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하지 말아요, 그대
이야기 다섯


'그 구급대원.. 야옹이?'


김종대
"어?"

고양이를 안아들고 뒤를 돌아봤을 때 그와 눈이 마주쳤다.


김종대
"병원엔 불도 거의 다 꺼졌던데, 아직 나와 계시네요. 답답해서 나오신 거에요?"

그의 물음에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김종대
"아, 저는 고양이 찾으러.."

"... 아."

생각없이 그의 얼굴을 보다가 그가 뻗은 두 팔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김종대
"고마워요. 얘가 원랜 낯선 사람을 잘 안따르는데, 별 일 이네요."

그가 고양이를 안아들어 털에 묻은 먼지나 나뭇잎 따위를 털어주며 말을 이었다.


김종대
"이 애 어미는 집 고양이 였어요. 임신한 채로 버려졌던 것 같더라고요."

그가 고양이의 이마를 살살 긁어주자 아이는 그릉그릉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김종대
"그 고양이 가족을 처음 본 건.. 네, 추돌 사고가 나기 이틀 전 쯤 이었네요."

그가 고개를 들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내 눈을 응시했다.


김종대
"늦은 저녁, 그 어미 고양이가 눈도 못 뜬 새끼들을 물고 도로를 건너고 있을 때 대형 차량이 그 애들을 못 보고 치고 가버린 거에요."

"


김종대
"어미 고양이는 물고있던 새끼들을 앞으로 던져버리곤 차에 치여 죽었어요. 새끼 고양이 중 한 마리는 머리를 잘 못 부딪혀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어미와 같이 차에 치였구요."


김종대
".. 그러고 남은 고양이가 얘 에요."

그가 차마 다 읽을 수 없는,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섞인 눈으로 나를 응시하다 이내 거둬들였다.


김종대
"심부름으로 잠시 지나던 길에 다 봐버렸지 뭐에요."

그가 다시 멋쩍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멋쩍게 웃던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실내로 들어왔다.

'왜그랬지. 왜그랬지'

나도 모른다, 왜 그를 그리 쉽게 놓고 들어와 버렸는지.

아니,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저를 응시하던 그의 눈이 너무나도 슬펐다.

그 눈 속엔 분명 연민 또한 있었으리라. 그 연민이 누굴 향한 것인진 모르나, 나를 향한 것은 아니리라. 이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터벅터벅, 발 밑에서 나는 소리 조차 구슬펐다.

03:14 AM
또 꿈을 꾸었어. 평소와는 조금 다른, 그런 꿈.

눈을 떴을 때 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그 어디쯤 떨어져 있었어.

벌래들의 사삭사삭 발소리. 물방울이 떨어져 웅덩이를 이루는 소리. 그리고 내 숨소리.

고요한 적막속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어.

뚜벅. 뚜벅. 나에게 점점 가까워져.

분명해, 날 찾아 온거야.

누구지. '그 구급대원' 인가, 아님 항상 날 죽이러 찾아오는 '그' 일까.

나는 알아버렸어. 날 찾아온건 바로 '그'야.

또 다시 찾아 온 공포에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어.

주저 앉을 순 없었어. 이제 곧 그가 내게 올 테니까.

내가 알아차린 걸 안건지, '그'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빨라졌어.

그를 정말 대놓고 마주 본 적은 없어. 그는 내게 어떤 해도 끼친 적이 없지.

그런데 난 알아, 그가 내 목을 조를 거란 걸. 그가 날 죽일 거란 걸.

떨리는 손을 꼭 쥐고, 난 달리기 시작했어.

깜빡깜빡 하는 전등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마치 어서 도망가라는 듯이.

두 사람의 발걸음은 누구랄 것도 없이 둘다 빨라져 있었어.

숨 쉬기도 힘들만큼 전속력을 다해 뛰었고, 얼마나 온 건지 갈림길이 나타났어.

이젠 그의 발걸음 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지쳐있었어. 그럼에도 뛰고 또 뛰었지.

어쩌면 듣지 못한게 아니라, 들리지 않은 것 이었 을지도 몰라.

어느새 끝에 다다른 건지 빛이 들어오는 곳을 찾을 수 있었어.

아무리 뛰어도, 아무리 손을 뻗어 잡아보아도 잡히지 않는 빛이었지.

이에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아 내가 마침내 이 빛을 보지 못하겠구나 라고.

그런데 갑자기 그 빛에서 누군가 나오는거야.

'그 구급대원' 인가? 내 발은 느려지기 시작했어.

아니, 저건 '구급대원'이 아니야.

몸이 눈에 보이게 덜덜 떨리기 시작했어.

떨리는 어깨를 부여잡고 뒤를 도는 순간

난 마주치고 말았어.

그의 섬뜩한 눈이 곧게 휘어진 채 날 노려보고 있었어.

그가 어디선가 가져온 칼을 꺼내들고 내게 꽂아넣는 순간

04:04 AM
꿈에서 깨어났다.

그가 찌른 곳은 무릎 중앙. 분명 고의였다.

화장실에 가려 몸을 일으켰을 때,

난 꿈속에서 찔린 부위의 통증을 느꼈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내 무릎을 관통했다.

화장실에 가 무릎을 확인 했을때,

그 곳엔 길고 선명한 멍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