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에피소드: 24

나의 손목을 잡은 저는 생각도, 할 말도 많아보였다. 하지만 나는 저와 얘기를 나누긴 커녕 엮이고 싶지 않기에, 이 자리를 피하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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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이거 무슨 상황이에요. 빠져줘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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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가지 마요."

혹시 나를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시킬까 무서웠다. 다시 그 지옥같은 나날을 보내며 견딜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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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나랑 얘기 좀 해요, 성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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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그 쪽이랑 얘기할 시간도, 생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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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다시 그런 짓할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나랑 얘기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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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저기요, 옹성우씨가 싫다잖아요. 무슨 사이인진 몰라도, 상대방이 싫다는데 그러지 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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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 쪽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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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글쎄.. 성우씨랑 가까운 관계?"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저의 의도는 날 도와주려는 것이었기에 고마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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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성우형은 가까운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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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제가 그 사람이 아닐 건 없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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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아, 그래요? 그럼 성우형이 4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알겠네요, 그렇죠?"

어이가 없었다. 뭘 잘했다고 그 일에 대해 떠벌리고 다닐려는지도 모르겠고, 당사자 앞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그 심보에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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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그 쪽이 뭔데 그 얘기를 꺼내요? 뭘 잘했다고 그런 얘기를 꺼내냐고요. 경찰에 신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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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신고해봤자 소용없을 걸. 정신병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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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그만.. 거기까지 얘기해."

다른 사람 앞에서 내 과거를 들춰내기 싫었다. 내 두렵던 과거를, 다른 사람한테까지 알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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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옹성우씨, 괜찮아요? 지금 안색이 안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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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하아.. 괜찮으니까, 나 좀 가볼게요."

분명 아무렇지 않았는데, 저를 만나니 극심한 공포심이 나를 감싸왔다. 두려움이 커질 수록 호흡마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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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그럼 데려다줄게요. 지금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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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괜찮.. 하아, 하아.."

식은 땀이 흐르는 동시에 시야도 흐릿해졌고, 그렇게 천천히 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을 잃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들린 희미한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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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옹성우..!"

조금이나마 나를 안심되게 하는 황민현의 목소리였다.

스륵- 눈을 뜨자 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걷는 발소리, 휠체어를 끄는 소리 등 많은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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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병원이네."

무미건조하게 한 마디를 읊조려보니, 내 흐릿한 시야에 세네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하지만 점차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뚜렷히 보였다. 하성운씨, 누군지 모를 남자와 강다니엘, 황민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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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황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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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

황민현은 내 손을 꽉 잡은 채 한숨을 한 번 내쉴 뿐, 그 어떤 말도 내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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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충격이랑 스트레스를 동시에 받아서 쓰러진 거라던데, 나 때문에 그런 거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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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그런 거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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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쓰러져놓고 신경쓰지 말라뇨.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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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그 쪽들, 이제 다 가보세요. 제가 알아서 대화나누고 같이 퇴원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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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되게 마음대로 하시네. 나도 성우형이랑 대화나누고 퇴원하게 도와주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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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저랑 같이 사는 친구인데, 저보다 가까우면 그렇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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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강다니엘, 양심은 어디에다 팔아먹고 그런 어이없는 얘기를 해? 왜, 너 때문에 쓰러진게 신경은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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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래, 미치도록 신경쓰여. 얘기 한 번 하자고 얘기한게 그렇게 스트레스였는지, 나랑 마주친게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자꾸 생각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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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다니엘

"그래서.. 더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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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됐고, 넌 평생 그러고 살아. 내가 말했잖아, 너는 계속 그렇게 미안해하면서 사는게 맞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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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말이 좀 심하시네요? 뭔 일인진 몰라도, 애가 미안하다는데 평생 그렇게 살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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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말이 심하다고요? 뭔 일인지 몰라도가 아니라, 뭔 일인지 모르면 그런대로 계세요. 저 새끼가 저지른 개같은 짓, 모르면 가만히 계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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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뭔데 그럽니까. 그 개같은 짓, 나도 한 번 들어보죠. 얘가 얼마나 잘못했길래 그렇게 싸가지없이 구는지나 들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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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내 아픔을, 그 쪽이 뭔데 듣겠다는 거에요? 말할 생각없으니까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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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성

"피해자라면 찔리는 것도 없을텐데 말해도 상관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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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싸가지없게 구는 건 내가 아니라 그 쪽이네요. 초면에 남의 아픔을 알겠네 뭐하네 지랄떨지 말고 네가 아끼는 그 새끼나 데리고 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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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성운

"아.. 성우씨, 내가 이 사람들 데리고 나갈게요. 편하게 쉬고, 퇴원하면 연락해요. 아프지 말고요!"

"쾅-", 소란스럽던 대화가 끝나고 문까지 닫혀 나와 황민현만이 남았다. 이 뭣같은 상황이 너무나 싫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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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저 새끼랑 마트에서 마주쳐서 얘기하다가 쓰러졌다며. 하성운인가 뭔가 그 사람한테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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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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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하아.. 감옥에 쳐넣고 싶은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더라. 정신병자라서 입원시킨 거였다고 말하면 이 쪽에선 반박할게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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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더군다나 증인도, 증거도 없어서 변호사 고용으로도 힘들 것 같아. 그냥 내가 저거 죽이고 감옥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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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미친, 그런 소리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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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후.. 됐고 너 쓰러진 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걱정되게 하지 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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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맞다, 아까 나 쓰러지기 직전에 네 목소리들었어. 마트갔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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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왜 이렇게 안 오나 싶어서 가봤는데, 갑자기 애가 쓰러지길래 놀라서 업고 뛰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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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헐, 네가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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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그럼 내가 너한테 업혔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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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아, 재미없어. 됐고 좀 놀랍네, 그렇게 힘이 세보이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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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네가 진짜 죽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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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아하하.. 사랑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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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죽일까."

그러면서도 얼굴을 붉히는 네게,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장난으로 하는 말들이 네겐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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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아, 심심하다. 그냥 퇴원하고 집가자, 어차피 잠깐 쓰러졌던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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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영 불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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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에이, 집 안에서 쳐박혀있으면 그 새끼 만날 일도 없잖아. 그니까 얼른 가자, 심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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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민현

"..진짜 옹성우 애같은 건 알아줘야 돼."

얼른 일어나라고, 안 갈 거냐고 묻는 네게 바보같이 웃어보이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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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 성우

"후흐, 가자."

피식, 내게 웃어주는 넌 아까의 표정과 비교하지 못할 만큼 예쁘게 웃고 있었다.

평화롭던 일상들을 보내던 내게서 불안함을 끄집어내듯 만난 강다니엘 때문인지 기분이 썩 좋지 않지만, 황민현 덕에 많이 안심됐던 것 같다.

오늘도, 황민현이 곁에 있어 잘 버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