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조선에서 왔어요, 도련님
02 | 서로 못알아 듣는 중


스윽_

허리를 살포시 숙인 정국이 여주의 몸 여기저기를 훑었다

그러다 순간 멈칫하며 생각에 잠기지


전정국
'어, 그러고보니...'

단아한 색상의 한복과 일자로 길게 땋아진 머리카락

누가봐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 싶긴했다

설여주
아, 저는 괜찮습니다

설여주
헌데... 이곳이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전정국
여긴 산이죠

정말 단순히 일차적인 답을 내뱉은 그

그에 여주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설여주
소녀는 무슨 마을인가를 묻고 싶었습니다


전정국
마... 을?

지역이 어디인지를 묻는건가


전정국
서울이에요, 여기

설여주
서울이요..?

설여주
그런 마을이 있었나요?


전정국
아니, 네?

정국이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였다

뭐, 사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했지

누가봐도 우리나라 사람인듯 싶은 여인이, 다른 곳도 아닌 서울이 어디냐고 물어오는데

당황스럽지 않을리가

설여주
서울이라는 곳은 처음 들어보는데...

하지만, 황당하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절벽에서 떨어졌는데 생전 처음보는 곳에 있는 것도 모자라서_

지리를 다 꿰고 있던 그녀에게 낯선 마을의 이름을 대니

두사람 다 어리둥절한 상황이었지


전정국
우리나라 사람 아니십니ㄲ

설여주
혹.. 여긴 조선이 아닌가요?

정국의 말을 뚝 자른 여주가 먼저 질문을 해왔다

그리곤 잠시 벙쩌있던 그가 그 질문에 또한번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다


전정국
그, 여기 아주 옛날 이름이 조선이긴 한데


전정국
지금은 대한민국이라서...

설여주
대한.. 민국이요..?

순간 동시에 두사람의 얼굴엔 물음표가 그려졌다

분명 쓰는 언어는 같은데, 말이야

왜 말이 안 통하는거지

지금 딱 서로를 향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거다

뭐가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된 것 같다고_



전정국
크흠, 아무튼


전정국
댁이 어디세요?


전정국
그 상태로는 혼자 집까지 가시는 것도 무리일 것 같은데

설여주
....그것이....

정국의 말에, 그녀가 또다시 눈물을 메달았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집이 어디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더군다나 병사들에게 집이 망가진지도 오래고

설여주
소녀... 집이없습니다...


전정국
예..?

설여주
왜의 병사들에게 가족들을 모두 잃고.. 집도 어찌 되었는지 알 방도가 없답니다...

또르륵_ 꾸역꾸역 말을 이어가던 여주의 두뺨에 끝내 눈물이 흐르고야 만다

설여주
흐윽.. 저 혼자 살아남아서..

천천히 떨궈지던 눈물은 어느새 폭우같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소리 내어 꺼이꺼이 목놓아 울고있는 여주였다


전정국
ㅇ, 어.. 그..

엉엉, 아이같이 울어대는 여주에 정국이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그리곤 이내 그녀의 옆으로 가 앉지

토닥_ 토닥_


전정국
무슨 일이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정국
울지마요, 괜히 마음 아프니까..

토닥_

여주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던 정국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설여주
히끅..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에 정신없이 울던 여주가 울음을 잠시 그치곤 정국을 흘겨봤다


전정국
아니.. 그냥..


전정국
너무 상태가 엉망이라서..?

그의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다 헝클어진 머리에 여기저기 찢겨진 옷

누가보면 맹수한테라도 쫓긴줄 알겠어, 아주


설여주
(훌쩍-)

조금 진정이 된 여주에 정국이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전정국
핸드폰 있으시죠,

설여주
해, 핸드.. 폰이요?


전정국
...반응 보니 없는 것 같네...

그럼 이 아가씨를 어떻게 해야되지

확 버리고 갈수도 없고

경찰서에라도 데려가야 하나


전정국
(힐끔-)

설여주
흐으, 히끅..

..저 상태로 경찰서에 데려가 봤자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네

푸욱, 한숨을 내쉰 정국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전정국
저기요


전정국
일단은 저희 집으로 가고, 좀 진정되면 경찰서에 데려가드릴게요


전정국
아셨죠?

설여주
(끄덕끄덕-)


전정국
진짜 알고는 끄덕인거 맞나, 모르겠네..

고개를 살짝 젖힌 정국이 여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설여주
뭐.. 하시는 겁니까?

그에 영문도 모른체 눈만 끔뻑거리는 그녀이다


전정국
아, 진짜


전정국
안 업힐거에요?

딱 봐도 혼자 걷는건 불가능일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