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픔보다

1.베이징, 예고 없는 만남

낯선 공기의 냄새. 홀로 중국예능 촬영을 온 명호

도시의 소음과 어지러운 사람들 틈에서 명호는 카메라 앞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끝마쳤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辛苦了(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이 다 끝나고 분주하게 움직여 정리하고 퇴장하는 스태프들 사이에서 명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서는 몸을 살짝 움츠린채 촬영장을 빠져나왔다.

공기가 묘하게 끈적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산책이라도 하려던 찰나

"快点带过来(데려와 빨리)"

??? "아...왜...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거친 말다툼

명호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촬영장 뒷편, 사람도 별로 없는 낡은 건물 뒤쪽 골목이었다. 사투리가 섞인 중국어가 들려왔고 내용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조금 더 먼 거리였다면 그냥 무시했겠으나 그런데 그때..

강시연

"살려주세요!!!!"

그 말은 너무 정확했다. 명호의 귀를 사로잡은 익숙한 언어.

한국어였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한국어...? 여기서..?"

분명 잘못들은것이거나 아니면 관광객끼리 실랑이 중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자의 단호하고 절박한 목소리는 엄청난 공포에 감싸져 있었다.

강시연

"제발 살려주세요...!!"

명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메라 팀 및 스탭들은 이미 철수했고 매니저형도 어디로 간건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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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가는게 맞을까...? 괜히 휘말리면...'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가슴 한켠을 무겁게 찔러대었다. 이대로 가버리면 안될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음에 결국 그는 후드를 조용히 뒤집어쓰고서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알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서려있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 ..."

후드를 조금 깊이 눌러쓴 명호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다가갔다.

비어있는 창고 뒤편, 좁고 어두운 골목.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남자 몇명이 여자하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3명, 아니 4명이다.

명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중국인 남성들 가운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몸을 떨며 손을 뿌리치고 있었다.

입술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울먹이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강시연

"제..제발 그만하세요..저 그냥 보내주세요..."

낯익은 언어. 확실히 한국어였다.

그리고 저 여자가 '살려주세요' 를 외친 그 사람이라는걸 직감할 수 있었다.

명호의 눈매가 살짝 날카롭게 바뀌었다. 그 사이에 남자들한테 나오는 중국어가 그의 귀에 박혀 들렸다.

"팔아 넘기자." , "이런 애는 비싸게 받을 수 있어. "

순간 명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말들은 장난이 아니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干什么呢?(뭐하는 짓입니까?)"

골목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차분한 톤이었지만 그안에 분노가 서려있었다.

남자들은 화들짝 놀라며 잠시 주춤했으나 다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선 말했다.

"你是谁?(넌 누구야?)" , "不用管。(상관하지마!)"

그러나 명호는 위협에도 발을 떼지 않았고 갑자기 등장한 명호에 의해 시연의 눈이 커졌다.

예상치못한 등장이었지만 그 순간 그의존재가 한 줄기 빛 처럼 느껴졌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够了吧?(그만하지?)"

그는 낮게 말했다. 그러자 한 남자가 욕설을 내뱉으며 명호에게 다가왔고, 명호는 눈을 흘기며 상대방의 팔을 쳐다보았다.

퍽!!

남자의 손이 올라오는 순간 명호는 반사적으로 팔을 쳐냈다. 상대의 손목이 허공에서 허둘렸다.

순간, 균형을 잃은 남자가 휘청였고 명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시연의 손목을 단단히 잡아 당겼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뛰어."

그와 동시에 명호의 휴대폰에서 사이렌 소리가 아주 시끄럽게 울렸다. 빠르게 울리는 경고음에 남자들은 움찔한 그때,

삐이이이익---!!!!!

저 멀리 쯤 들리는 공안의 호루라기 소리. 남자들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逃跑!!!(도망쳐!!!)"

명호는 시연의 손을 고쳐잡아 놓지 않은 채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시끄럽게 퍼지는 골목길. 공안들이 뒤따라오고 남자들은 반대편으로 흩어졌다.

숨이 찼지만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시연의 손이 차가웠고 계속 떨렸다. 명호는 이를 악물고 골목의 끝으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