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예뻐해 주세요_
Episode 13. 백여주 씨는 임자 있습니다




김태형
아 얼른 말해봐요- 내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데요?ㅎ


김태형
마음에 들었나 봐요?



"나 예뻐해 주세요_" _13화



대답을 회피하며 도망가는 여주를 따라, 거실로 오게 된 태형.


김태형
아 참, 이불 여주 씨가 덮어줬어요?


백여주
이불요? 아- 맞아요.

별일 아니라는 듯, 짧은 대답을 끝으로 소파 위에 놓인 이불을 고이 접어보는 여주.


백여주
자는 동안 따뜻하던가요-?


김태형
네ㅎ 덕분에 깊게 잤어요.


백여주
그럼 지금도 자는 거 어때요, 이불 덮어줄게요.

여주는 굉장히 진지한 상태지만, 태형은 그런 여주의 태도에 서운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민다.


김태형
내가 싫어요-?


백여주
누가 싫대요-.


김태형
그렇죠? 나 좋죠?


백여주
누가 좋대요-?


김태형
···쳇.


김태형
내가 영원히 잠들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백여주
비슷한 의미죠. 조용하게 지내고 싶거든요-.


김태형
와, 너무해.


김태형
나는 우리가 그래도 꽤 사이가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김태형
아니었나 봐요-

그 말을 끝으로 덧붙이는 혼잣말.


김태형
나한테 예쁘다고 해줄 정도면... 많이 가까운 줄 알았지.


백여주
···!? 내가 언제 예쁘댔어요!


김태형
웃는 게 예쁘다면서요-


백여주
웃는 것만 예쁘다는 거ㅇ··· 읍.

태형이 그 대답에 대해 재차 물어봤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부정하던 여주인데,

한순간에 웃는 게 예쁘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정해버린 셈이지.


김태형
오케이, 나는 웃는 게 예쁜 요정으로 확-정.


백여주
······.


백여주
일부러 이 말 들으려고 나 유도했구나?


김태형
맞아요ㅎ


백여주
휴···.


백여주
아 몰라요, 마음대로 생각해요-


김태형
으응, 부끄러워하기는.


김태형
이제 인정할 때도 됐잖아요-



김태형
봐요, 예쁘잖아요-


백여주
······그래요, 예뻐요. 됐죠?

영혼이 아주 살짝만 첨가된 여주의 말 하나에도, 좋아죽는 그다.


김태형
흫 좋아요-

헤실헤실, 웃음을 주체 못하며 여주를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김태형
그런데 여주 씨 어디 가요?


백여주
요정님 머무를 곳 소개 시켜주려고요-


김태형
아차, 방이 하나 더 있다고 했죠?


백여주
들어와요-




김태형
오···!


백여주
이 방은 그냥 개인 사무실 용도로 쓰려 해가지고_


백여주
침대는 따로 없긴 한데, 소파는 꽤 좋은 거라서 잠자는 건 문제없을 거예요.


김태형
나 한 번 누워봐도 돼요?


백여주
얼마든지요_


백여주
어차피 앞으로 이곳은 그쪽이 쓰게 될 거예요.


김태형
그럼··· 개인 사무실은 어떻게 하려고요?


백여주
아까 일하던 곳에서 하면 돼요.


김태형
아, 그 긴 책상 있는 곳이요?


김태형
에이, 그래도 거긴 회의하는 곳이라면서요.


김태형
그냥 여긴 같이 써요-


백여주
요정님이 허락해준다면야, 그렇게 하고요-.

반면 소파가 제 것인 듯 마냥 편히 누워있던 태형은 만족한다는 듯, 여주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 보인다.


김태형
좋네요, 침대가 필요 없는 편안함이다-


김태형
돈 좀 들었겠는데요?


백여주
돈··· 그쵸, 좀 들었죠.

테이블 앞에 있는 또 다른 의자에 앉은 여주는,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잇지.


백여주
아마 요정님 몸값보다 비쌀걸요.


김태형
···?!


김태형
진짜요?!


김태형
···아니, 잠깐만.



김태형
내 몸값이 얼마하는 줄 알고···?


백여주
적어도 이 소파보단 적을 거예요.


김태형
···와, 지금 요정 무시하는 거예요?!


백여주
무시한 적 없는데-ㅎ

이 정도면 여주도 태형이 놀리기에 꽤 재미 든 모양이다.


