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12화 | 외나무 다리의 원수



누군가가 나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이 몇 년만인 걸까. 설렘 반 어색함 반이 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어색해서. 나 혼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존재 자체가 너무나도 어색했다.


띵동, ㅡ

현관문을 울리는 짧고 경쾌한 초인종 소리. 발걸음을 옮겨 인터폰을 확인하는데,

바로 그녀였다.

덜컥, ㅡ


현관문이 열림과 동시에 양 손 가득 두루마리 휴지를 사가지고온 여주. 제법 무거울 법도 한데 낑낑- 되며 들고있다.


박지민
아니… 무슨 두루마리 휴지를 4개나 사와요?.


김여주
일단… 이것 좀 들어봐봐요.

더이상 들 힘도 없는건지 거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길래, 두루마리 휴지를 대신 들어다 옮겨주니, 그제서야 허리를 뒤로 꺾으며 스트레칭을 한다.

허리가 옆으로 움직이고 뒤로 움직일때마다, 뼈일지도 모르는 것이 부딪히는 소리가 맑게 들렸다.


김여주
하아… 죽겠네.



박지민
아니, 하나만 사오면 되지. 뭣하러 사서 고생을…

사서 고생을 하는 여주가 이해가 되질 않아 했던 소리인데, 그녀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로 내게 자상하게 답했다.


김여주
오늘 두루마리 휴지가 마침, 2+2 하더라구요?. 그래서, 하나 더 샀죠.


김여주
휴지는 집에 많이 쟁여둬야돼요. 화장실 갔는데 휴지 없으면 손해야.

말 하는거 보면 완전 애 늙은이인데. 매번 볼때마다 놀랍다. 그녀가 나보다 2살 어린 동생이라니.



박지민
안 그러면, 전화를 하지… 데리러갔을텐데.

소파 앞 바닥에 앉으며 테이블에 세팅해 둔 맥주 한 캔을 따서, 여주에게 전달하니 벌컥벌컥_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하는 말이.


김여주
우리 아직 번호 교환 안 했거든요?.


박지민
아.

맞다. 참, 그랬지. 너무 위화감이 들지 않아서, 우리가 만난지 겨우 3일 밖에 지나지 않았단 걸_ 잠시 즉시하지 못했다.



박지민
아, 그렇네.


김여주
일단 번호는 천천히 교환하고. 그나저나 요리 뭐에요-?, 완전 설레게.

마늘간장순살치킨과 맥주를 사다 테이블에 올려놨을 뿐인데, 어느때보다 행복한 얼굴로 음식을 바라본다.


김여주
역시… 한국인은 치맥이죠.

감격스럽다는 얼굴을 하곤, 젓가락을 손에 쥐고 제일 커 보이는 순살 조각을 입에 와앙- 하고 넣는다.


김여주
헐… 진짜 맛있어요.

몇 번 오물거리는가 싶더니 금세 삼켜버리고는, 조그만한 두 손으로 제 입을 가리고는 두 눈을 꼭 감더니 발을 동동 구른다.


김여주
미쳤네, 미쳤어… 여기 맛집이네.



박지민
푸흡, 그게 그렇게나 좋아요?.

먹는 모습이 어찌나 복스럽던지, 지민은 저도 모르게 손으로 턱을 괴고는 여주의 얼굴을 웃으며 쳐다보았다. 분명히_ 일 때문에 만난건데.

어쩐지, 이 여자는_ 먹으러 온 것 같단 말이야.

한 참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난, 너머로 보이는 여주의 핸드백에 삐져나온 서류 봉투를 발견하고. 자연스레 화제를 넘겼다.


박지민
그나저나, 핸드백에 있는 거 오늘분 서류에요?.


김여주
아?, 이거요?.

한참 바쁘게 젓가락질을 하던 손이 멈추고. 반대손으로 입에 묻은 가루들을 털어내고는, 서류봉투를 핸드백에서 건내주었다.


김여주
일단 기획서랑, 폐기 처분 예정인 드레스 디자인 원본을 들고 왔어요.

건내받은 서류봉투의 입구를 살짝 뜯어내고는, 안에 있던 두꺼운 서류 뭉치들을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김여주
대부분 오래됬거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중에 착오가 생겨서, 전부 폐기처분 당한 것 들이에요.


박지민
만들다 만게 거의 대부분이네요.


김여주
새로 재사용이 가능해요?. 실크를 재사용하려면 큐빅을 떼야하는데, 그러면 실크 자체의 손상이 많이 간다고 들었어요.


박지민
네. 어?. 그런데 잘 아네요?.


김여주
저 이래뵈도 패션회사 주임이거든요?.

허 참, 거리는 탄식과 함께 우쭐되는 그녀. 지민은 마지못한 척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김여주
못 믿는 눈치인데.


박지민
아뇨. 믿어요- 패션 회사 직원인건 맞으니까.

