흐아...하아..간호사님!!!!"

이간호사

"에? 유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유여주

"아아 그건 아니구요!! 혹시...전정국이라는 환자 지금 몇호실에 있나요?? 아직 회복실에서 안나온건가..."

이간호사

"아..그분 이라면 저기 901호실에 계세요!!"

유여주

"감사해요!!"

데스크에서 남자의 병실을 알아낸 난 곧장 901호실로 향했다.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병실에 있다면 수술은 잘 끝난거고 수술이 잘 끝났다면 고비는 넘겼다는 소리겠지하며 나를 진정시켰고 어느새 901호 병실에 도착해있었다

얼핏 보니 의식을 차리진 못한 것 같아 노크를 하려던 손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삑--삑--'

유여주

"

의식이 없이 눈을 감고 있는 그와 기계음만 들려오는 어색한 공기를 깨지 않은 채 말을 하지 않는 나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유여주

"많이 많이 자둬요...일어나는게 더 힘들지도 모르니까.."

많이 지쳐보였던 그의 휴식시간을 이렇게라도 지켜주고 싶었기에 하고 싶었던 다른 말은 그냥 묻어둔 채 말했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

내 말에 대답도 못하는 그였지만 이제서야 창백하던 얼굴과 파랗던 입술의 혈색들이 돌아오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유여주

"...나 이만 가볼께요"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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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렇게 늦게 와놓고선 가길 어딜가요, 기다렸잖아."

몇시간 전의 상황처럼 남자는 내 팔을 붙잡았고 나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다르게 다가왔다. 아까와는 다르게 꽉 붙잡힌 내 팔, 힘있는 말소리가 느껴졌다

유여주

"ㅇ,어엇...저...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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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보고싶었..어요"

그는 아까전의 못 다 한 말을 이어하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는 분명히 나에게 고정되어있었다

내 심장에선 그 말의 주인을 찾을 생각도 하지 못한채 기계음을 빌려 소리나는 그의 심장소리보다 더 큰 심장소리가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