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가 집착하기 시작했다
#5 기억은 누구도 놓아주지 않는다



김 태형
림아.

나지막하게 나를 부른 태형은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 다시 한 번 불렀다.


김 태형
예 림, 대답해.

그 말에 나는 결국 작게 입을 열어 말했다.

예 림
왜..


김 태형
우리는 아주 오래 전에도 만났어. 유감스럽게도 넌 기억을 못하지만.

점점 무거워지는 분위기에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다. 대체 내가 언제 김 태형을 봤다는 거지..?


김 태형
림아, 네가 날 기억 못해도 괜찮아. 날 잊어도 괜찮아. 하지만 밀어내지만 말아줘.

태형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품에서 나를 놓아주더니 눈을 맞추며 말했다.


김 태형
근데 계속 밀어내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 날 잊은 네 잘못인데 왜 밀어내는건지 모르겠어.

영문 모를 태형의 원색적 비난에 눈동자가 조금 심하게 떨려왔다.

그 순간,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석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김 석진
김 태형!

조금은 화가난 듯한 석진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태형은 혀를 한 번 차더니 이내 나를 놓아주었다.


김 태형
안녕, 형. 3학년이 여긴 무슨 일로 왔어?


김 석진
너, 따라 나와.

조금 거칠어진 석진의 목소리에 당황했으나 곧 나를 발견한 석진의 표정은 한 없이 부드러워 보였다.


김 석진
림아, 또 보자.

그리 말하고는 태형을 끌고 밖으로 나간 석진의 뒷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곧 다리에 힘이 풀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김 석진
예 림 건들지 말랬잖아.

화가 난듯, 석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하지만 태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석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 태형
내가 따라할 이유라도 있나.

석진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이내 참지 못해 태형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 태형의 볼은 붉어져 있었고, 입술이 터져 살짝 피가 나고 있었다.


김 태형
하?

자신을 때린 것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님 재밌다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태형은 다리로 석진의 복부를 찼다.


김 태형
어쩔 생각으로 그랬어?

태형의 말에 석진은 머리를 쓸어넘긴 후 신경질 적으로 태형에게 말했다.


김 석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쓸거면 차라리 나한테 해, 그 애는 관련 없잖아.

석진의 말에 태형의 곧은 눈썹은 아주 잠시 동안 꿈틀 거렸다. 이내 석진에게 말했다.


김 태형
내가 왜 다가간건지 모르면 입 닥치고 있어.

그 말 후 태형은 석진을 두고 옥상을 내려갔고, 석진은 머리를 감싸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김 태형
다녀왔어요.

결국 학교에 더 있을 기분이 아니였던 태형은 집으로 와버렸다. 아무도 없지만 이렇게 인사를 하는건 태형의 습관이였다.


주 지훈
왔니?

아버지의 비서인 지훈이였다. 태형은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김 태형
오랜만이에요, 비서님.

살갑게 대하는 태형처럼 보였으나, 왜인지 모를 벽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지훈은 잠시 눈을 굴리다가 이내 태형에게 말했다.


주 지훈
회장님이 오늘 보자고 하시더구나.

그 말에 태형은 아주 잠시동안 표정이 일그러졌었다. 하지만 곧 원래대로 돌아오며 생긋 웃었다.


김 태형
네.

지훈이 표정 변화를 보지 못한건지,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척 하는건지 알 수 없었으나 지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형의 어깨를 토닥였다.


주 지훈
비위 맞춰드리기 힘들겠지만 너한테 기대가 크셔. 오늘 만날때 실수 하지 말고. 알았지?

지훈의 말에 태형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김 태형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