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향기를 조각할 수 있다면

22화: 너 요즘 무슨 힘든일 있니....?

그렇게 류은호와 그 일행이 가고 난 뒤,

섣불리 흥분한 마음을 그래도 조금 진정시킬 요량으로 슬슬 어둑해지는 거리를 걷는 여주.

그때그때 생각하는 주제에 따라, 빨라지기도 어쩌면 느려지기도 하는 걸음들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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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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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하..

류은호,

내 첫 남친이자 내게 연애의 현실성을 퍼뜩 깨닫게 해준 인간.

내가 그에게 내비치는 모든 표현과 말들이, 어쩌면 너무 과도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지 몰라도

..나는 더 이상 걔를 마주보고 싶지가 않은걸,

사실 류은호와의 첫만남은 대학때,

훤칠한 키에 반반한 얼굴, 다정한 태도, 그리고 기자가 되겠다는 완고한 꿈까지.

그때의 걔는 참 반짝거렸던것같다.

이젠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퍽 로멘틱했던 가로등 아래서의 고백.

신입생때 처음 봤을때부터 나를 좋아했었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그에, 나 또한 설레는 마음으로 받았고,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22살부터 26살까지. 4년이나 만났으면 해본거 안해본거, 좋은기억 안좋은기억 그나마 있을법만한데..

지금 돌이켜보면 도리어 나만 헌신했던 연애같기도 하고....

....

류은호는 다정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있다거나, 혹은 클럽에 끌려갔다거나,

그때마다 그는, 저가 사랑하는건 나밖에 없다며 절대 걱정하지 말라고는 했지만,

...결국 그 말에 이끌려 서운하단말 한번 못하고 썩혀냈던 내 감정이 부끄러웠고,

혹여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이 왔어도, 이건 자기 탓이 아니라며 내 앞에서 갈무리하는 그에 어리석은 나는 다시금

내가 가졌었던 질투와 의심의 감정을 내탓으로 돌리며 삭혀내야만 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자기는 나랑 정호석이랑 대화 한번이라도 하면 지가 삐쳐서 연락끊고 잠수에,

너무했다 뭐했다 아쉬웠다 무서웠다 ..엄살은 무슨,

물론 결국 끝까지 내 곁에 있어준건 정호석이였지만.. 아니 더군다나 그때 걔도 여친이 있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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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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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ㅎ, 이미 지나간 일을 회상해서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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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어차피...

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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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가만히 가로등이 켜진 거리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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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은호야!! 나,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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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이제 간호사... 진짜 될 수 있을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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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아까 정호ㅅ, 아.. 아무튼!! 은호야, 나 합격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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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응, 합격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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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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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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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너 간호사 진짜 되고싶어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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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그치, 근데 시험만 통과해서 되는게 아니였어. 공부할게 진짜 너무 많긴 한데.. ㅎ그래도 재미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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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근데 여주야, ..그거 그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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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꼭 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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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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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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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아니... 굳이.. 그렇게 힘든걸 꼭 해야하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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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여주 너 잘하는거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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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근데 그거 하면..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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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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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너 기억 안나...? 처음으로 신문에 니 기사 실렸을때 나 엄청엄청 너 축하해줬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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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막 오려서 보관해두기도 했고, 그 주 동안 엄청 너 좋아해서, 데이트도 너 원하는 데로 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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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그렇게까지 바라는건 아니지만.. 그런 반응이여서 조금... 나 아쉬운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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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여주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너 바빠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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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나 기사 초고는 누가 봐주고, 피드백은 누가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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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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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우리 밥 같이 먹는것도 그렇게되면 힘들어지고.. 그럼 더 못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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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그건 주말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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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그래도 아직 시험 하나 붙은 너보다는 내가 더 낫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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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호

...우리 나중에 결혼하면.......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애써 무시해왔던 미묘한 균열들이 한번 쿵, 하고 금이 간것처럼.

...내가 듣고 있는 저 말들이 뭐지...?

진짜 나를 걱정해주면서 하는 말인가..? 나를?

..그럼 저 생각들을 내가 간호시험 준비할때부터 계속 품고있었던건가..? 왜?

어떻게..... 아니,

나는 도데체 쟤한테 무슨 존재였지..?

.....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허무함과 허상에 가슴에 댐이 뚫린것처럼 차마 지나쳤었던 그의 발언들이

우수수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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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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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됬어.

어차피 결국 나는 간호사가 되었고,

그 이후 다분히 흔들리던 관계는 일방적인 나의 헤어지자는 말로 끝나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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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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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호구였네, 심여주...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는 일들이였는데도 아직도 가슴이 따끔거린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유치한 생각들 뿐이지만.

여하튼 나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 사랑을 내비치는게 힘들다.

...그게 혹여라도 가볍게 여겨질까봐. 그저 그렇게 여겨져 제 이익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만 쓰여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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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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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여보세요..?

여주/모

– 심여주! 아직 밖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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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어어.. 아직, 빨리 들어갈까...?

여주/모

– 아니, 그럴 필요 없고. 마트가서 두부 한 모만 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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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응...?

여주/모

– 두부가 없네,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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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ㅎ, 진짜... 알겠어. 두부만 사가면 되지?

여주/모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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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그래, 그럼. ..아 근데 엄마 혹시 먹고싶은 간ㅅ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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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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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아니..ㅋㅋㅋㅋ

그래도 덕분에 우울하지는 않겠네,

_

_제주도, 호텔

한편 그날 저녁,

호텔에 도착해 짐을 간단하게 풀고 저녁을 먹은 두 사람.

아마 내일부터 며칠간 바쁜 하루가 시작될테니, 일단 오늘은 푹 쉴 예정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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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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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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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흘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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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뭐해?

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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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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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왜 갑자기 배란다에 나가서는 바다를 보고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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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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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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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계속 바쁠거니까, 여기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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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오늘밖에는 바다 볼 날이 없을것같아서.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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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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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갑자기 왜이렇게 감성에 젖ㅇ.. 야,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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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 요즘 무슨 힘든일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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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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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무슨소리야, 그게 ㅎ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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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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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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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근데, 딱히 어두워서 뭐가 보이지는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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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ㅎ, 뭐 그래도 바다가 있다는건 느껴지잖아. 파도소리도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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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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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정국의 어깨를 툭 치며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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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먼저 짐 풀고 있을게,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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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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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짭짤하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우습게도 그때 든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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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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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두부.. 한모... ((중얼

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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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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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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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그 죄송, 아니.. 안다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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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아 네, 아 네네 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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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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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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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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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 한울병원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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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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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아...!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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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그... 애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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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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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기서 다 뵙네요. 박지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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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주

네, 아... 심여주에요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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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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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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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짠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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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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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작중 궁금하시거나 이해안가시는 내용 있으시면 댓글에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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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손팅부탁드립니다ㅠㅠㅜㅠㅠ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