김태형
···내가 장담하는데, 내 몸값이 더 비싸요.


백여주
소파가 얼마일 줄 알고?


김태형
요즘 소파가 얼마 정도 하더라···.


김태형
비싸면···

으르르르르르.


백여주
잠깐만요_


백여주
···회사 직원이에요, 쉿.


김태형
알았어요, 쉿-



백여주
- 네, 백여주입니다.

·


백여주
- 아, 이사는 잘 했죠_ㅎ


백여주
- 그 전 집보다 아마··· 회사랑은 더 가까울 거예요.

·


백여주
- 아, 아니예요ㅎ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야죠_


백여주
- ···네?

·

잘 나아가던 대화 도중, 여주의 표정이 점차 억지스러운 미소로 번져감을 눈치챈 태형은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더 자세히 살피기 시작하지.


백여주
- 아아···ㅎ


백여주
- 집들이···요?

·


백여주
- 글쎄요, 아직 집이 어수선해서···ㅎ


백여주
- 당분간은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백여주
- 날을··· 잡아볼까요?


김태형
······흐음_


백여주
- 에이, 저희 사이에 무슨 선물을···.


백여주
- 아니에요_ 정말 괜찮아요.


김태형
남자인가···


김태형
우선 직장 상사인 것 같기도 한데...


김태형
일방적으로 자기 하고싶은 말만 하는 걸 보면...



김태형
꼰대일 확률이 높겠다···!!!

여태 혼자서 작은 목소리로 잘 중얼거리던 태형은, 갑작스레 일어나며 큰 목소리로 외치지.


백여주
···?!


김태형
아···ㅎ

화들짝 놀란 여주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조용히 하라고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자신의 행동을 자각한 태형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서서히 자리에 다시 앉는다.



백여주
- 아ㅎ 아니에요, TV 소리죠_


백여주
- 아시잖아요, 저 혼자 사는 사람인 거.


김태형
···ㅎ


백여주
- ···동거는 뭐, 아무나 하나요_


백여주
- 제 연인이랑 마음이 맞아야 하죠-.

듣지 않아도 핸드폰 너머 통화 중인 사람의 대사를 다 유추할 수 있는 여주의 대답들이지.


김태형
······남자친구 없다며-.


백여주
- 부장님도 참···ㅎ


백여주
- 부장님, 안 바쁘세요-?


백여주
- 제 사생활은 별로 중요치 않잖아요, 일 보세요. 얼른_


김태형
······부장···.

여주가 사회생활에 열심일 때, 태형은 전화 건 사람의 정체를 추측하기에 열심이다.



백여주
- ···아ㅎ 그럼요_ 제가 설마 부장님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백여주
- 애인 있죠, 당연하죠...ㅎ


김태형
어허···. 거짓말이구만?ㅎ


백여주
- ···혹여나 제가 애인이 없더라도 부장님이랑은 안 되죠_


김태형
어어?! 지금 저 놈이 들이대고 있네. 딱 맞네.


백여주
- 부장님, 제가 일이 있어서요-


백여주
- 이만 끊어도 될까요...?

태형은 이내 목을 가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에게로 다가간다.


백여주
···?


백여주
- 아, 그럼요...!


백여주
- 아ㅎ... 제 애인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시네요, 부장ㄴ···

탁, 여주의 앞에 선 태형이가 여주의 폰을 낚아챈 건 한순간이었지.


백여주
···?! 뭐해ㅇ···


김태형
- 저를 그렇게 궁금해하신다면서요, 부장님이.


백여주
···저기···!


김태형
- 안부 묻는 것도 선이 있는 겁니다.



김태형
- 백여주 씨는 이미 임자 있으니, 더 이상 들이댈 생각 마세요.


뚝, 태형의 말을 끝으로 끊어진 전화.


백여주
아니···!!

왜 전화를 대신 받았냐, 임자 있다는 소리는 또 무슨 소리냐, 그 금발로 바뀐 머리색은 어떻게 된 거냐_ 라고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었던 여주였지만


백여주
허어···.

정작 지금은 기가 차서 입만 벙긋거릴 뿐이다.




김태형
나 잘했죠?ㅎ 완전 멋졌죠?

그런 여주의 타들어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내 입을 다시 여는 태형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