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PORTUNITY : 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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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다음주가 체육대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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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태형이 너 계주 나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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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달리기 느려. 나가봤자 욕만 먹을걸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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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고윤수 달리기 잘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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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쟤가 나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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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도 계주 지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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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네가? 너 달리기 빠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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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글쎄. 빠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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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근거 없는 자신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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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는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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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가봤자 고윤수한테 발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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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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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이길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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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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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ㅎㅎ

아따 사람 한 번 살벌하게 쳐다보네. 나도 같이 째려봐줄까 생각했지만 참았다.

저 꼬마는 고작 열 네살이고 나는 스물 일곱을 먹은 으른이니까. 이정도 기싸움 정도는 내가 봐주지 뭐.

"자~ 윤수랑 정국이 말고 또 없는거지?"

"그럼 이 둘 중 빠른 사람이 계주 나가는 걸로!"

학창시절에 그렇게 하고 싶었던 계주였다. 전 날까지 발이 부서져라 연습하며 달렸지만 정작 당일날은 지원할 용기조차 없어져 항상 지켜보기만 했는데.

"삐익!"

휘슬소리가 울리고, 나는 최선을 다해 뛰었다.

아마 내 인생에서 제일 빠르게 달린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달렸는데,

내 시야에는 오직 윤수의 뒤통수만 보였다.

얘는 공부도 잘하는데 운동까지 잘하냐, 치사하게.

도착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패배를 인정하고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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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윤수의 뒷목에 보이는 큰 흉터.

익숙했다.

'며칠 전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주한 S대생 고씨가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심각한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런 고씨가 아동학대를 당한 이유가 오직 1등을 못해서라고 알려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고씨의 뒷목에 자리 잡고 있는 큰 흉터마저도 아버지의 짓이라는 점에서···'

"미쳤나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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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러게, 안쓰럽다...

"저 사람 실제로 봤으면 꼭 안아줬을텐데."

"주변에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저런 끔찍한 짓까지 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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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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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여주 마음도 예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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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S대까지 합격했으면 앞날이 창창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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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안타깝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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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천국에 가서라도 만나면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줘야지.

털썩-

충격적인 과거의 기억에 잠겨 달리기가 느려지고 있었을까, 내 시야 안에 있던 윤수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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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수

아야...

윤수는 넘어졌고, 나는 도착점에 도달했다.

나는 그 날,

윤수의 살기 가득한 눈빛을 느꼈다.

이 작은 아이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눈빛.

금방이라도 훅, 하고

선을 넘어버릴 것 같은 눈빛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