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의 고양이가 접니다

03. 짝사랑은 언제나 비참하다 1

드르륵

여학생 2

" 야. 거기. 안경 쓴 찌질아. 나 좀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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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ㅇ..어? 지...금?"

연필을 손에서 때지 못 하고, 쉬는 시간까지 공부를 하던 김태형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쿠당탕!

당황한 마음에 의자까지 넘어트리며

여학생 1

"시끄럽게 좀 하지 말고, 그 느린 몸 좀 어떻게 해 봐"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남학생에게 망신을 주는 여학생 3명은, 이 학교에서 잔인하고 비겁 하기로 유명한 학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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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아...미..미안....지금 갈게... "

남자 아이는 마치 무슨 일이 생길지 다 아는 사람처럼, 안경과 휴대폰, 지갑 등등을 다 가방에 미리 집어 넣은 후, 그녀들을 따라 나갔다

탁.

교실문이 닫히자 마자, 여주 옆에서 모든 상황을 다 지켜 보던 소림이가 말을 이어 나갔다.

이소림 image

이소림

" ....맞..는 거 아니겠지..? "

옆에서 졸고 있던 여주를 툭툭 건드리며, 불안함에 입술을 잘근 잘근 씹어 대는 소림이었다.

배여주

"...ㅇ.....뭐, 라고 햇써... "

잠에 취해,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답하는 여주가 소림이에겐, 그저 답답해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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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림

" 너 요즘 왜 그래? 학교에서 절대로 졸아 본적이 없던 애가. 너 밤에 잠 잘 못 자? "

여주는 한껏 풀린 눈을 박박 닦으며, 흐릿해진 시야로 소림이가 말하는 잔소리들을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내보냈다

배여주

"..아.몰라....나 졸리니까 말 걸지 마... "

그리고는, 얼굴을 바로 책상에 묻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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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림

"....그럼 그렇지. 내가 니한테 뭘 바라 겠ㄴ... "

드르륵.

문이 열리고 김태형과 세명의 여자 애들이 우르르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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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림

"에이씨...쟤들 또 왔어... "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들을 몇분 동안 계속 째려 보던 소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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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배 여주 학생 "

갑자기 열린 문으로 들어 오는 박지민에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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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림

"..ㅎ..헐...지민 선,.으읍! "

반가움에 손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려던 소림이를 간신히 여주가 손으로 막았다.

이소림 image

이소림

" 으읍..! 느므쳤으?! 즈드가 왜이르!!! " ( * 너 미쳤어?! 자다가 왜 이래!!! * )

온 난리를 치며, 벗어나려는 소림이를 여주가 말리며, 조용히 하라고 잘 타일렀다.

배여주

" 야, 이 미친X아..! 조용히 좀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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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림

" 느그 왜! " ( * 내가 왜! * )

배여주

" 그야,.....그러니까...그..그냥 시끄럽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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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배 여주 학생. 거기서 뭐 해요 "

싱긋 웃는 그의 웃음은, 여주한테는 그저 소름 돋는 무서운 웃음이었다.

배여주

"...아.......수..숨박 꼭질 좀!! 하고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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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림

" 아! 창피하게 숨박 꼭질이 뭐야! 네가 나 여기로 데려 왔잖,.으웁!! "

오늘 얘 입막을 순간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며, 여주는 서둘러 말을 돌리려고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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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혹시 선도부 때문에 숨는 건가? "

밝게 웃으며, 자꾸만 존댓말을 쓰는 박지민의 행동은, 그저 여주의 공포심만 유발 시켰다.

배여주

" ....그......네..!! 맞아요! 서..선도부가 무서워서.... "

선도부들이 돌아 다닐 이유도 없고, 무서울 이유도 없었지만, 그냥 빨리 이 대화를 끝내기 위해, 아무 말이나 막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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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그 선도부가 나인데 "

여주의 표정이 한순간에 급격히 어두워 졌다.

배여주

" .....사...실 선도부가 아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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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얼마나 무서웠으면 바로 책상 아래에 숨어 버렸을까 "

배여주

" ..아..아니..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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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나와서 선도부랑 잠깐만 얘기 할까요? 저도 꼬맹이님이 필요 했었는데. 마침 잘 됐네요 "

배여주

" 자..잠시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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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주인이 고양이에게 말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미치 겠다는데 "

결국 여주는 할 말이 없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있긴 있었지만, 말 할 수가 없었다.

쫄레 쫄레. 여주는 뾰루퉁 해진 얼굴로 박지민을 따라 교실을 나갔다.

조용-.

이소림 image

이소림

" 뭐냐..방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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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재

" .......(으쓱)..모르지... "

덜컹.

선배는 곧장, 음료 하나를 뽑아 나에게 건내 주었다

배여주

"...안...마셔요... "

손으로 음료수를 다시 밀자, 무표정으로 날 바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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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고양아. 삐졌어? "

쿵쿵. 심장이 야속하게도 요동쳤다.

배여주

" ..제가 삐지든 말든 뭔 상관이세요? "

아. 이게 아닌데.

