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 말아요, 그대

이야기 둘

웅성웅성

시끄럽지 않은 소란스러움 이었다.

간호사

"어… 어…?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마침 수액을 달아주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간호사

"선생님, 환자분께서 깨셨어요. 얼른 와 주세요"

"

간호사

"환자분, 방금 환자분 담당 의사 선생님 불렀으니 조금만 기다려요"

그렇게 말한 간호사가 예쁘게 웃어주고는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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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잠시 눈을 감고있던 내게 하얀 가운을 걸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변백현' 그의 이름이었다.

조금은 독특한 밝은색 머리에 처진 눈꼬리, 얇은 입술.

'강아지 같다'

내가 열심히 덕질하던 그룹의 메보 멤버와 많이 닮았다. 하필 이름도 같고..

속으론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살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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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환자분, 일주일 동안 누워계셨어요."

헉. 그렇게나 오래 잠들어 있었던 건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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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살짝 웃어보인 그가 내게 물어왔다.

질문이 왔으니 대답이 가야겠지 답답한 목속으로 침을 한번 삼키고는 대답했다.

"네.. 할 수 있어요. 조금 힘이들긴 하"

허나 나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 허억.. 컥.. 으윽…"

무거운 몸을 살짝 일으키다 말고 나는 힘겹게 숨을 들이켰다.

아팠다. 괴로웠다.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도와주.. 으흑, 헉. 허억"

숨이 탁탁 막히고 머리가 핑 돌았다. 입에선 타액이 흘렀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으며 가슴 위에서 움켜쥔 손은 얇은 환자복 위에서 몸에 생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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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화, 환자분! 진정하세요.! 선배!!"

뭐지, 대체 뭐지?

구조 당시, 목이 메여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그때의 느낌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랑 같아..'

목이 화끈거리고 따가웠다.

또 무어라 말을하면 안될 것 같았다. 마치 말 하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벌린 입을 꾹 다문채 몸을 웅크리고 크게 숨을 쉬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목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에 눈을 감았다.

그 느낌은 점점 생생해져 갔고 결국 그 고통이 무뎌지고 의사 몇명이 달라붙어 진정 시키고서야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일정하지 못하고 들쑥날쑥한 내 힘겨운 숨소리를 제외하고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쏠렸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끄는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잠깐 사이에 또 생사를 오갔는데 어찌 다른 이들의 이목에 신경 쓸 수가 있겠는가

병실의 짧은 침묵을 깬 것은 담당의가 선배라 부르던 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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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면

"이제 좀 괜찮으세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괜찮느냐고? 아니, 전혀.

목의 통증은 여전히 남아서 날 괴롭혔고 어쩐지 사고 당시의 느낌이 다시 떠올라 괴로웠다.

'아파.. 힘들어.'

고통스러웠다.

...

아차. 그 순간 떠오른 얼굴들이 있었다.

앞의 하얀 가운의 옷깃을 붙잡고 찡그린 얼굴의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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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아. 손에 써줄래요?"

내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걸 안건지 백현이 얼른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하얗고 가는 예쁜 손 이었다.

「제 가족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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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그게"

제 질문에 굳어진 백현이었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긴장했다.

설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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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돌아가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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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환자분"

「부모님도요? 언니도, 동생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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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네, 환자분 제외하고 가족분들 모두 사고 현장에서 즉사하셨습니다"

"

멍했다.

머리가 멈춘 것 같았다.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게 백현이 말을 덧붙였다.

변백현 image

변백현

"장례는 어머님 동생분 께서 치러주셨어요."

정말일까

예쁘고 상냥하던 이모는 아빠를 닮은 나보단 엄마를 닮은 언니와 동생을 더 좋아했다.

어지간히도 아빠가 맘에 안드신 것 같았다.

이모는 유일한 친인척이었다.

아빠는 외동이었고 엄마께는 동생 한명이 다였다.

이게 무슨 일인지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께서도 최근 모두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으윽..흑"

꾹 다문 입 속에 응어리가 갇혔다. 맑은 눈망울. 앞이 흐려지고 뚝뚝 눈물이 흘렀다.

그때. 사고가 났을 때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고개만 돌려도 볼 수 있는 가족들 얼굴이었는데.

.. 아니. 한번만 안아드릴걸

아빠

「우리 공주님, 많이컷네~ 한번 안아보자!」

사랑한다고 말해드릴걸

엄마

「이쁜딸~ 사랑해♥ 엄마보러 자주 와야된다?」

고맙다고 말해줄걸

언니

「야, 너 독립 반대 겨우 막았다! 나중에 맛있는거 사줘!ㅋㅋ」

좀 더 잘해줄걸

남동생

「누나누나! 나 놀아조! 나 심심해애」

"아악… 으흑"

또다. 또.

머리가 어지러웠다.

울렁거리고 세상 혼자남은 기분이었다.

머리가 핑 돌며 결국 앞이 뿌예졌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짜증나게도 또 기절인가보다. 내가 이렇게 허약했던가

또 소란스럽다.

다신 그 사람들 얼굴을 보지 못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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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 환자분- …!"

침대에서 떨어질뻔한 날 가는 팔로 붙잡아 준 이가 있었다.

흰옷은 아니고.. 주황색?

낯설지 않은 실루엣

지나가던 사람인 것 같은데.. 누군지 몰라도 고맙네 난 그렇게 안심하고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