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남친과 권태기인 나를 꼬시는 전 남친
14. 귀 빨게요.



김석진
"여주 꼬시지 마세요."


김태형
"하하, 그때 얘기 다 들으셨나 봐요."

가림 없는 석진의 말에 태형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태연한 척 말했다.


김석진
"네, 그렇게 됐네요."


김태형
"근데 어떡하죠, 여주 누나한테 반해서요."


김석진
"반하셨으면 떨어지셔야죠, 애인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김태형
"그렇게 못하는데 어떡하죠."


김석진
"못하시는 이유가?"


김태형
"여주 누나한테서 허락을 받았거든요, 저랑 사귈 때 제일 좋았다는 말도요."


김석진
"그건 취했을 ㄸ.."


김태형
"그 누나는 취하면 본심 지르는 건 아시죠?"


김석진
"...."

제 말을 끊고 막힘없이 말하는 태형에 석진은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김태형
"이런 표현 쓰기 좀 그렇지만,"


김태형
"그쪽 여자라면 알아서 잘 간수하세요. 안 그러면 누가 데려갑니다."


김태형
"그럼 이만."

태형은 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인 후 건물에 들어갔다.


김석진
"...뭐 저런...."

석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미 발걸음을 돌려 가버린 그였다.


벌컥


김태형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태형이 들어온 곳은 7층 회의실, 영화 촬영에 대해 회의하기 위해 각 팀 팀장들과 배우들이 모여있다.

약속 시간인 오전 9시 30분보다 약간 늦은 태형은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와 사과를 했다.

직원/직원들
"아니에요, 얼른 앉으세요."


김태형
"네."

남은 자리를 살피자 여주의 옆자리인 테이블 왼쪽 맨 뒤밖에 없었다.

자리가 많았어도 여주 옆에 앉았을 태형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남은 자리에 갔다.

송여주
".."

여주는 그게 못마땅한지 고개를 살짝만 돌린 채 째려보듯 바라봤다.

눈빛을 받으며 자리에 간 태형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속삭였다.


김태형
"여기밖에 없잖아요."

직원/직원들
"자, 다 오셨으니 이번 영화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태형이 변명을 마치자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말을 시작했다.

직원/직원들
"먼저 저번 촬영을 시작으로 앞으로 촬영해야 할 씬이······."

화면에 뜨는 ppt와 직원의 말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테이블을 둘러앉은 사람들은 누구 하나 빠지거나 대충 하지 않고 집중하며 의견을 냈다.

그들의 노력 덕분인지 회의는 빠르게, 성공적으로 끝났다.

직원/직원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박소 소리가 회의실을 매었다.

송여주
'끝나면 뭐해, 바로 일하러 가는데.'

박소 소리를 흘려보내고는 있었지만 일할 생각에 짜증이 나는 여주였다.

직원/직원들
"자, 이제 일하러 갑시다."

한 직원이 말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빠지기 시작했다.

문과 가까이 있던 여주는 바로 나갈 수 있었지만 가기 싫었던 터라 일부러 뒤로 빠져 사람들이 나가길 기다렸다.


김태형
"누나."

사람들이 다 나가고, 회의실에는 태형과 여주. 둘만 남았다.

송여주
"넌 왜 안 나가셨데?"

여주는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김태형
"할 얘기가 있어서요."

송여주
"뭔데."


김태형
"저 오늘부터 누나 본격적으로 꼬실 거예요, 허락받았으니까."

송여주
"?무슨 쓰레기 소리야?"


김태형
"누나가 술 취했을 때, 진심으로 말했어요."

송여주
"...."

여주는 인상을 찌푸리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송여주
"...."


김태형
"그때의 대답이 누나의 진심이라는 건 지금 본인의 마음이 제일 잘 알 거예요."

송여주
"...."

태형의 말에 여주는 가만히 있었지만 요동치는 속은 어쩔 수 없었다.


김태형
"누나."

그는 여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에 손을 대지는 않은 채 쓰다듬었다.

공중에서 여주의 머리를 따라 쓰다듬었다.


김태형
"그만 이성적이고, 이 순간만이라도 감정적이여주면 안 돼요?"

송여주
"그게 나한테는 쉽지가 않아서, 미안하다."

송여주
"근데."

여주는 공중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태형의 손을 잡아 눌렀다.


김태형
"!"

그의 손등에는 여주의 손이, 손바닥에는 여주의 머리가 닿았다.

여주는 그의 손을 놓지 않고 아래로 쓸어내려 머리를 쓰다듬게 했다.

송여주
"이거 하난 말해줄게, 허락을 받았다면 송여주라는 사람의 선은 이렇게 막 넘어와도 돼. 너무 심하게는 말고."

송여주
"나 꼬실 거면 이 정도는 해. 애인 있는 나는 어려우니까."


김태형
"ㅎ알 수가 없는 사람이야, 진짜."

태형은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오른쪽 볼을 만지면 사라지기라도 하듯이 조심히 감쌌다.

송여주
"여기까진 허락 안 했는데."


김태형
"이번만 선 넘을게요, 나 오늘 아니면 이렇게 못할 거 같아서요."

송여주
"안 돼."

여주는 그의 손을 떼어냈다.


김태형
"어? 누나 귀 빨ㄱ..."

송여주
"나 이제 간다."

여주는 무언가를 숨기려는지 급하게 방을 나갔다.


김태형
"누나 귀 빨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