말꼬리를 은근히 늘리며 놀리듯 말하자, 여주는 ‘은근 재수 없는 거 알아요?.’ 라며 코를 찡그렸다.


박지민
그런 소리 많이 듣네요. 재수 없단 말.

어련 하시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맥주를 들이키는 여주. 지민 역시 그녀를 따라 캔만 따 놓고 옆에 두었던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한 맥주가 목 안으로 흘러들어갈 때마다 느껴지는, 청량감과 시원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누군가와 맥주를 마시는게 얼마 만인지.




김여주
그나저나, 실크 복구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어요?.


박지민
글쎄요… 해봐야 알겠지만 드레스 양도 많고, 워낙 실크가 예민한 친구이다 보니 세밀하게 작업해야 되는지라. 꽤 오래 걸릴 것 같네요.


김여주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장담 못 한다?.


박지민
그런 셈이죠.

포크로 치킨을 찝어 입으로 가져가 오물오물 거리며 생각에 빠진 여주. 입에 있는 걸 삼키더니 고개를 얕게 끄덕인다.



김여주
알았어요. 급한 것도 아니고… 일단 회사 측에 말해둘게요.


박지민
알았어요.

간단한 회사에 대한 업무적인 대화를 마친 뒤. 이제 본격적으로 맥주를 마셔볼까하고, 젓가락을 손에 쥐고 접시로 향하는데.


박지민
…?, 다 먹었네요?.


김여주
아, 여기 가게 어디에요?. 전화번호 적어가야겠다.

업무상 얘기를 하는 동안 벌써 싹 다 배로 들어간건지, 접시는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박지민
와… 너무하네. 얘기하는 동안 혼자 다 먹어버렸네.


김여주
아, 근데 맥주도 다 마셨는데.

빈 맥주잔을 눈 앞에 흔들어보이는 여주. 액체 찰랑거리는 소리는 커녕 고요한 맥주캔이였다.


박지민
사러가야겠네…

혼자서 맥주와 치킨을 다 먹어버린 게 미안했는지 눈치를 보던 여주. 지민의 눈치를 슬쩍_ 보더니 하는 말이.


김여주
…맥주는 내가 살게요. 그러면 되죠?.


박지민
그럼, 그냥 가려고 했어요?.

반응이 웃겨 장난으로 묻자, 두 입술을 앙_ 하고 다물어 버린 여주. 말 안 했으면 정말로 가버릴 모양이였나 보다.


김여주
큼, 빨리 편의점 갔다오죠…?.


박지민
맞네. 진짜 그냥 가려고 했네.


김여주
아, 아니라니까요-. 지금 안 가면 없어요.

핸드백 안에서 지갑을 꺼내 품 안에 넣어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주를, 황급히 발견하고 가디건을 챙겨서 여주의 뒤를 쫒는다.



박지민
같이가요!!.





여주의 뒤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아파트 근처에 위치하고 있던 마트. 카트를 나란히 끌며 제일 먼처 향한 곳은 주류 코너였다.


박지민
맥주 4개 묶음 있는데, 이거 살까요?.


김여주
응. 그거 괜찮겠네요. 우리 집에도 좀 사 놔야겠다.

맥주 묶음 박스 여러개를 카트 안에 싣는 여주. 혼자 들 수 있냐고 물으니 ‘어떻게든 들고 가겠죠.’ 하는 말에 픽, - 하고 웃었다.


박지민
하여간, 몇 번 안 봤는데_ 되게 대책이 없는 것 같고…


김여주
저 힘 되게 쎄요.


박지민
네네. 알겠어요. 계산하고 나가있어요. 집에 실어다 줄테니까.


김여주
안 해줘도 되는데-

안 해줘도 된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어느새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린 여주이다.





마트에서 먼저 나와 지민을 기다리고 있는 여주. 혼자 들기 무거울텐데… 라는 생각에 갑자기 미안함이 몰려들었다.


김여주
아무리 남자라도, 무거울텐데…

아무래도 가야겠지?. 다시 마트를 향해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어디선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춰섰다.


“여주야.”

삼 년동안 지겹게 들어온 목소리. 한 때는 정말로 다정하다고 생각했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김여주
……


권우현
나랑 얘기 좀 해.

잊었다 생각했던 그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난 순간. 강하다고 느꼈던 내가, 여전히 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김여주
…나는 할 얘기 없어. 돌아가.

쿵쾅거리는 심장을 다잡고 애써 시선을 돌리려는데, 등 뒤로 또 다른 한 명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박지민
여주씨, 맥주면 되요?. 집에 새우깡 있는ㄷ,

맥주를 잔뜩 실어담고 카트를 밀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지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멈칫, ㅡ



권우현
당신은…



++)) 여러분_ 늦게 와서 죄송해요 ㅠㅠㅜ. 다음주 화요일 까지만 기다려주세요!!

++)) 그때는 시험이 끝나니까, 열심히 다시 써볼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