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짝사랑

제8화.

전정국과 통화한 지 30분이 지나고 나는 설마 해서 창문 밖을 보았다. 그런데 전정국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갔는지 간 걸 확인하고야 안심이 됐다. 난 할 일은 다 했고 바람 좀 쐴 겸 밖으로 나왔다.

김여주

깜짝아···!

전정국이 문 앞 의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김여주

너··· 왜 여기 있어?

전정국

이제야 나왔네.

비서

죄송합니다, 사모님. 사모님께 말하지 말라고 하셔서 정말 죄송합니다.

김여주

아니에요.

전정국

나랑 얘기 좀 하자.

김여주

나와.

김여주

왜 그래 진짜.

전정국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이제야 알 것 같아. 너의 마음을.

김여주

이제 와서 알면 뭐 해. 늦었다고 했잖···.

전정국이 날 안았다. 예전 같으면 전정국이 지금 날 안으면 떨리고 미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나는 전정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내 마음이 먼저 말해주고 있었다.

김여주

안지 마.

전정국

아무렇지도 않아?

김여주

응.

전정국

왜 이렇게 변한 거야.

김여주

너야말로 왜 그렇게 변했는데?

전정국

말했잖아. 이제야 깨달았다고. 그때는 너무 어렸어 내가. 미안해 정말.

김여주

전정국. 그냥 미안해하지도 말고, 이러지도 마. 그냥 예전하고 똑같이 그래 줘. 나를 무시하고 좋아하지 않던 그때처럼. 이제 진짜 그만하자.

전정국

여주야··· 부회장 만나지 마.

김여주

윤기 오빠는 너보다 한참 좋은 사람이야. 네가 날 떠날 때 윤기 오빠는 내게 다가와 줬어. ···넌 몰라.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전정국

너도 모르잖아. 내 마음.

김여주

뭐?

전정국

나도 그때 막막했어. 네가 갑자기 가지 말라고 하는데 솔직히 흔들렸어. 그런데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어.

전정국

아버지가 원하셨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김여주

···어?

정국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처음 듣는 소리였다.

전정국

아버지 돌아가신 거 숨기고 있었어. 모두에게. 하지만 너에게만큼은 말할 수 있어.

전정국

아버지는 내가 훌륭한 미술가가 되는 것을 바라셨어. 무엇보다 아버지는 내게 너만큼이나 소중했어.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었어.

전정국

훌륭한 미술가가 되고 나서 널 만나려고 했어. 꿈을 이루고 떳떳하게 능력 있는 남자로 다가가고 싶었어.

김여주

미안해···.

전정국

어? 네가 왜 미안해.

김여주

많이 힘들었을 텐데···.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꾸짖기나 하고. 오해하고.

전정국

이런 말을 해도 네가 나를 다시 좋아해 줄지는 모르겠는데 난 계속 직진할 거야. 다른 건 다 이뤘는데 남은 마지막도 꼭 이루고 싶어.

김여주

그만 들어가.

전정국

나 또 차인 건가?

김여주

아니···. 생각이 좀 많이 필요할 거 같아서···.

전정국

아, 그래. 그럼 생각 충분히 해. 기다릴게, 여주야.

그렇게 회사로 다시 돌아왔고 몇 시간 후에 전정국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여주

📞여보세요?

간호사

📞전정국 씨 여자 친구분 되신가요?

김여주

📞네?

간호사

📞아니신가요?

김여주

📞아··· 그런데 왜요?

간호사

📞전정국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보호자는 연락이 없으셔서 최근 통화한 게 여자 친구분이시길래 이쪽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김여주

📞교통사고요···? 어느 병원이에요?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에 너무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돼 어서 짐을 챙기고 문을 열고 나왔다.

민윤기

어? 여주야!

김여주

오빠··· 미안해. 이따 연락할게. 먼저 퇴근해.

민윤기

김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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