엄마에게 때쓰는 아이처럼, 모든 행동과 말이 앙탈스럽게 나갔다.

괜찮다고 하려고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많은 걸 바랬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 꼬맹이가 삐지는 거 처음 봐서 좀 당황스럽네 "

움찔.

배여주

" ..꼬맹이라고 부르지 마요. 존나 짜증나고 현기증 나고, 눈물 나려고 하니까! "

나는 지금 그냥 영략한 사춘기 소녀가 되어 버렸다.

박지민이라는 사람 앞에 서 있다는 이유 만으로

띠리리리-.

종이 울리며, 길었던 침묵이 깨졌다.

배여주

" ....저 갈 거에요....내일 까지는 안 마주쳤으면 좋겠네요.... "

그를 보면 볼수록 자꾸만 때를 쓰고 싶어졌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에게는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말이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도 금방 사라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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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이따가 꼭 찾지 말아야 겠네 "

박지민 image

박지민

" 후배님도 좀 애타는 기분을 느껴 봐야 되잖아. 맨날 나만 애가 타는 거 같아서 "

거친 숨과 함께 아찔한 발언을 내 귀에 대고 속삭이더니, 웃으며 계단으로 올라 갔다.

멍 하니, 그가 서 있던 자리를 계속 응시했다.

흔들리는 심장을 한손으로 부여 잡으며.

쿵 쿵 쿵!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두 손가락으로 내 귀를 막았다.

배여주

" ....이런 곳에서 어떻게 찾으라고... "

친구들이랑 놀다가 술에 취했다는 언니를 데리러, 미성년자인 내가 지금 어쩔 수 없이 클럽 안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남자들 몸 사이에 껴서 헤롱 헤롱해져 있을 언니를 생각하니, 내 마음도 왠지 모르게 급해졌다.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 사이로 지나 다녔다.

주목 받는 걸 워낙 싫어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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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윤

" ..쭈!!! 일로 와!! "

쭈란, 우리 언니가 나를 부르는 애칭이다.

고개를 돌려 보자, 테이블에 엎드려,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언니가 보였다.

또 술만 쳐먹었겠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안 무섭나.

배여주

" 안녕하세요. 정윤이 언니 친동생이에요. 얼른 데리고 갈게요. 죄송합니다-. "

내가 왜 언니 때문에 이런 말을 해야 하는지.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우선 집에 가는 게 먼저였기 때문에, 억지 웃음을 선사하며 밝은 표정으로 언니의 팔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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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도와 드릴까요? "

언니의 친구 분으로 추정 되는 남성분이 도와 주시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나름 고민이었다. 무거워서 혼자는 못 데리고 가고. 그렇다고 모르는 남자한테 같이 가자고 하기는 마음에 좀 걸렸다.

배여주

" 아....괜..찮아요! 저 혼자 할 수 있어, "

쨍그랑-.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에, 어깨가 위로 자동적으로 들썩였다.

직원

" ..아. 어떡해..! 이거 비싼 컵인데...손님! 일어나 보세요! "

우리 쪽 테이블에서 얼마 안 떨어진 쪽에서도, 취한 사람을 말리고 있나 보다.

별 의심을 안 하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려고 했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에.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박지민

"......... "

박지민 선배다.

내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가 왜 클럽에 있는 걸까.

비참함에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힘 없이 그에게 멈춰 있었다.

툭..

언니의 팔이 내 손에서 떨어져 나가자, 강한 힘에, 그만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유리 컵이 바닥에 부딪혀, 깨졌다.

쨍그랑!

또 한번의 귀 아픈 소음이 들리자, 직원들이 나에게로 달려 왔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 "

소리에 어느정도 술이 깬 건지, 날 향해 스윽 천천히 움직이는 그의 풀린 눈동자에, 결국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날 빤히 응시했다.

씁슬함에 젖은 내 눈동자를.

배정윤 image

배정윤

" ...우음.... "

옆에선 아직도 술이 안 깬 언니가 뒤척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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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

당황함에 나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쳐다 보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의자를 잡고 있었던 다른 손을 느리게 바닥으로 떨구었다.

배여주

" 저 잠시만 실례 할게요"

위태롭게 버티던 목소리로 말을 한 후, 약간의 휘청임이 섞인 발걸음으로 그를 향해 다가갔다

삐걱. 삐걱.

그를 향한 마음을 흔들림 없이 잡아 주던 쇠사슬도 이제는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배여주

" ...선, 배.. "

입술을 입에 머금고 꽉 깨물었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배여주

" 진, 짜...이러기, 에요..? 양, 심은 없어요? 왜, 저한테,. 그, 래. 요? "

울먹임이 섞여,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딱딱하게 끊겼다.

후둑.

방금 나와, 재대로 입지도 못한 내 못난 모습을 유리를 통해 보며, 참았던 눈물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렇게 나 혼자 스스로 진심 어렸던 18살의 순정을 끝냈다.

못되 쳐먹은 남자랑은 다시는 말도 안 섞겠다고 나 혼자 다짐하며.

이미 그 못되 쳐먹은 사람 중에, 박지민도 있다는 걸 인정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