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9화 | 너를 잊는 방법을 잊었다

너를 안자, 오랜만에 느껴보는 네 특유의 은은하고도 포근한 체향에_ 전에 비해 더 작아진 듯한 너를 더욱 더 세게 끌어안았다.

혹시나 네가 나를 또 떠날까봐.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9화

순간이었다. 네가 내 허리를 감싸오며 너의 품 안으로 끌어당긴 건.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면, 빠져나왔어야 했는데_ 그러지 못했다. 네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

그렇게_ 가만히 있다보니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너를 잊으려 노력했던 내가 정작 잊은 건_ 너를 잊는 방법이었음을.

차여주

······미안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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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그 말을 뒤로_ 너는 내 양팔을 붙잡고, 서서히 멀어지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런 너의 눈을 여전히 올려다보는 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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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가 미안해 할 것 없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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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도 말했잖아, 잘못한 것 없다고.

차여주

······.

주제 넘게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에, 나도 나를 감추려 고개를 숙일 때면_

나를 바라보던 너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_ 옷소매로 내 눈가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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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마음 아프네.

차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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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착각···하면 안 되겠지, 우리.

일그러진 미소가 너의 뚜렷한 이목구비에 꽃 피우자, 비로소 직감했다.

너도 우리의 끝을 알고 있음을.

서로를 너무 원했고, 원하고, 원할 우리에게_

단 한 가지_ 앞을 가로막는 게 있다면

시간이 엇갈려버린 우리의 마음일까.

나는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서글픈 기억을 남겼고, 그 기억의 원인은 나였으며_

너를 아프게 한 내가 다시 널 마음에 품는 건 사치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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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나로부터 한 걸음씩 물러난 너는 이내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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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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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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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포기가 잘 안 되네···.

그래도 어떡하겠어.

너의 앞에서 단호해지자던 나의 다짐도, 네 말을 들을 때면 한없이 나약해지기 마련인걸.

···

"지배인님...!"

회의실에서 나간지 비로소 두 시간 가까이가 되어서야, 모습을 드러낸 태형이에_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한다.

"어딜 다녀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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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많이 늦어서 미안합니다. 잠깐이라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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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우리?

···

차여주

·········.

다시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신은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어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와는 다른, 소파가 아닌 식탁 앞 의자로.

차여주

내가 무슨 짓을···.

이쯤 되었으니, 아까의 기억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세상 슬픔 다 가져와 너랑 통화한 것, 울고불며 너에게 안긴 것.

불과 몇 분 전의 일이 그저 수치스러움으로 장식되어버린다.

차여주

아아···.

내키는 대로 머리를 있는 힘껏 헝클어뜨려봐도, 깊게 심호흡 해봐도_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게 잊으려 해도,

차여주

···일은 잘 하고 있으려나.

그 끝은 결국 네 생각.

어쩌면 나도 너에게 진심이었겠지

너보다 더.

#8년 전_둘의 일상

차여주

나는 진짜···

차여주

하···. 나 엄마 얼굴 어떻게 봐···.

차여주

이번 모의고사 제대로 망했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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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또 울려고? 아까처럼?

차여주

아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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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괜찮아, 다음에 또 기회 있잖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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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지금 이렇게 너무 상심해버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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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음에도 못 칠 걸.

차여주

아 넌 왜 끔찍한 말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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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야_ 누나 기분 풀어주려고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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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울지 마, 응?

차여주

누가 울어, 누가...

차여주

나 안 운다고 진짜···.

내 말과는 달리, 어느새 속절없이 흐르고 있는 눈물이었지. 그 때 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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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또 울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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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까 다 운 거 아니였어-?

차여주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오···.

차여주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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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자꾸 누나 울면 내가 더 마음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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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울지 마, 응?

길을 걷다가도, 내가 서럽게 울면 멈춰서서 눈물을 닦아줬었다.

그런 나를 보며 항상 웃는 너였고.

차여주

안 울어··· 안 운다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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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미 많이 울었는데, 뭘.

차여주

아 너 진짜···

차여주

이런 식으로 내 옆에 있을 거면 그냥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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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이_ 그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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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미안해, 미안해ㅎ

차여주

아아···! 진짜 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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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왜- 뭐 때문에 누나가 화 났을까_?

차여주

너 말이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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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ㅎ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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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잘못했네, 그러면.

차여주

······.

차여주

···안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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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ㅎ, 자-

갑작스러운 말임에도,늘 환히 웃는 얼굴로 두 팔 벌리는 너였고_ 나는 그대로 너에게 안기곤 했지.

게다가 늘 안은 채로 내 머릿결을 쓸어주는 것도 넌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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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누나는 뭐든 다 잘 하니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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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번만큼은 실수 했어도, 다음엔 더 좋은 결과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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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무 슬퍼하지 말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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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ㅎ

차여주

······알았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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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오늘 수고했어, 아침부터 시험 치느라.

차여주

응ㅎ 너도_

행복했었지. 그때는 많이.

++ 이번화는 이야기 전개 상 흘러가는 화이니, 퀄리티 떨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려요..🙏🏻 다음 화는 더 재미있게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