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 Blue (메리즈 블루)”
37화 | 오빠 집에서 자고 갈까?



울긋불긋하게 부어버린 뺨을 이리저리 확인한 지민이, 기어코 뺨에 난 손톱 자국을 보고서 화를 참는 듯 고개를 떨궈 분을 삭혔다.


박지민
…지금 이게 무슨 짓 입니까?.

겨우 분을 삭히며 말하는 지민과는 다르게, 윤정은 태연한 얼굴과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윤정
그쪽은 누구신데요?.


박지민
지금 내게 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박지민
말을 못 알아먹을 정도로 어린 것 같진 않은데.

여전히 화가 난 어조로 날카롭게 물었다. 곧 터질 시한 폭타 처럼. 여기서 조금이라도 신경을 건드리면 터질 것 처럼 말이다.


나윤정
이봐요. 하… 진짜.

윤정은 기분이 더러웠다. 제 예비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로도 열 받아 죽겠는데. 왠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선 제게 화를 내니까.

굵은 물결이 굽이치는 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던 윤정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서 어처구니 없단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윤정
그쪽이 뒤에 있는 여자랑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윤정
내가 충고할게요. 저런 여자랑 엮이지 않는게 좋아.

팔짱을 끼고서 냉소를 짓는 윤정의 입에서는 여주의 대한 험담이 쏟아져나왔다. 여주가 제 앞에 떡- 하니 있음에도 신경쓰지 않다는 듯.

그 얘기를 들은 지민은, 당연히 표정이 갈수록 굳어만갔고.


나윤정
저런 순진한 얼굴을 가진 여자들이, 더 남자 잘 꼬여내요. 내가 그쪽 정말로 오빠같아서 하는 얘기야.


나윤정
속지 말라는 거고.

잠시였지만 지민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이성이 끊어질 뻔 한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하는 저 입으르 어떻게든 틀어막고 싶었지만,

제 손을 잡아오는 여주의 손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김여주
오빠, 나 괜찮아.


박지민
……하,

괜찮을 리가 없잖아. 입술을 꽉 깨물어대니 곧 비린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권우현 그 놈이 뭐라고, 여주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입에 감도는 비린 맛을 뒤로한 채. 지민은 고개를 들어 윤정을 꿰뚫을 것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박지민
오빠같아서 하는 얘기?, 난 그쪽같은 동생 없는데.


박지민
당신처럼 초면인 사람한테 말 까는 동생은 더더욱.

과거를 후회했다. 웨딩 샵에서 권우현이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 여자에게 연락해서 모든 사실을 얘기했어야 하는데.

윤정은 모르겠지만 지민은 그녀가 초면이 아니였다. 윤정은 자신의 샵에 드레스를 맞추러 온 손님 중 한 사람이였으니까.

연인들 일에 제 3자가 끼면 안된다고 생각해 그러지 않았던건데. 만약, 일찍 얘기만 했다면 여주가 오늘같이 이렇게 뺨 맞을 일도, 욕을 들어먹을 일도 없었을 텐데… 후회가 너무 되었다.


박지민
당신이야말로 속고있는거야.

이제 더이상 권우현을 배려해줄 필요 없겠지.

이제 제 3자 일이 아니라, 여주가 관련되어 있는 일이니까.


나윤정
뭐?.


박지민
여주도, 권우현한테 이용당했다고.

이 여자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변명하는 것 같아 내키지 않지만, 하지않으면 여주가 더 불리할 터 였다.

권우현한테 당했던 일, 그 이후로도 정신 못 차리고 집에 찾아온 일, 그리고 며칠 전에 있었던 비상계단 일까지 전부 다 풀어내었다.

처음에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하더니, 가면갈수록 윤정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끝에는 고개를 저으며 두 귀를 막아냈다.


나윤정
거짓말, 거짓말이지?. 그렇지?.

두 귀를 틀어막은 윤정의 얼굴은 썩,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우현은 몰라도 윤정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 듯 보였으니까.


김여주
……오빠, 잠시만.

잡은 손을 놓고서 윤정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아주었다. 비록, 이유도 없이 뺨을 맞긴 했지만… 이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이해 할 수 있었으니까.

지민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나도 어쩌면 이 여자처럼 부정하며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관계를 이어나갔을지도 모른다.

