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당신의 세계로 들어가

_3화_꼬일데로 꼬여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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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여기도 없네, “

어제 전정국의 고백을 찬 나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여기의 세계관은 거의 다 외워놨지만, 지식은 모른다. 고작 10살의 나이로 모든 것을 짐작해내기엔 아무리 천재라 칭송하는 나여도 사실상 어려웠다.

그래서 학교 안을 살펴보다 도서관이란 곳을 발견해냈다. 도서관이란 장소가 화려하게 조명을 장식하고 사람들의 손이 많이 거치지 않는 책들이 가득한 곳인줄은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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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학교가 아무리 유명해도, 학생들이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책을 안 읽는 습관은 여전하구나. “

책들이 온통 새것처럼 반짝였다. 10년 전에 나왔던 책이라도 말이다.

보통 책이라면 사람들의 손이 많이 거치기 마련. 유명한 책이라던지, 하물며 유명하지 않은 책도 독자가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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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말이 도서관이지 화려한 박물관이네. 꼭 전시해둔 것 처럼. “

그렇다. 꼭 새장안에 있는 새를 구경하듯이, 박물관에 대단한 물건을 전시해둔것처럼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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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구경거리에 불과한 곳이라 이건가. “

구경거리. 도서관이란 이름이 이 세계에선 흔한 것도 아닌데, 내가 살던 세계나 도서관이 흔해빠졌지. 그렇다면 그냥 이건 학교의 과시용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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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그래도 미로같아서 재밌겠네. “

이곳엔 어떠한 책들이 가득할까, 무슨 느낌의 표지가, 어느 상황의 이야기기가 펼쳐질지 모르는 책들이 가득한 곳. 미로같이 되어있는 도서관 사이에서 나만의 책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나름 기대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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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어떻게 도서관 구석 책들이 대부분 연인간의 로맨스만 담아놨냐. “

연인.. 로맨스.. 고백.. 전정..국.

미로같은 도서관을 돌다 발견한 구석진 곳. 그곳에 한가득 쌓여있는 로맨스..순정 이런 책들의 표지만 보다보니 나도 슬슬 미쳐가나보다. 갑자기 어제의 고백씬이 떠오르는 건 또 뭐람. 재수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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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이건 또 뭐야. ‘악녀는 악녀답게’..? “

많은 도서관의 책들 중 유일하게 눈에 띄는 표지와 제목. 악녀는 악녀답게.

악녀? 이 소설에 굉장히 중요한 단어 중 하나. 학교안에서의 로맨스의 주요 인물인 나를 알리는 단어. 악녀.. 악녀는 악녀답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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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악녀는 악녀답게, 잔혹하고.. 멋지게? “

책 표지에 눈에 띄는 구절. 악녀는 악녀답게, 잔혹하고 멋질것. 악녀면 그냥 악녀인거지 잔혹은 왜 넣고 멋진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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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내가 알기로 넌 로맨스같은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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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 아, 전정국. “

어제와는 다른 차분한 모습으로 천천히 조연에게 걸어오는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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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 로맨스, 좋아하는거야?. “

이제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말을 내뱉으며 정국의 시선은 책으로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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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아니.. 뭐.. 그건 아닌데. “

뭐지, 갑자기 어제있었던 자신감은 어디가고 불쌍함만 남은 찌질한 애가 왔지..? 아니 뭐 물론.. 어제도 자신감은 아니고 자만감으로 똘똘 뭉치긴 했지만..

어제 자만감을 좀 밟았다고 오늘 불쌍하단 얘기는 소설에선 본 적 없는데.

아, 하지만 이미 내가 소설을 어제 진행대로 하지 않아서 이미 예정대로 흘러가진 못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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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그.. 어제는...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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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어제요? 아. “

어제는.. 좀.. 심하긴 했나..? 재수 없다는 것에 빠져서 그래도 15살..인데. 근데 이렇게 따지면 나도 10살 밖에 안 먹었는걸. 사랑도 모르겠고 소설도 모르겠고 그냥 뭐지.

소설에서 인기있는 사람은 전정국. 주요 등장인물중 주인공에 속하며, 여주 만날때까지 바람피우는 쌉 쓰레기에 인기 많은거 지도 알고있어서 써먹는 재수없는 자식..인데. 왜 쟤가 저렇게 주인잃은 똥개마냥 저러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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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

저 곱게 자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 재수없는 우리 소설의 왕자님은 왜 나한테 와서 난리이실까.. 진짜 어제의 뭐가 문제인걸 정녕 모른다는 걸까.

상대방의 마음의 선택은 상관도 없이 될거란 확신에 찬 눈빛, 왜 마음에 안드냐는 철 없는 생각.. 마지막으로 내가 자기를 안 좋아할거라곤 생각도 못하는 저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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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정말 어이가 없어서 더는 못 듣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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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첫째, 나 너 좋아한적 없고. “

첫째, 너 같은 나르시스즘 가득한 이상하고 얼굴만 멀쩡한 등신대 가지고 싶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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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둘째, 너 같이 재수 밥 말아 먹은 놈은 재수 좀 찾고. “

둘째, 전정국같이 얼굴만 믿고 나대면서 여러 여자 꼬시는 놈 안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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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셋째, 지금 여기와서 미련 못 버리는 강아지 마냥 뭐가 마음에 안 드냐고 묻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

셋째, 이런 자신감만 가득해서 어떤 마음으로 여기 와서 어떤.. 무슨 생각으로 이걸 물어보려고 하는 남자는 딱 질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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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어.. 어..? “

이제서야 쪽팔림을 느끼는지 황급히 붉어진 얼굴을 두손으로 앙증 맞게 가리는 전정국.

빨간머리에 빨간얼굴까지 더하니 이젠 내 앞에 남자가 사람인지, 토마토인지 구분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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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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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너.. 너...ᐟ “

울그락 불그락 거리는 얼굴에 감정을 주체 못하는 듯, 할 말이 있는 듯 너, 너만 반복하며 말하는 전정국.

그래, 1살 차이 자기 여동생뻘한테 지금 팩트폭행을 당해서 몸이 많이 아프고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게 틀렸다는걸 지금 깨달을 텐데..

화날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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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속시원하게 말하는 것도 기분은 좋네. “

누가 감히 전정국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소설 안에서 전정국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바람을 펴도 용서해야만 하는 그런 인물.

그렇지만, 전정국은 오늘의 일을 뼛 속깊이 새겨야할 걸. 어차피 어제부터 소설 망한거. 이왕 이렇게 된거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사랑이야기가 아닌 성장 이야기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아.

이미 꼬일데로 꼬여버린 일들을 다시 바로 잡기도 싫거든.

현실세계의 내 이야기도 아니고.. 소설속에 이조연은 너무 멍청해서 싫어했던 거라.

이조연을 도와서 생활하면서 이조연이 되기도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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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15)

“ 변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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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연 (14)

“ 아니. 원래 이랬어. “

원래의 이조연이라면 변했지. 근데 난 이조연이 아니라 류예인인걸.

어쩔 수 있나.. 탓하려면 천재인 내가 이조연의 몸 속에 빙의 한 걸 탓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