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1화 | 이별, 그리고 재회

행복했던 추억들이, 되돌릴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겨졌다.

너와 나는 남김없이 사랑했고,

이별했다.

차여주

야, 김태형..!

너는 그 날, 다쳤다.

물론, 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차여주

이게 뭐야... 어쩌다가 다친건데.

다급히 뛰어_ 학교 보건실로 뛰어 들어갔고, 오른 팔에는 붕대를 감은 채, 이마에는 반창고를 갓 붙인 듯한_ 어쩌면 조금 낯선 네가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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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애들이랑 축구하다가... 미끄러져서.

차여주

잘하는 짓이야... 진짜.

차여주

그나저나... 이제 안 아픈거야? 괜찮아?

자연스레 침상에 걸터 앉고선, 한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널 바라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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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많이 아파...

차여주

그러게 내가 조심하랬잖아, 운동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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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러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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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말 들었어야 했는데_ㅎ

차여주

내가 너 함부로 몸 쓸 때부터 알아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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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아픈데 자꾸 뭐라할거야, 누나?

내가 너에게 조금이라도 단단한 어조로 말할 때면, 넌 금세 시무룩해져 가라앉은 목소리로 투덜거렸지. 그런 모습이 영락 없는 아이였고.

차여주

···. 됐고, 얼른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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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그럼_ 얼른 나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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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김태형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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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봐서라도 나을게, 빨리_

아니, 가끔씩은 성숙한 모습도 보였다. 아주 잠깐이라 한들 불안해하는 나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며 옅은 미소를 띄워주곤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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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_ 나 근데 여기 계속 아픈 것 같아.

차여주

...그렇겠다, 많이 아파보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붕대가 감겨진 너의 팔만 붙잡고 요리조리 훑었다. 한껏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너의 팔을 보는 나를_ 보고있던 너는_

그 새를 참지 못했나보다.

나의 오른 볼에 부드럽고 말랑한 감촉이 닿으며, 얼굴이 화끈해진 건 순간이었으니.

차여주

너 내가 학교에서 함부로 이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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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뜬금없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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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헤실헤실-] 누나 너무 예쁘다.

그런 미소를 나에게 지을 때면, 난 늘_ 너에게 하려던 말을 잊어버리곤 했다.

차여주

.........

차여주

곧 종 쳐, 나 가봐야 해_

차여주

이따가 하교 같이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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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그러자_

차여주

마치고 내가 여기로 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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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았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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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근데_ 잠깐만,

너는 웃는 것도 잠시, 일어서있는 나의 허리를 능숙하게 끌어당겨 안았다. 어쩌면 안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넌 너의 고개를 나의 배에 파묻었고, 그와 동시에 너의 곧게 뻗은 머릿결은, 열어둔 창문 새로 들어오는 바람에_ 살랑살랑 흔들리며, 너의 익숙하고도 포근한 체향이 내 코 끝을 간지럽혔다.

차여주

···나 진짜 가봐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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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는 나랑 있고 싶잖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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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금 날 안고 있는데?

차여주

···아,

가끔은 너의 그 오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난 실수를 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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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으_ 누나 품 좋아

하지만 그 실수를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나의 모든 감정은 너를 향했던 것 같다.

그렇게_

정말 영원할 것 같던 우리는_

일평생 서로에게 시간과 정성을 바칠 것만 같던 나와 너의 끝은_

찬란하지 못했다.

살갗을 파고들 듯 부는 차가운 바람이 동반된 서늘한 날씨에_ 영하 기온으로 떨어진 늦은 밤.

그 날은_

내가 성인이 되던 날이었다.

넌 여전히 학생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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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늦은 밤에 무슨 일이야, 누나?

마침 그 때, 저 멀리서부터- 교복차림의 너는 나를 발견했는지 곧 날기라도 할 듯 뛰어왔다.

마침내 내 앞에 선 너.

추운 기온 탓에 볼과 코는 붉어진 듯 했고_ 숨을 조금씩 헐떡이며 숨을 고르는 너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차여주

태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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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_

차여주

우리 헤어지자.

마냥 해맑게 나를 향했던 너의 눈동자가 검게 가라앉았다.

···

어색한 침묵이 우리의 사이를 채웠다. 그 침묵을 먼저 깬 건 너였다. 제법 떨리는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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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유... 물어봐도 돼?

차여주

너도 알잖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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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 난 몰라.

차여주

···.

차여주

난 더 이상 네가 사랑하는 차여주가 아니라는 거_

차여주

그게 이유야.

고작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_ 나를 성숙한 어른으로 바꿔놓았으니까.

나의 말이 끝날때면, 눈물은 너의 뺨을 타고 한 두방울씩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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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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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어떻게 헤어지잔 말이 그렇게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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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잘못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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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미안해... 누나 내가 미안해···

차여주

태형아.

내가 한 번 더 단호하게 너의 이름을 부른 후엔_ 너도 자각한듯 보였다.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_

내 마음이 이미 너로부터 멀어졌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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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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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야···. 내가 어떻게··· 누나 없이···.

물기 젖은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고, 그의 눈시울 또한 붉어지는 참이었다.

정말 그 순간이 영화의 한 편이라도 된 듯_ 너의 머리 위에는 하얀 눈이 점차 내려앉기 시작했다.

나의 눈을 바라보며 애타게 울먹이는 너의 모습을 더 보고 있다간_

나도 내가 할 행동을 종 잡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아무 말 없이 반대편으로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고, 내 등 뒤 너머로는 네가 서럽게 울며 흐느끼는 소리가 나의 귀를 울렸다.

그렇게 우린 끝을 맞이했다.

영원한 이별을 맞닥뜨렸다.

그리고

1년··

1년·· 2년···

1년·· 2년··· 3년····.

너와 이별한 지 7년이 되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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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너를 만났다,

7년 전 모습과 달라진 점 하나 없는 너를_

내 기억 속에서 너를 지우는 게 끝나갈 때쯤

너는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어엿한 성인의 모습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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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차여주 씨.

그 때처럼_ 나를 붙잡았다.

한 편의 동화같이, 시리고도 찬란한 둘의 시간_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아프고,

사랑할 수 없어서 미어지는_

각자 다른 둘의 청춘 로맨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