난 누구보다 이 여자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게 나타나준 지민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김여주
……일단 오늘은 돌아가요. 사람들 눈에 들어서 좋을 거 없잖아요.

등을 토닥여도 윤정의 눈에도 결국, 투명한 이슬이 흘러내려 뺨을 적셨다. 여주를 올려다보는 그 눈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나윤정
…말도 안되잖아. 나한테 얼마나 다정 했는데!.

부정하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았다. 산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처음 깨달은 어린아이말이다.

그녀에게 우현이란 남자는 산타와 같은 존재인 것만 같았다. 환상을 가져다주고, 자신에게 감정이란 따뜻한 선물을 내어주는 그런 사람.

그녀는 하염없이 이슬을 흘러내보냈다.

그냥 믿겨지지 않는거야.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배신했다는게.


…


어느덧 어둠이 잠식한 밤. 목 놓아 눈물을 흘리는 윤정을 택시 태우느라, 어느새 정신차려 보니 하늘은 벌써 새까맣게 물들어있었다.


김여주
…후, 오늘 정말 스펙타클했네.

깊은 한숨을 내뱉어보이며 허리에 손을 짚은 여주는 지민을 향해 돌아섰다.

어딘가 탐탁지않는 듯한 표정. 분명, 어딘가가 마음에 들지 않음이 분명했다. 왜 그,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말로 꺼내기엔 좀 그런 얼굴 있잖아.


김여주
오빠, 표정이 왜 그래?.

표정이 왜 그래?. 라고 묻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뚱- 한 얼굴 표정을 굳히고서 무표정으로 변했다.


박지민
……내 표정이 왜?.


김여주
아니,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데-

눈꼬리를 게슴츠레하게 떠 말꼬리를 늘리니, 지민은 자동적으로 여주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올커니, 딱 걸렸다.


김여주
왜- 뭐가 불만인데.


박지민
아니 그, 하… 아니다.

뭐야, 사람 궁금하게. 말을 하다말고 돌아서는 지민이 여주는 이 인간이 왜 이래?, 라는 표정으로 지민의 어깨 나란히 종종 걸음으로 따라서며 말을 이었다.


김여주
왜, 뭔데 말해봐. 응?.


박지민
아무것도 아니래도.


김여주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것 같은데?.

정곡을 콕, 하고 찔렀는지 흠칫- 한 지민의 얼굴을 꽤나 볼만했다. 거리에서 멈춰선 지민은 깊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돌려 여주를 바라보았다.


박지민
하… 속 좁은 놈이라 할까봐,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긴 지민이, 자신이 하고싶었던 말을 털어놓는데. 지민이 한 말은 예상 밖의 말이였다.


박지민
너 떄린 사람한테, 그렇게 다정하게 위로할 필요없어.


김여주
어?.

얼굴이 진지한게 일반적인 질투같은게 아니라, 정말 걱정하는 듯한 얼굴이였다.

정말 생각도 못 했던 말이라 사뭇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니, 지민이 속상하단 얼굴로 엄지로 뺨에 난 상처를 살살 쓸어내리는데,

별 거 아닌데도, 굉장히 야했다.


박지민
…하, 얼굴 상처 이게 뭐야…

찰나의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던지.

놀릴 생각으로 자고간다고 했던 말인데, 어쩐지 지민보다 여주 자신이 더 안달나는 기분이였다.

그럴만도 한게, 걱정하는 지민의 얼굴은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잘생겨보였거든.

“다음 번에는 이런 일 없게하자.”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떈, 내가 못 참을 것 같아.”


김여주
……아,

걱정하는 지민과 상반되게 여주의 머릿속에는 정반대의 생각이 들었다. 아, 오늘은 위아래 세트던가…


김여주
저기 오빠.

세트라는게 확신이 설 때 쯤. 여주는 지민의 손을 잡고서 우현에게도 하지않았던 말을,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김여주
“…나 진짜, 오늘 오빠 집에서 자고 갈까.”



여러분- 제가 너무 늦었죠ㅜㅜㅠ. 팬플이 여러분들과 제 사이를 갈라놨어요.

업데이트 오류 때문에 출판도 안되고, 미리보기도 안되고, 글자 수 보는 것도 안되서 그동안 글을 못 썼어요ㅜㅜㅠ.

이젠 수정이 된 모양이니까, 자주 오도록 할게요! ^o^ 이번 화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평점, 응원 한번 씩만 부탁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