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가 집착하기 시작했다
#10 시선 끝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석진은 생긋 웃으며 커피잔을 매만졌다.


김 석진
외국에 잠시 나가 있있었어. 그럭저럭 평범하게 지냈지.

외국에 나가 있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져 석진에게 말했다.

예 림
아, 진짜요? 외국에 나가서 뭐하셨어요?

내 말에 석진은 커피를 한 번 마신 후 커피잔을 내려놓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김 석진
요식업이랑 경영 배웠어. 작게 사업 하나 해볼까 해서.

석진의 말에 나는 빨대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예 림
그럼 이제 쭉 한국에 와 계실거에요?


김 석진
글쎄, 계속 있을진 잘 모르겠어.

오랜만에 하는 대화라서 그런지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학교를 다닐 때 자주 대화를 한 것은 아니였으나 나를 도와준 몇 없는 사람이라는 것 밖에 생각이 안나 그저 반가울 따름이였다.


김 석진
예전엔 말수가 적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까 많이 밝아진 것 같아.

석진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석진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띄운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예 림
시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하니까요, 저도 변했나봐요.

내 말에 약간 감명 받은 듯, 고개를 끄덕이던 석진은 이내 픽 웃으며 턱을 괴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김 석진
더 예뻐진 것 같아.

갑자기 훅 들어온 석진의 말에 볼이 붉어진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은 달싹이며 움직였으나 말은 없었다.

예 림
감사..해요.

어색하게 대답하자 석진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김 석진
넌 알고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감정이 표정에 잘 드러나는 것 같아.

듣기 좋은 석진의 목소리에 살짝 심장이 쿵쿵 뛰었다. 원래부터 친절하다고 소문났던 선배에게 설레기라도 한건지, 붉어진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 순간, 카페 창문에 흐릿하게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정신 차리고 창문을 제대로 보았다.


김 태형
.....

태형은 아무 말 없이 나와 석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심장이 뛰었다.

석진을 앞에 두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릴 보는 태형이였는데도 어째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태형의 눈빛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원망, 증오, 그리고 실망.


김 석진
림아..?

석진이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으나 아무 말도 못한채로 고개를 숙였다.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본 석진은 내 손을 꼭 잡았다.


김 석진
떨지말고, 무슨 일인지 얘기해줄 수 있을까?

석진의 말은 귀에 들어왔으나 내 눈은 계속해서 태형에게 주시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태형의 태도를 보고 이젠 조금이나마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건 내 착각일까?

태형은 아무 말 없이 나와 석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사라져버렸다.

태형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조금씩 숨이 트이며 덜덜 떨리던 손이 멈췄다.

예 림
죄, 죄송해요.. 저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입을 열어 말을 꺼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석진은 내 손목을 잡고 말했다.


김 석진
연락처라도 주고 가면 안될까?

그 말에 나는 애써 심장을 진정 시킨 후 천천히 석진의 핸드폰에 내 번호를 찍어주었다.

전화번호를 받은 석진은 잠시 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아쉽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김 석진
다음에 보자.

하지만 왜인지, 그 다음에 보자라는 말은 내게 이상하게 다가왔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라도 예고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